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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체류 50년의 임충섭 작가 "현대미술은 마음을 보는 것"

기사입력 : 2023년12월14일 23:12

최종수정 : 2023년12월14일 23:14

갤러리현대 '임충섭;획'전 개막,내년 1월21일까지
변형 캔버스,드로잉,오브제,키네틱아트등 총40점
자신의 본성 깨닫는 불교의 '견성',현대미술의 요체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임충섭(b.1941~)에게 올해는 미국으로 이주한지 꼭 50년이 되는 해다. 또  브룩클린미술관 미술학교를 거쳐 뉴욕의 아트스튜던트리그를 수료한 뒤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드러내기 시작한지는 40년이 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임충섭 '무제', 2012, Acrylic and U.V.L.S. gel on canvas, 79.7 x 67.5 x 8.5cm [이미지 제공=갤러리현대] 2023.12.12 art29@newspim.com

임충섭이 서울 삼청로의 갤러리현대(대표 도형태)에서 '임충섭-획(劃)'전을 14일 개막했다. 이번 개인전은 지난 2017년 '단색적 사고'와 2021년 '드로우잉, 사잇'에 이어 2년 만에 갤러리현대가 기획한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획(劃)'전은 1973년 뉴욕으로 이주한 임충섭이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확립하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 2023년까지 약 40년 간의 작업 여정을 망라한 전시다. 임충섭은 서양의 현대미술과 동양의 서예 예술의 조형성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끈질긴 실험을 거듭해왔다.

전시의 제목 '획'은 한지에 그어지는 서예의 획과 더불어 동양철학의 '기', 나아가 작가가 화면에 오일, 아크릴릭과 같은 서양재료로 그림을 그리거나, 일상의 기억과 개별적 역사가 담긴 오브제를 얹는 행위 전반을 포괄한다. 결국 임충섭 조형미학의 핵심이자 근원이 바로 '획'인 셈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임충섭, '무제-손.발 가락', 2009, Acrylic and U.V.L.S gel on shaped canvas, 164x76x16cm [이미지 제공=갤러리현대] 2023.12.12 art29@newspim.com

그는 사각의 정형화된 캔버스 대신, 자유롭게 구부리거나 잘라낸 'shaped canvas'(변형 캔버스)에 오일과 아크릴물감으로 회화를 완성한다. 또한 발견된 오브제를 활용한 입체작업과 설치, 아상블라주, 고부조, 영상과 음향이 결합된 키네틱아트까지 다양한 시도를 펼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피안, 동양과 서양, 자연과 문명, 여백과 채움, 평면과 입체 사이를 오가며 두 이질적 세계에 다리를 놓고 있다. 이같은 다양한 결의 작업은 한국 미술계에서는 쉽게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시는 임충섭이 이룬 미적 성취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다양한 장르의 작업 40여 점을 소개하고 있다. 작가에게 왜 '획'에 몰두하냐고 묻자 "우리의 조형미학은 획에서 출발한다. 그을 '획(劃)'이다. 물론 단색적 미니멀의 조형세계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오랜 동양의 서예, 동양화의 '획'은 우리의 중요한 미학적 근원이어서 '획'에 주목한다"고 답했다. 그는 액션페인팅의 개척자 잭슨 폴락(1912~1956)의 흩뿌리기 작업도 동양의 서예와 근간은 같다고 했다. 

임충섭이 '획(劃)'이라는 타이틀 아래 선보인 작품들은 믈성이 강한 듯 하면서도 미묘한 정신성을 내뿜는다. 그 물성은 조형적 언어로서의 물성이라기 보다는 존재의 본질로 이끄는 물성이다. 따라서 무심한 듯 덤덤하고 미니멀한 그의 작업들은 서구 현대미술의 세련된 조형성과 함께 동양의 그윽한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서울 뉴스핌] 갤러리현대에서 14일 개막한 '임충섭:획'전에 출품된 '하얀 한글'을 설명하는 직기 임충섭. [사진=이영란 기자] 2023.12.14 art29@newspim.com

갤러리현대의 1층 전시장에 설치돼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대형 회화 '수직선상의 동양 문자'와 '하얀 한글'은 미니멀하고 모던한 단색조 색상이 특징이다. 비정형의 캔버스는 작가가 오랜 공력을 들여 직접 만든 것이다. 두 작품에는 동양의 한자언어와 한글의 초성이 담겨있다. 서양건축의 수직구조를 상징하는 선들 사이로 한자들이 빼곡히 적힌 '수직선상의 동양문자'는 동서양 미학이 섬세하게 어우러졌다. 반면에 하얀 여백들 사이에 한글이 미니멀한 형태로 그려진 '하얀 한글'은 동양의 여백과 한글의 조형성을 담백하게 뿜어내 대조를 이룬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임충섭, '흙', 2000-2023, Mixed media with soil,가변설치. [이미지 제공=갤러리현대] 2023.12.12 art29@newspim.com

1층 반대편에는 설치작업 '흙'이 자리잡았다. 유적지를 옮겨 놓은 듯한 구조물과 수복히 쌓인 흙, 직육면체의 흙덩이들이 어우러진 이 작업에서 임충섭은 일부 구조물에 자연과 동양을 상징하는 곡선을 부여했다. 임충섭에게 흙은 모든 생명체의 근간이자 어머니로 연결되는 매개체다. 나아가 어린 시절 맞이한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깨달은 생명의 유한성과 자연의 순환, 인간의 한계에 대한 통찰을 은유하기도 한다.

2층에는 자연과 문명의 만남을 건축적 접근으로 시각화한 '길쌈'이라는 키네틱 설치작품이 자리잡고 있다. 벽면에는 전통적인 베틀을 닮은 구조물이 설치돼 있고, 바닥에서 올라오고 천장에서 내려오는 실과 나무로 만들어진 구조물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씨실과 날실이 서로 엮이며 직물이 되는 베틀 구조를 상징한다. 작품 바닥에는 하와이에서 촬영한 밝은 달과 허드슨 강물을 담은 영상이 유유히 흐른다. 이 작품은 자연과 여백을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동양철학적 접근과 서구 미술사적 관점에서의 개념미술, 설치미술을 한 작품에 차용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이렇듯 임충섭은 문명과 자연, 동양과 서양 간의 공존을 위한 중간자인 '사잇'존재로서의 역할을 독특한 설치미술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2층 왼쪽 전시장에는 동양 전통의 직조문화가 작가의 재료적 실험과 함께 드러나는 평면작업 '무제–날개', 건축적인 구조와 세심한 짜임새가 돋보이는 조각작업 '무제', '무제–1000 와트'가 동양적인 정서와 현대미술의 조형미의 유기적 조화를 보여준다. 작가 특유의 은은하고 아득한 미색이 돋보이는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의 조형적, 매체적 실험을 평면에 담은 작품들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임충섭 '무제-발견된 오브제들', 2000년대-2020년대, Mixed media on found objects, 가변설치. [이미지 제공=갤러리현대] 2023.12.12 art29@newspim.com

전시장 한쪽 벽면을 촘촘히 채운 오브제들은 약 20년간 작가가 뉴욕의 길거리를 산책하며 '발견한 오브제'(found object)들이다. '모든 사물에 기억과 역사가 있다'고 믿는 임충섭은 하찮아 보이는 오브제들을 정성껏 수습해 채색하고 조각한 뒤 새롭게 나열해 또다른 서사를 만든다. 파란 하늘에서 영감을 받아 채색된 자전거 안장, 뉴욕의 오래된 건물에서 발견한 쇳덩이, 길거리에 떨어진 녹이 슨 철고리 등 수많은 사물들이 모여 새로운 역사가 됐다.

지하 전시장에는 '임충섭의 시그니처'로 꼽히는 고부조와 오브제 아상블라주 작업이 나왔다.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오가며 회화로도, 조각으로도 분류하기 어려운 임충섭 특유의 탈범주적 장르의 작품들이다. 그의 부조(릴리프) 작품은 살아있는 박제된 동물이나 식물의 일부를 형상화한 듯 특유의 조형성이 도드라진다. 

임충섭의 작품은 대부분 오랜 시간 쌓이고, 풍화된 그의 기억에서부터 시작된다. 낮은 선반에 올려진 듯 일렬로 나란히 전시된 아상블라주 연작 '화석–풍경@다이얼로그'에서 그 면모를 여실히 살필 수 있다. 거리를 걸으며 발견한 새의 깃털, 공업용 못과 지퍼, 방충망 등 성질과 쓰임새가 전혀 다른 재료를 한 화면에 배치하거나 중첩한 작업이다. 물질적, 개념적 이질성을 가진 정체불명의 오브제들이 마치 연극무대를 꾸미듯 작은 나무박스에 배치돼, 작가의 내면에 유유히 흐르는 기억을 환기시킨다.

[서울 뉴스핌] 삼청로 갤러리현대가 기획한 '임충섭:획' 전의 작가 임충섭. [사진=이영란 기자] 2023.12.14 art29@newspim.com

늘 어느 한쪽을 택하며 살아온 우리에게 임충섭의 차분하지만 알 수 없는 에너지를 품은 작품은  동양과 서양, 자연과 문명, 과거와 현재를 사뿐히 넘나들며 초월성을 드러낸다.익숙한 듯 낯선 그 중간 사이의 세계는 보는 이에게 새로운 감각과 인식을 선사한다.

이렇듯 다양한 형식의 작품세계는 한국의 농촌(충북 진천)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향수가 그 바탕에 지긋이 깔려 있다. 임충섭은 어린 시절 진천읍내를 가로지르는 맑디 맑은 백사천에서 뛰놀던 기억에, 수직적인 고층빌딩이 늘어선 메가시티 뉴욕에서의 삶을 오버랩시키며 스스로를 그 둘을 잇는 '사잇'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이 '사잇' 개념은 임충섭 작업의 창조적 원동력이자 시각적 모티프로 자리잡으며, 그의 작품세계를 함축하는 단어다.

임충섭은 재료 선택에서도 대단히 자유롭다.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명저를 남긴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모든 사물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공감하며 뉴욕 거리서 주워온 나뭇가지와 흙, 자전거 안장, 헤어핀 등 온갖 물품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이를 통해 인간과 문명, 개인의 기억과 현재 사이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정서와 감각의 여정으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20여년 전 뉴욕 맨하탄의 트라이베카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작업 중인 그에게 뉴욕은 어떤 곳이냐고 물었다. "매일 아침 허드슨강 주변을 한시간쯤 산책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산책을 하며 마주치는 뉴욕은 현대미술이 늘비한 곳이다. '늘비하다'는 많은 것들이 늘어서 있는 상태인데, 맨하탄은 따라서 그 자체가 현대미술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산책과 명상, 창작활동 외에 다른 무엇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단순한 나날을 영위하는 그는 '불교가 현대미술과 가장 가까이 있다'고 믿는다. 불교의 핵심이 '견성'(見性), 즉 본래 그대로의 자기의 본성을 보는 것인데 현대미술이야말로 '마음을 보는 것'이니 불교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창작활동이야말로 현실 너머의 '내면 보기'라는 설명이다. 

임충섭은 196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73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서울예고 시절 스승이었던 김병기 선생이 먼저 와 계셨고, 서울대 미대 동기인 화가 김차섭과 조각가 한용진과 어울렸다. 초창기 단순노동을 하며 학비를 벌던 임충섭은 액자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솜씨를 인정받아 프레임샵을 열었다. 이 때의 경험이 그를 변형캔버스(shaped canvas)를 자유자재로 만들게 한 동력이 됐다. 작은 작업은 물론 2m가 넘는 대형 작업까지 나무를 자르고 이으며 직접 만들고, 설치작품도 마찬가지다.

1980년 퀸즈미술관의 연례공모전에 선발된 임충섭은 같은 해 뉴욕의 유명화랑 OK해리스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후 도로시골딘갤러리, 뉴버거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뉴욕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내에서는 갤러리원, 국제갤러리, 삼성 로댕갤러리, 학고재, 국립현대미술관, 갤러리현대에서 작품전을 열었다. 임충섭의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허시혼미술관과 조각정원, 국립현대미술관, 리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시드니대학교 파워미술연구소, 일신문화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2024년 1월 21일까지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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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뒤흔든 맘다니 돌풍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 "빨리 뉴욕에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지난 주말 뉴욕 인근에 사는 지인들과의 모임 도중 나온 얘기다. 이날 저녁 자리 화제의 중심은 단연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였다.'뉴욕 파트타임' 얘기도 맘다니 덕분에 나온 농담이다. 맘다니는 자신이 시장에 당선되면 뉴욕의 최저 임금을 시간당 30달러로 올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금 환율로 따지면 4만 600원 정도다. 현재 뉴욕의 최저 임금 시급은 16.50달러다. 이미 미국 내 최고 수준이다. 그런 뉴욕 최저 임금을 2배로 올리겠다는 얘기다. 물론 2030년까지라는 전제는 달렸다. 그렇다 하더라도 귀가 솔깃해질 만한 공약임은 분명하다. 비단 이날 모임뿐 아니다. 요즘 '뉴요커'들 사이에서 맘다니는 최고의 뉴스메이커다. 어디서든, 누구와든 맘다니 얘기를 꺼내면 10분~20분은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만큼 맘다니의 등장 자체가 뉴욕 사람들에게도 충격이자 파격이다.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사진=로이터 뉴스핌] 뉴욕 시장 자리는 한국으로 치면 거의 서울 시장급이다. 뉴욕은 미국의 최대 도시이자, 전 세계에서 사람과 돈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중심지다.  이런 뉴욕의 유력한 차기 시장 후보가 불과 33세라니. 그것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나 7세 때 뉴욕으로 이민 온 인도계 무슬림이다. 더구나 그는 26살이 되던 2018년에야 뒤늦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투표권을 받았다. 맘다니가 하버드 같은 아이비리그의 명문대를 졸업한 것도 아니다.  그는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 졸업 후 저소득층 주택 압류 방지 상담사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2020년 뉴욕 주의회 하원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 선출된 것이 사회 경력의 전부다. 시쳇말로 '듣보잡' 수준이다. 예전 같았으면 뉴욕 시장 후보에 명함도 못 내밀 커리어다. 그런 맘다니가 불과 몇 개월의 선거 운동으로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가 됐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스토리다.  그것도 뉴욕 주지사 3선에, 한때 차기 대선 후보 물망에 올랐고, 당내 유력 인사와 후원 그룹의 지원을 받는 '거물' 앤드루 쿠오모를 꺾었다. 그야말로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민주당 전략가 트립 양은 뉴욕타임스(NYT)에 "현대 뉴욕시 역사에서 가장 큰 반전이 일어났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맘다니는 1일 발표된 민주당 3차 경선 결과 과반이 넘는 56%를 득표했다. 이로써 그는 당당히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뉴욕은 아직도 민주당의 아성으로 불린다. 민주당 후보 공천은 뉴욕 시장 당선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진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의 관심은 이제 '맘다니 돌풍'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모아진다. 숱한 전문가들은 아직 맘다니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맘다니의 민주당 경선 승리의 발판이 됐던 급진적인 공약들이 결국 부메랑이 돼서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맘다니가 내세운 핵심 공약은 실제로 급진 좌파 성향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불릴 만하다. 시내버스 무임승차, 0세부터 5세까지 무료 보육 및 유치원 교육 실시, 뉴욕시 관리 아파트 임대료 동결, 값싼 시립 식료품점 설립, 부자 증세 등이 그것이다. 구체적 재정 대책이 없다는 질타와 비판이 나올 만하다. 게다가 맘다니는 학창 시절부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운동에 가담했다. 뉴욕과 민주당의 돈줄을 쥔 유대인들의 거부감도 크다.  민주당 주류와 온건그룹에선 벌써 부담스러운 티를 낸다. 너무 과격해서 중도층 이탈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월가의 큰손들은 이미 온건 성향의 대항마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던 쿠오모 전지사나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이 독립 출마 형태로 시장 선거에 나서려는 것과도 이와 연결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일찌감치 맘다니를 '100% 공산주의자 미친 놈'이라고 부르며 파상 공세를 퍼붓는 중이다.  급진 좌파 프레임을 씌워 민주당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색깔론 공세에 더해 민주당 측 후보 난립을 잘 이용하면 뉴욕 시장까지 손에 쥘 수 있겠다는 기대도 하고 있는 눈치다.  지하철에 탑승한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런 정치판의 셈법과 보도를 따라가다 보면 '맘다니가 11월 4일 선거에서 뉴욕 시장에 당선되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 월가 금융기관에서 오래 기간 일했던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도 '만다니의 한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그의 견해는 좀 달랐다. 자신의 사무실에 근무하는 한 직원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 직원은 줄곧 보수 성향을 보여왔고 지난 대선에서도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이번에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맘다니에게 표를 던졌다. 이유를 물으니, "뉴욕에서 사는 게 너무 힘들다. 물가가 미쳤다. 부자들은 상관없겠지만 우리 같은 단순 사무직은 열심히 일해도 렌트비, 교통비, 식료품비 내기에도 너무 벅차다. 내게 이념은 크게 상관없고, 누구라도 이 힘든 생활에 도움을 준다면 표를 안 찍을 이유가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맘다니의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에 큼직하게 적힌 슬로건이 새삼 머릿속에 다시 선명히 떠올랐다. "조란 맘다니는 뉴욕의 근로자들의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시장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였다. 맘다니는 얼마전 NBC 방송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한 트럼프의 언급에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리고는 "나는 트럼프가 힘을 실어주겠다고 대선 운동 기간 약속했던 바로 그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그들을 배신해왔다"라고 말했다. '빨갱이 프레임'을 씌우는 트럼프에게 시원하게 한 방 먹이면서 자신이 노동자들을 위한 진짜 일꾼임을 드러내는 패기와 영리함이 번뜩이는 발언이다. 그래서 맘다니가 이념 프레임의 덫에 갇히지 않고, 뉴욕 시민의 민생과 민심을 파고드는데 성공한다면 '정말 큰일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건 그가 뉴욕 시장에 당선된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다는 21세기에도 팍팍안 일상을 견뎌내야 하는 노동자 계층과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과거의 이념과 정치적 문법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줄 '사건'이 될 수 있다.  맘다니 열풍과 논란이 뉴욕의 일회성 정치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증폭되고 변모하면서 확산될 것이란 예감이 드는 이유다.   kckim100@newspim.com 2025-07-03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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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머스크 추방도 검토"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일론) 머스크의 추방 문제도 고민해보겠다"고 발언하며, 두 사람 간 갈등이 또 한 번 수위를 높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의 감세·재정 법안을 비판한 데 이어, 트럼프는 머스크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추방 가능성까지 언급해 정치적·법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1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를 추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한번 살펴보겠다(I don't know, we'll have to take a look)"고 답했다. 그는 이어 "머스크는 많은 보조금을 받았으며, 전기촤 의무화 폐지에 매우 화가난 듯 하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6.21 mj72284@newspim.com 트럼프는 전기차 강제 규정을 "바이든 시대의 유산"으로 규정하고 폐지를 추진 중이다. 그는 "나는 전기차를 원하지 않는다. 휘발유도, 하이브리드도, 언젠가는 수소차도 원할 수 있다"며 "다만 수소차는 터지면 5블록 떨어진 데서 시신을 찾는다"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의 '추방' 발언이 담긴 클립이 퍼지자,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이걸 더 키우고 싶어 죽겠지만, 지금은 참겠다"고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이 논란은 머스크가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 법(OBBBA)'을 "완전히 미치고 파괴적 법안"이라며 비판한 데서 촉발됐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머스크는 역사상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사람"이라며, 정부효율성부(DOGE)가 머스크의 보조금 수혜 내역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응수했다. 이어 트럼프는 "보조금이 없으면 로켓 발사도, 전기차 생산도 못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전문가들은 연방정부의 보조금·계약 중단이나 규제 강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사업에 실질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머스크는 세금안 반대뿐 아니라 "새로운 정당(America Party)을 만들겠다"고 맞불을 놓으며 대선 기간부터 이어온 트럼프와 머스크 간 '브로맨스'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koinwon@newspim.com 2025-07-0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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