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스 야구단 29년만에 우승 도전
야구사랑 유명한 LG 총수일가, 올해 기대감 부풀어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롤렉스'와 '아와모리 소주'. 야구에 진심인 LG 총수 일가의 염원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물건들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LG가의 29년된 숙원이 이뤄질 지 관심이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LG트윈스와 KT위즈가 최종 우승을 놓고 맞붙고 있다. 현재까지 양팀이 1승1패로 주고받은 가운데 이날 수원에서 3차전이 열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 = LG] |
관심은 구광모 LG 회장이 선친인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도 회장 시절 맛보지 못했던 우승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지다.
LG트윈스의 우승은 1994년이 마지막이다. 올해 29년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1994년은 구본무 선대회장이 회장에 오르기 직전이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1994년 LG트윈스 구단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이듬해 회장에 오른 후에는 한번도 트윈스의 우승을 보지 못했다. 1994년 우승 당시 LG그룹의 회장은 구자경 회장이다.
롤렉스 시계와 아와모리 소주는 야구단 우승에 대한 구본무 선대회장의 염원을 고스란히 담은 상징들이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트윈스가 우승하면 최우수선수에게 선물하라고 시계를, 축배를 다같이 들기 위해 아와모리 소주를 남겼다. 이 물건은 거의 30년이 지나도록 주인을 찾지 못하고 구단 사무실에 보관돼 있다.
이 중 아와모리 소주는 1994년 우승 축승회에서 LG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축배를 든 술이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당시 "내년에도 우승하면 이 술로 다시 건배하자"고 했고, 이에 이듬해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세통을 사왔다. 하지만 30여년간 축배를 들지 못했다.
아와모리 소주는 증류주인만큼 시간이 지나면 자연 증발된다. LG가 가지고 있는 소주 역시 상당량 증발했다. 이에 최근 구단측에서는 세통에 있던 것을 한통으로 모았고, 양이 부족할 것 같아 몇통을 더 구매했다. 올해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친의 야구단에 대한 애정, 그리고 팬들의 열망을 담아 구광모 회장도 지난 7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를 관람했다. LG트윈스 가을야구의 상징인 유광점퍼를 입고 선수들을 응원했다. 그가 잠실 야구장을 찾은 것은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회장 취임 전에는 동료들과 종종 야구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 총수 일가의 야구 사랑은 유명하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경남중학교 시절 외야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야구에 각별하다. 2017년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맡아 야구 발전에 기여했다. 그는 평생 소장한 야구 사진을 모아 2005년에 '사진으로 본 한국 야구 100년' 사진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또 다른 동생인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경남중학교 투수 출신이다. LG트윈스 구단주 시절 직접 해외 훈련지를 방문해 선수 격려에 나서기도 했다.
2대 회장인 구자경 회장 시절인 1994년 이후 29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LG트윈스. 구광모 회장은 선친이 회장 시절 끝내 못 이룬 '롤렉스' 주인을 찾아주고, 아와모리 소주로 축배를 들 수 있을 지 여부가 올해 프로야구에 또 하나의 재미를 주고 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