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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차이나] <11> '중국유학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 손한기 남경항공항천대 교수

기사입력 : 2023년11월09일 09:20

최종수정 : 2023년11월09일 09:20

법학 전공인 나는 군대 전역 후 사법고시를 준비하기 위하여 고시촌이라고 불리는 서울 신림동에서 시험 준비를 했었다. 학원 강의 또는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동네수퍼에 설치된 자판기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진열해 놓은 신문을 보면서 약간의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

당시 내가 본 신문 기사에는 종종 중국과 관련한 기사들이 게재되었는데,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과 더불어 우리 기업들이 대거 중국에 진출했지만, 중국 꽌시(关系) 좋다고 소문난 사기꾼의 말만 믿고 현지 법을 준수하지 않아 큰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내에는 여전히 중국법 전문가가 부족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똑똑한 친구들이 합격 여부가 불투명한 고시 공부에 집중할 때, 나는 중국에 가서 중국법을 전공해 보면 어떨까'. 그래서 과감히 고시 공부를 포기하고 '니하오(你好)', '세세(谢谢)', '짜이지엔(再见)' 세 단어만 외운 채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후 2005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중국 생활을 즐겁게 계속하고 있다.

생애 첫 해외 방문지인 베이징 쇼우두 공항에 도착한 나에게 가장 먼저 닥친 관문은 어학연수를 할 베이징 제2 외국어대학(北京第二外国语学院)을 혼자서 찾아가는 것이었다. 중국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는 나는 겁에 질려 거의 2시간 이상을 공항을 배회하며 '안 되겠다.

중국에서 국제미아가 되어 고생할 바야 차라리 한국 대사관에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해 한국으로 바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한국인 관광객을 인솔하는 가이드가 보이기에 달려가 도움을 달라고 부탁해 겨우 택시를 타고 베이징 제2 외국어대학에 도착했다.

언어의 경우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중 사실 듣기와 말하기가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언어의 가장 본질적 기능이 타인과의 의사소통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인간이 모국어를 습득하는 방식과도 유사하다. 하지만 당시 한국의 영어 등 외국어 교육은 유독 읽기(리딩)와 쓰기(라이딩)만을 중시했다. 그래서 토익 토플 등 각종 영어시험 성적은 우수하지만 사실 외국인 앞에서는 벙어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중국어 공부에 있어서 듣기와 말하기에 특히 치중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간단한 세면을 하고 운동장에 나가면 적지 않은 중국 학생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나는 어색한 중국어로 "나 한국에서 왔는데 중국어를 못한다. 너랑 한마디라도 좋으니 중국어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먼저 말을 건넸다.

이런 나를 거의 모든 중국 학생들이 웃으면서 반겨주었고, "왜 중국 유학을 왔냐" 등등 이것저것 나에게 물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그들이 하는 말을 거의 알아듣지는 못했다. 중국 학생들은 내가 '팅부동(听不懂, 알아듣지 못했다)'이라고 하면 간단한 영어 또는 바디랭귀지를 섞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고, 이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어갔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손한기 교수가 한국의 저작권 보호 상황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1.09 chk@newspim.com

또한 나는 다른 유학생과 달리 아침 점심 저녁 식사 모두 중국 학생들과 함께 먹는 경우가 많았다. 학생 식당에서 혼자서 식사하는 중국 학생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 같이 밥 먹을 수 있냐고 정중하게 물어보았고, 이렇게 밥을 함께 먹으면서도 20분 정도 계속해서 중국어로 대화했다. 물론 도움을 준 고마운 중국 친구들에게는 한국에서 가져온 조금만 선물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보통 중국 대학의 외국인 대상 중국어 강의는 오전에 진행된다. 나는 오전 수업 시간에 배운 예문을 그대로 외우려고 노력했고, 오후가 되면 베이징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수업 시간에 배운 중국어를 한마디라도 더 사용하려고 시도했다.

또한 주말 또는 국경절 등 연휴에는 혼자서 태산, 서안 등을 여행하면서 중국어를 물론 중국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당시 중국에는 아직 고속철이 없었다. 장거리를 여행을 가는 경우 침대칸에 누워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나는 항상 배낭과 함께 여행용 트렁크에 맥주 한박스를 넣어서 기차에 올랐다.

그리고 총 6명이 같이 자는 기차 칸에서 지금 생각하면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게 "나 한국인인데, 당신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가방에 맥주가 한 박스 있는데 같이 마시면서 무료한 밤을 즐기자"라고 소리쳤다. 이상한 외국인을 마주한 중국인들은 잠시의 주저함을 뒤로하고 한 명 두 명 바이주, 땅콩, 컵라면 등을 들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면 우리는 밤새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그들은 현지 여행 정보, 맛집 정보 등을 친절하게 알려주었으며 소매치기와 절도 등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며 어려운 일을 당하면 연락하라고 연락처를 알려 주기도 했다. 또한 몇 번은 기차 침대칸에서 처음 사귄 중국 친구의 집에 가서 며칠씩 먹고 지낸 적도 있다.

생각해 보면 당시의 중국 여행이 지금보다 더 낭만적이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고속철이 없어서 이동에 많은 시간은 소요됐지만, 기차 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주위의 풍경도 고스란히 볼 수 있었고,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하여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음식을 나눠 먹으며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처음부터 이처럼 재미있게 중국 생활을 한 건 아니었다. 중국에 막 도착했을 당시에는 중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고 또한 일부 중국 음식에 들어있는 고수 나물로 인해 중국 음식을 주문해 먹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에 도착한 후 15일 연속 학교 정문 앞 맥도널드에서 하루 세끼를 햄버거를 때웠던 적이 있다. 햄버거를 썩 즐기지 않는 내가 15일을 연속 햄버거만 먹었더니 어느 날 속이 안 좋아서 밤새 구토를 했고, 서글픈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중국에 햄버거 먹으나 온 것도 아니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이제부터 두려워하지 말고 제대로 중국과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좀 더 과감하고 용감해지자' 이후 베이징제2외국어대학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중국 최고 명문 대학 중 하나인 중국인민대학 법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인민대 입학 나아가 인민대 박사 학위 취득까지 참으로 많은 중국 친구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들은 내 인생의 동반자이자 백낙(伯乐)들이다. 그들은 내가 인민대에 입학할 수 있도록 각종 입시자료를 공유하며 입학을 도왔고 입학 이후에는 좋은 논문을 적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움을 주었다.

덕분에 나는 베이징시정부장학금과 중국정부장학금을 받아 석사 및 박사과정을 큰 금전적 부담 없이 마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한국에서 군대를 다녀왔고 또한 중국어 어학연수 등을 받았으므로 동기들보다 나이가 너댓살 많았다. 근데 한국에서는 당연히 형 또는 오빠라고 불러야 하는 나이 어린 동기들이 계속해서 내 이름인 '한기'만을 부르는 것이 내심 조금은 불편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손한기 교수가 박사 과정 시절 지도교수, 동창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09 chk@newspim.com

그래서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한국의 호칭법을 소개하면서 나를 형 또는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자, 한 친구가 "중국에서는 동기끼리 이름만 부른다고 하며, 네가 맥주 두 병을 원샷하면 앞으로 형이라 부르겠다"고 해서 객기로 맥주 두 병을 단번에 마셨다. 이후 내 석사 동기들은 지금까지 나를 한기형 또는 오빠(汉基哥)이라 부른다.

이는 내가 타국인 중국에 와서도 입향수속(入乡随俗, 해당 지역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라야 한다는 의미) 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였다. 한국에서는 보통 연장자가 밥과 술을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동기들 및 중국 친구들에게 자주 밥과 술을 사며 그들과 친해지려 노력했고, 그들 또한 한국에서 온 이방인 친구를 매우 반겨주었다.

학기 중에는 같이 수업 듣고, 주말에는 근처의 향산(香山)에 자주 올랐으며, 방학이면 동기들 집에 가서 며칠씩 공짜로 먹고 자면서 민폐를 끼치기도 했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나는 중국을 점점 알아갔고 좋아하게 되었다. 또한 동고동락하면서 쌓은 우정은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다.

나는 인민대학에서 어학연수·석사·박사과정 등 거의 10년을 유학생 신분으로 보냈다. 인민대학에는 저명한 학자도 많았는데, 나의 지도 교수인 한대원(韩大元) 교수님은 중국 국내외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헌법학자 중 한 명이다. 그런 그에게서 거의 8년을 배웠고 많은 지도를 받았지만, '명사출고도(名师出高徒, 훌륭한 스승 밑에서 훌륭한 제자가 나온다)'는 말과 달리 좋은 제자가 되지 못해 교수님께 항상 죄송한 마음이 든다.

박사 학위 취득 후 한대원 교수님, 세계적인 지식재산권법 권위자 중남재경정법대학(中南财经政府大学)의 오한동(吴汉东) 총장님, 한국 동국대학교 박영길(朴荣吉) 교수님 등 여러 은사의 추천과 도움으로 나는 운 좋게 중국의 여러 명문 대학에서 근무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그동안 중국 무한(武汉)의 중남민족대학(中南民族大学) 법학원, 남경이공대학(南京理工大学) 지식재산권학원에 근무했고, 현재는 남경항공우주대학(南京航空航天大学) 인문사회과학대학에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들 대학의 원장과 서기, 동료 교수, 학생들로부터도 많은 지지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지난 시간 중국 대학 교수로서의 나의 삶은 매우 순탄하였다.

이러고 보면 나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종종 일부 한국 지인들이 "손교수의 중국 꽌시가 좋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사실 인접 국가로서 우리와 중국은 예전부터 많은 교류가 있었고, 많은 (전통)문화를 공유하고 있기에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보다 더 쉽게 중국인과 친해질 수 있다. 결국 인간관계는 어디를 가더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구를 만나든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서고, 잘못이 있으면 솔직하게 사과하고,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면 예의 바르게 도움을 요청하면 될 것이다. 즉 상호 존중과 신뢰가 있으면 중국인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중국에서는 중국인 친구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손한기 교수가 장쑤성 성도인 난징(南京, 남경)에서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2023.11.09 chk@newspim.com

주의해야 할 점은 중국인과의 관계에서는 반드시 눈앞의 이익보다 의리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의 금전적 이익 앞에서 늘 의를 돌아봐야한다(见利思义)는 얘기다. 그러면 나중에 이익도 따라올 것이다. 물론 당장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중국 친구들이 주위에 생기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중국은 우리와 달리 고등학교 진학도 쉽지 않은 지역이 많고, 대학에 다닐 수 있는 학생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작다. 그래서 중국 대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며, 학생들 간 경쟁도 치열하다. 나는 외국인 교수로서 철저한 강의 준비를 통하여 중국과 다른 외국의 법과 제도, 법 문화를 그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한편, 학생들에 대한 요구도 매우 엄격한 편이다.

수업 태도가 좋지 않거나 또는 과제를 열심히 해 오지 않는 학생에게는 종종 F 학점(불합격)을 주곤 하는데, 그래서 나를 싫어하는 중국 학생도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인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과 세금(血汗钱)으로 월급을 받고 있기에 교수로서의 직책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졸업생 중 일부가 종종 내게 연락해서 안부를 묻거나,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면,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최근 한중관계가 썩 좋지 못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핵심은 상호 존중과 신뢰 부족에 기인한다. '나와 사고와 행동이 다르면 그르다'라는 생각은 우리 인류가 가장 쉽게 범하는 오류 중 하나다. 중국과 많은 전통문화를 공유하지만, 우리와 중국은 엄연한 문화적 차이가 있으며, 특히 공적 제도인 정치·경제·사회시스템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한편 겉으로 보기에 양국이 추구하는 가치에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그 차이는 크지 않다. 단지 이를 실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사실 두 나라 모두 '모든 시민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가지고 자유롭고 평등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하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발전에 공헌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국 간에 지난번 사드 사태와 같은 정치적 외교적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적 채널을 상시 운영하여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을 적극 도모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국가 간 분쟁이 민간교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민간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

나는 '내가 지금 생활하고 있는 이곳이 내 나라'라는 생각을 가지고 중국 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나는 중국인의 사위이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중국에서 제일 아름답고 착하고 좋은 여자를 아내로 맞아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 사회와 한중관계 발전에 조금이라도 더 기여할 수 있는 학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좋은 이웃은 금으로도 바꾸지 않는다(好邻居金不换)'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 한중 양국의 발전을 기대해 보면서 다시 한번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뜻을 되새길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끝으로 그동안 중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대학교수로 있는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손한기(孙汉基) 남경항공항천대학 인문사회과학대학 부교수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연구교수
중국 남경이공대학 지식재산권 학원 부교수
중국 남경항공항천대학 인문사회과학대학 부교수 (석사지도교수)
중국에서 행정법 등 공법 강의, 한국과 중국에서 논문 20편 게재
한국비교공법학회 국제이사, 한중지식재산권법학회 국제이사 역임
2023년 중국 강소성 노동자 명예 메달 수상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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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국정 지지율 30.1%…부정평가 66.7% '경고등' [서울=뉴스핌] 김종원 전문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1%가 나왔다. 지난 2주 전 뉴스핌 정기 여론조사 38.1%보다 8%포인트가 빠졌다. 반면 부정 지지율은 66.7%로 2주 전 59.3%보다 7.4%포인트가 오른 70%에 육박했다. 정부·여당의 4·10 22대 총선 참패에 따른 국정 심판 여파가 아직도 전 연령과 전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취임 2년을 맞는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 확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번 정례 여론조사는 뉴스핌 의뢰로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 간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4·10 총선 민의에 따른 윤 대통령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지난 29일 첫 영수회담 결과는 아직 민심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좀 더 여론의 추이를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례 조사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 15.2%, '잘하고 있는 편' 14.9%로 국정 긍정 평가는 30.1%였다. 4·10 총선 직후 2주 전인 지난 4월 15·16일 뉴스핌 정기조사 때 긍정평가 38.1%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지지율이 뉴스핌 정기 여론조사에서 30%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사실상 국정 장악과 국정 운영 동력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부정평가는 '매우 잘 못하고 있다' 57.2%, '잘 못하는 편' 9.5%로 국민 10명 중 7명에 가까운 66.7%였다. 지난 2주 전 조사 59.3%보다 7.4%포인트가 많아졌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부정 격차는 지난 2주 전 조사와 비교해서 21.2%포인트에서 36.6%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에서 부정평가가 79.2%로 가장 높았다. 40대 77.4%, 50대 70.4%로 30·40·50세대 10명 7명이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70대 이상에서만 부정 41.0%, 긍정 48.0%로 긍정 평가가 조금 앞섰다. 지역별로는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의 전통 지지층인 대구경북(TK)에서도 긍정 40.9%, 부정 54.4%로 부정 수치가 10%포인트를 훌쩍 넘어섰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긍정 35.5%, 부정 61.6%로 긍·부정 격차가 절반 가까이 됐다. 광주전남전북 호남에서는 부정 80.9%, 긍정 16.5%로 10명 중 8명이 부정적이었다. 정당별 지지층에서도 지지층이 없는 무당층의 69.1%가 부정, 긍정 27.9%로 10명 중 7명 가까이가 부정적 평가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이유에 대해 "지난달 29일 이재명 야당 대표와 취임 후 700여 일 만에 첫 영수회담을 했지만 국론 분열과 민생 위기를 타개할 뚜렷한 해법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오히려 4·10 총선 참패 이후 단행한 대통령실 비서실장에 찐윤' 인사를 임명하는 등 윤 대통령의 변하지 않는 일방적·독선적 국정운영 스타일과 함께 답이 보이지 않는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국민 피로감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민생 경제 불안감 등 여론이 악화되면서 지지층 마저 대거 이탈하며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추락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100%) 가상번호 임의걸기(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응답률은 2.9%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kjw8619@newspim.com 2024-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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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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