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라피더스, 올해 실리콘밸리 사업소 설치
日 정부, 엔비디아 AI 개발용 설비 안정적 공급키로
"삼성과 기술 격차 좁아질 우려…대응 전략 필요"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반도체 산업 부흥을 꾀하고 있는 일본이 글로벌 반도체 연대를 구축하면서 자체 첨단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반도체 지원에 더해 일본 기업과 글로벌 기업·연구기관 등과의 협업 및 투자까지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을 향한 추격이 빨라지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미쓰비시UFJ 등 대기업 8곳은 지난해 11월 국영 파운드리 기업인 '라피더스'를 설립했다. 라피더스는 수년 안에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를 따라잡고 첨단 반도체를 국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로부터 3조원의 지원금을 받아 오는 2025년 2나노 시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라피더스는 글로벌 기업·연구기관과 기술 협력에 나서고 있다. 라피더스는 올해 안에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사업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를 사업 거점으로 삼아 이들 기업을 미래의 고객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산업 부흥을 꾀하고 있는 일본이 글로벌 반도체 연대를 구축하면서 자체 첨단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코이케 아츠요시 라피더스 대표이사 사장과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가 IP 파트너십에 관한 서명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라피더스] |
또 라피더스는 이달 도쿄대, 프랑스 전자정보기술연구소(CEA-Leti)와 함께 1나노 공정 반도체 설계를 위한 기초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현재 가장 앞선 양산 기술은 3나노이며, 삼성전자와 TSMC가 2나노 양산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라피더스도 2나노를 넘어 1나노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북미 반도체 기업과의 제휴·투자 유치에 나선 결과, 엔비디아와 AMD 등이 일본에 인공지능(AI)용 반도체, AI 개발용 설비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반도체 전설' 짐 켈러가 이끄는 캐나다의 텐스토렌트와도 업무 협약을 맺고 AI용 반도체 공동 개발을 한다.
이 같이 일본의 기업과 정부가 글로벌 첨단 반도체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나서면서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에 가해지는 위협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파운드리가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요한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이면서 TSMC를 쫓고 있는 삼성전자가 되레 공격적인 투자를 앞세운 후발 기업들에 추격을 당하면서 '샌드위치' 구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만의 차별화·방어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일본 기업들은 소재·부품·장비에 강한 상태인데다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파운드리에서 삼성을 따라잡을 수 있다"며 "인공지능(AI) 시장 확대 등으로 파운드리에서 글로벌적인 경쟁과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라피더스 등 일본의 추격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삼성이 당장은 후발 기업들보다 기술력이 앞서고 있지만 기술 격차가 언제든지 급격히 좁혀질 수 있는 만큼, 위기의식을 느끼고 이를 대응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