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비방 현수막·근조화환 논란
법원행정처 현수막 게시 단체 고발
전국법관회의도 다음 달 대응책 논의
법조계 "무분별한 공격, 법치주의 침해"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과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판사들에 대해 무분별한 비방을 쏟아내는 가운데 사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법원행정처가 최근 판사 비방 현수막을 게시한 시민단체를 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전국 법관들 또한 이에 대한 논의에 나서기로 했다. 법조계는 재판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논쟁이나 비판의 차원을 넘는 비방에 대해 법치주의 자체를 침해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5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렸다. [사진=전국법관대표회의] 2022.12.05 sykim@newspim.com |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다음 달 4일 열리는 제2회 정기회의에서 법원행정처가 판사 비방 대형 현수막 게시자를 형사고발 한 사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13일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한 시민단체를 옥외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유 부장판사가 지난 9월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서울 서초동과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에 유 부장판사를 비방하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유 부장판사의 얼굴 사진과 함께 '정치판사', '개딸에 굴복한 사법부 사망' 등의 비방 문구가 담겼다.
현수막을 게시한 시민단체는 서초동과 대법원 일대에 유 부장판사를 징계하라는 내용이 담긴 수백 개의 근조화환을 설치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법원행정처의 고발이 이뤄지자 해당 시민단체는 지난 23일 서초동 일대에 게시했던 현수막을 철거했다. 24일에는 강남역 현수막도 자진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실제 시위도 하지 않고 현수막을 게시한지 30일도 넘어 고발을 했다"며 "당분간 현수막이 추가 게시되지 않는 것이 확인되면 기존 고발 건 취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의 대응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동안 서초동 일대에 대법원장이나 대법관, 일선 판사들을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지만 법원행정처가 고발 조치까지 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 또한 판사 개인을 향한 과도한 비방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회의 안건으로 다루겠다고 예고하면서 판사 보호 제도 마련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일선 판사는 "과거에도 서초동 일대에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근조화환이나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판사를 비방하는 현수막을 게시한 사례는 많았다"면서도 "신상털기식으로 개인의 얼굴을 내걸고 현수막에 도를 넘는 비방 문구를 담는 행위에 대해서는 판사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법원이 보호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또한 표현의 자유도 필요하지만, 욕이나 협박 차원의 공격으로부터 판사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법정모독죄가 없기 때문에 비방 현수막을 내걸더라도 옥외광고법 위반을 적용해 현수막을 철거하는 수준의 조치밖에 취할 수 없다"며 "재판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논쟁이나 비판의 차원을 넘는 비방은 법치주의 자체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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