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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체류 50년의 임충섭 작가 "현대미술은 마음을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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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임충섭;획'전 개막,내년 1월21일까지
변형 캔버스,드로잉,오브제,키네틱아트등 총40점
자신의 본성 깨닫는 불교의 '견성',현대미술의 요체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임충섭(b.1941~)에게 올해는 미국으로 이주한지 꼭 50년이 되는 해다. 또  브룩클린미술관 미술학교를 거쳐 뉴욕의 아트스튜던트리그를 수료한 뒤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드러내기 시작한지는 40년이 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임충섭 '무제', 2012, Acrylic and U.V.L.S. gel on canvas, 79.7 x 67.5 x 8.5cm [이미지 제공=갤러리현대] 2023.12.12 art29@newspim.com

임충섭이 서울 삼청로의 갤러리현대(대표 도형태)에서 '임충섭-획(劃)'전을 14일 개막했다. 이번 개인전은 지난 2017년 '단색적 사고'와 2021년 '드로우잉, 사잇'에 이어 2년 만에 갤러리현대가 기획한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획(劃)'전은 1973년 뉴욕으로 이주한 임충섭이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확립하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 2023년까지 약 40년 간의 작업 여정을 망라한 전시다. 임충섭은 서양의 현대미술과 동양의 서예 예술의 조형성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끈질긴 실험을 거듭해왔다.

전시의 제목 '획'은 한지에 그어지는 서예의 획과 더불어 동양철학의 '기', 나아가 작가가 화면에 오일, 아크릴릭과 같은 서양재료로 그림을 그리거나, 일상의 기억과 개별적 역사가 담긴 오브제를 얹는 행위 전반을 포괄한다. 결국 임충섭 조형미학의 핵심이자 근원이 바로 '획'인 셈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임충섭, '무제-손.발 가락', 2009, Acrylic and U.V.L.S gel on shaped canvas, 164x76x16cm [이미지 제공=갤러리현대] 2023.12.12 art29@newspim.com

그는 사각의 정형화된 캔버스 대신, 자유롭게 구부리거나 잘라낸 'shaped canvas'(변형 캔버스)에 오일과 아크릴물감으로 회화를 완성한다. 또한 발견된 오브제를 활용한 입체작업과 설치, 아상블라주, 고부조, 영상과 음향이 결합된 키네틱아트까지 다양한 시도를 펼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피안, 동양과 서양, 자연과 문명, 여백과 채움, 평면과 입체 사이를 오가며 두 이질적 세계에 다리를 놓고 있다. 이같은 다양한 결의 작업은 한국 미술계에서는 쉽게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시는 임충섭이 이룬 미적 성취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다양한 장르의 작업 40여 점을 소개하고 있다. 작가에게 왜 '획'에 몰두하냐고 묻자 "우리의 조형미학은 획에서 출발한다. 그을 '획(劃)'이다. 물론 단색적 미니멀의 조형세계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오랜 동양의 서예, 동양화의 '획'은 우리의 중요한 미학적 근원이어서 '획'에 주목한다"고 답했다. 그는 액션페인팅의 개척자 잭슨 폴락(1912~1956)의 흩뿌리기 작업도 동양의 서예와 근간은 같다고 했다. 

임충섭이 '획(劃)'이라는 타이틀 아래 선보인 작품들은 믈성이 강한 듯 하면서도 미묘한 정신성을 내뿜는다. 그 물성은 조형적 언어로서의 물성이라기 보다는 존재의 본질로 이끄는 물성이다. 따라서 무심한 듯 덤덤하고 미니멀한 그의 작업들은 서구 현대미술의 세련된 조형성과 함께 동양의 그윽한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서울 뉴스핌] 갤러리현대에서 14일 개막한 '임충섭:획'전에 출품된 '하얀 한글'을 설명하는 직기 임충섭. [사진=이영란 기자] 2023.12.14 art29@newspim.com

갤러리현대의 1층 전시장에 설치돼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대형 회화 '수직선상의 동양 문자'와 '하얀 한글'은 미니멀하고 모던한 단색조 색상이 특징이다. 비정형의 캔버스는 작가가 오랜 공력을 들여 직접 만든 것이다. 두 작품에는 동양의 한자언어와 한글의 초성이 담겨있다. 서양건축의 수직구조를 상징하는 선들 사이로 한자들이 빼곡히 적힌 '수직선상의 동양문자'는 동서양 미학이 섬세하게 어우러졌다. 반면에 하얀 여백들 사이에 한글이 미니멀한 형태로 그려진 '하얀 한글'은 동양의 여백과 한글의 조형성을 담백하게 뿜어내 대조를 이룬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임충섭, '흙', 2000-2023, Mixed media with soil,가변설치. [이미지 제공=갤러리현대] 2023.12.12 art29@newspim.com

1층 반대편에는 설치작업 '흙'이 자리잡았다. 유적지를 옮겨 놓은 듯한 구조물과 수복히 쌓인 흙, 직육면체의 흙덩이들이 어우러진 이 작업에서 임충섭은 일부 구조물에 자연과 동양을 상징하는 곡선을 부여했다. 임충섭에게 흙은 모든 생명체의 근간이자 어머니로 연결되는 매개체다. 나아가 어린 시절 맞이한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깨달은 생명의 유한성과 자연의 순환, 인간의 한계에 대한 통찰을 은유하기도 한다.

2층에는 자연과 문명의 만남을 건축적 접근으로 시각화한 '길쌈'이라는 키네틱 설치작품이 자리잡고 있다. 벽면에는 전통적인 베틀을 닮은 구조물이 설치돼 있고, 바닥에서 올라오고 천장에서 내려오는 실과 나무로 만들어진 구조물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씨실과 날실이 서로 엮이며 직물이 되는 베틀 구조를 상징한다. 작품 바닥에는 하와이에서 촬영한 밝은 달과 허드슨 강물을 담은 영상이 유유히 흐른다. 이 작품은 자연과 여백을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동양철학적 접근과 서구 미술사적 관점에서의 개념미술, 설치미술을 한 작품에 차용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이렇듯 임충섭은 문명과 자연, 동양과 서양 간의 공존을 위한 중간자인 '사잇'존재로서의 역할을 독특한 설치미술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2층 왼쪽 전시장에는 동양 전통의 직조문화가 작가의 재료적 실험과 함께 드러나는 평면작업 '무제–날개', 건축적인 구조와 세심한 짜임새가 돋보이는 조각작업 '무제', '무제–1000 와트'가 동양적인 정서와 현대미술의 조형미의 유기적 조화를 보여준다. 작가 특유의 은은하고 아득한 미색이 돋보이는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의 조형적, 매체적 실험을 평면에 담은 작품들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임충섭 '무제-발견된 오브제들', 2000년대-2020년대, Mixed media on found objects, 가변설치. [이미지 제공=갤러리현대] 2023.12.12 art29@newspim.com

전시장 한쪽 벽면을 촘촘히 채운 오브제들은 약 20년간 작가가 뉴욕의 길거리를 산책하며 '발견한 오브제'(found object)들이다. '모든 사물에 기억과 역사가 있다'고 믿는 임충섭은 하찮아 보이는 오브제들을 정성껏 수습해 채색하고 조각한 뒤 새롭게 나열해 또다른 서사를 만든다. 파란 하늘에서 영감을 받아 채색된 자전거 안장, 뉴욕의 오래된 건물에서 발견한 쇳덩이, 길거리에 떨어진 녹이 슨 철고리 등 수많은 사물들이 모여 새로운 역사가 됐다.

지하 전시장에는 '임충섭의 시그니처'로 꼽히는 고부조와 오브제 아상블라주 작업이 나왔다.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오가며 회화로도, 조각으로도 분류하기 어려운 임충섭 특유의 탈범주적 장르의 작품들이다. 그의 부조(릴리프) 작품은 살아있는 박제된 동물이나 식물의 일부를 형상화한 듯 특유의 조형성이 도드라진다. 

임충섭의 작품은 대부분 오랜 시간 쌓이고, 풍화된 그의 기억에서부터 시작된다. 낮은 선반에 올려진 듯 일렬로 나란히 전시된 아상블라주 연작 '화석–풍경@다이얼로그'에서 그 면모를 여실히 살필 수 있다. 거리를 걸으며 발견한 새의 깃털, 공업용 못과 지퍼, 방충망 등 성질과 쓰임새가 전혀 다른 재료를 한 화면에 배치하거나 중첩한 작업이다. 물질적, 개념적 이질성을 가진 정체불명의 오브제들이 마치 연극무대를 꾸미듯 작은 나무박스에 배치돼, 작가의 내면에 유유히 흐르는 기억을 환기시킨다.

[서울 뉴스핌] 삼청로 갤러리현대가 기획한 '임충섭:획' 전의 작가 임충섭. [사진=이영란 기자] 2023.12.14 art29@newspim.com

늘 어느 한쪽을 택하며 살아온 우리에게 임충섭의 차분하지만 알 수 없는 에너지를 품은 작품은  동양과 서양, 자연과 문명, 과거와 현재를 사뿐히 넘나들며 초월성을 드러낸다.익숙한 듯 낯선 그 중간 사이의 세계는 보는 이에게 새로운 감각과 인식을 선사한다.

이렇듯 다양한 형식의 작품세계는 한국의 농촌(충북 진천)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향수가 그 바탕에 지긋이 깔려 있다. 임충섭은 어린 시절 진천읍내를 가로지르는 맑디 맑은 백사천에서 뛰놀던 기억에, 수직적인 고층빌딩이 늘어선 메가시티 뉴욕에서의 삶을 오버랩시키며 스스로를 그 둘을 잇는 '사잇'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이 '사잇' 개념은 임충섭 작업의 창조적 원동력이자 시각적 모티프로 자리잡으며, 그의 작품세계를 함축하는 단어다.

임충섭은 재료 선택에서도 대단히 자유롭다.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명저를 남긴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모든 사물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공감하며 뉴욕 거리서 주워온 나뭇가지와 흙, 자전거 안장, 헤어핀 등 온갖 물품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이를 통해 인간과 문명, 개인의 기억과 현재 사이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정서와 감각의 여정으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20여년 전 뉴욕 맨하탄의 트라이베카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작업 중인 그에게 뉴욕은 어떤 곳이냐고 물었다. "매일 아침 허드슨강 주변을 한시간쯤 산책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산책을 하며 마주치는 뉴욕은 현대미술이 늘비한 곳이다. '늘비하다'는 많은 것들이 늘어서 있는 상태인데, 맨하탄은 따라서 그 자체가 현대미술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산책과 명상, 창작활동 외에 다른 무엇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단순한 나날을 영위하는 그는 '불교가 현대미술과 가장 가까이 있다'고 믿는다. 불교의 핵심이 '견성'(見性), 즉 본래 그대로의 자기의 본성을 보는 것인데 현대미술이야말로 '마음을 보는 것'이니 불교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창작활동이야말로 현실 너머의 '내면 보기'라는 설명이다. 

임충섭은 196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73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서울예고 시절 스승이었던 김병기 선생이 먼저 와 계셨고, 서울대 미대 동기인 화가 김차섭과 조각가 한용진과 어울렸다. 초창기 단순노동을 하며 학비를 벌던 임충섭은 액자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솜씨를 인정받아 프레임샵을 열었다. 이 때의 경험이 그를 변형캔버스(shaped canvas)를 자유자재로 만들게 한 동력이 됐다. 작은 작업은 물론 2m가 넘는 대형 작업까지 나무를 자르고 이으며 직접 만들고, 설치작품도 마찬가지다.

1980년 퀸즈미술관의 연례공모전에 선발된 임충섭은 같은 해 뉴욕의 유명화랑 OK해리스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후 도로시골딘갤러리, 뉴버거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뉴욕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내에서는 갤러리원, 국제갤러리, 삼성 로댕갤러리, 학고재, 국립현대미술관, 갤러리현대에서 작품전을 열었다. 임충섭의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허시혼미술관과 조각정원, 국립현대미술관, 리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시드니대학교 파워미술연구소, 일신문화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2024년 1월 21일까지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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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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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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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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