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6·7시리즈 사용자, 애플 상대 손배소 승소
법원 "애플, 소비자 1인당 7만원 위자료 지급해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국내 아이폰 구형 모델 사용자들이 애플의 배터리 고의 성능 저하 의혹과 관련해 제기한 집단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2-3부(박형준 윤종구 권순형 부장판사)는 6일 이모 씨 등 7명이 애플 본사인 애플인코퍼레이티드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애플인코퍼레이티드는 원고들에게 1인당 7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애플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재판부는 애플이 2017년 1~12월경 아이폰의 최고 성능을 제한하는 성능조절기능이 담긴 운영체계(iOS) 10.2.1과 11.2 업데이트를 각각 배포한 것과 관련해 1심과 달리 대한민국 소비자기본법상 고지의무 내지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이어 "원고들로서는 운영체제인 iOS의 업데이트가 일반적으로 아이폰의 성능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신뢰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업데이트가 아이폰에 탑재된 프로세서 칩의 최대 성능을 제한하거나 이로 인해 앱 실행이 지연되는 등 현상이 수반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이 사건 아이폰은 당시 스마트폰 기술 수준에 비춰 최상급 성능을 갖춘 고가의 기기에 속했다"며 "비록 전원 꺼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방식이 아이폰의 중앙처리장치(CPU)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일부 제한하는 것인 이상 피고 애플로서는 애플을 신뢰해 아이폰을 구매한 원고들에게 이 사건 업데이트를 설치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함께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 애플은 이러한 중요사항에 관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원고들은 업데이트 설치 여부에 관한 선택권 또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했으므로 피고 애플은 고지의무 위반의 불완전이행으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소비자들이 주장하는 재산상 손해를 인정할 증거는 부족하다면서도 선택권 등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액을 1인당 7만원으로 정했다.
다만 "업데이트로 인해 아이폰의 성능 저하 현상이 영구적·불가역적으로 발생했다거나 기기의 성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기 훼손 내지 악성프로그램 배포에 따른 애플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애플코리아의 배상 책임도 없다고 판단했다. 애플코리아가 업데이트 개발·배포에 관여했다거나 업데이트와 관련한 고지의무가 있음을 인정할 증거는 부족하다는 이유다.
소비자들을 대리한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조정이나 합의가 아닌 소송에서 iOS 업데이트 문제와 관련해 애플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며 "애플 측이 상고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법원까지 (승소) 판결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아이폰6·6S·SE·7시리즈 모델 사용자들은 애플이 배터리 결함을 은폐하고 후속 모델의 판매 촉진을 위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부작용을 숨겼다며 2018년 소송을 냈다. 이들은 아이폰 손상에 대한 재산적 피해와 성능 저하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주장하며 1인당 20만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1심은 "성능조절기능이 반드시 사용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거나 불편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애플 측 손을 들어줬다. 당시 원고는 6만3000여명이었으나 대부분 항소하지 않으면서 항소심에서는 7명만 원고로 참여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