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손배소·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 재판 개입
상고법원 도입 반대세력 탄압...'물의야기 법관' 낙인
"사법부 이익 실현 위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아"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검찰이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김현순 조승우 방윤섭 부장판사)는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검찰은 "피고인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헌법상 가치인 법관의 재판 독립을 보장하고 신속·공정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재판 사무를 지원, 감독하라는 책무를 부여받고 이에 필요한 권한을 위임받은 사법행정권자이다"며 "오랜 기간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며 사법부의 이익 실현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피고인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의 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해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에서 원고인 피해자들을 배제한 채 정부 및 피고 측과 은밀히 소통하며 재판에 개입했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재판을 청와대에 대한 유화책 소재나 압박의 지렛대로 활용할 방안을 검토·실행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고인은 사법부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 개인을 위한 맞춤형 검토 자료를 제공하고, 국회의원의 청탁을 받고 재판에 개입하는 등 특정 의원의 사선 변호사 역할을 수행했으며,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해 재판에 개입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권력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는 법적분쟁의 최종 판단권자로서 그 무엇보다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며 "재판 과정에서 재판 당사자도 아닌 사법부의 이해관계를 고려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떤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행정처는 일선 법관에게 재판 결론에 따른 사법부 조직의 유불리를 환기시키며 특정 판결을 요구 내지 유도해 재판 독립 환경이 파괴됐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20년 9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7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9.23 dlsgur9757@newspim.com |
아울러 "피고인은 상고법원 도입 등에 반대하는 세력을 대내외적으로 탄압했다"며 "자신의 뜻에 반하는 판사들에 대해 '물의야기 법관'이라는 낙인을 찍어 관리했고 국제인권법 연구회와 그 소모임은 사법행정 반대세력으로 규정해 이들을 와해시키기 위한 방안을 은밀히 검토하고 실행했다"고도 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세 차례에 걸친 대법원 자체조사 단계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핵심책임자로 지목됐고 이 사건 수사와 재판을 통해 대부분 범죄사실을 기획하고 지시, 실행해 깊게 관여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지시로 과연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내용이 담긴 문건들이 다수 생산됐고 그 내용들이 실제 실행에 옮겨졌다. 그 과정에서 심의관들과 일선 재판부 법관들은 사법부 이익 실현을 위한 부속품으로 전락했다"며 "이는 우리나라 사법부의 신뢰를 처참히 무너뜨린 사건"이라며 임 전 차장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8년 재판에 넘겨졌다.
구체적으로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사건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사건 ▲전국교직원노조 법외노조 처분 사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 일선 재판에 개입하여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 내 진보 성향 학술모임을 부당하게 축소하려 한 혐의 등을 받는다.
임 전 차장의 재판은 2018년 12월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이후 약 5년 만인 이날 마무리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2019년 주 4회 재판 진행에 반대하며 임 전 차장 측 변호인단이 전원 사임하고, 2021년에는 당시 재판장이던 윤종섭 부장판사에 대한 공정성 의혹을 제기하며 기피 신청을 내기도 했다. 와중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재판 지연이 계속됐고 이후 법관 정기인사로 재판부 구성이 변경되면서 재판이 재개됐다.
한편 임 전 차장과 함께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한 상태이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22일 나올 예정이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