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재판 이어 대장동 재판서 이재명과 대면
"대장동 사건 책임지고 목숨 던질 생각한 것"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마주한 자리에서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죽을 생각을 했던 것이 끔찍하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5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6일 오전 '대장동 개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105차 공판을 받기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06 leemario@newspim.com |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2021년 9월경 정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함께 언론 및 수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받기로 한 대장동 수익(지분)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고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정진상에게 '제가 책임지고 묻고 갈 테니 꿋꿋하게 하라'고 말했고 당시에 죽을 생각이었다"라고 진술했다.
검찰이 '증인이 혼자 민간업자로부터 돈을 수수하고 이 대표나 정 전 실장은 대장동 사업자 선정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수사기관에 말하겠다는 취지인가'라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제가) 잡혀가든 무슨 일이 생기든 제가 죽든 책임지겠다, 떠안겠다'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뒤 가장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지목했다. 또 자신이 처벌받는 것이 두려웠고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질 생각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검찰은 "증인이 목숨을 던지면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에 대한 처벌이나 수사가 안 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중간 과정이 잘리는 것이라며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고(故) 전형수 전 경기지사 비서실장(전 성남시 행정기획국장)을 언급했다.
그는 "국장님이 이재명을 위해 해준 일들을 누구도 증언할 수 없지 않느냐"며 "대장동은 이재명과 정진상이 교류하면서 제가 중간에서 한 일들인데 제가 없으면, 지금 제가 있는데도 뻔뻔하게 증언하는 내용들을 확실하고 더 심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만 해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끔찍하다"고 부연했다.
유 전 본부장의 이날 발언은 정 전 실장의 증거인멸교사 혐의와 관련한 질문 과정에서 나왔다. 정 전 실장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버리라고 지시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21년 9월 29일 아침 정 전 실장과 페이스타임(영상통화)을 하던 도중 2주 정도 사용하던 아이폰을 왜 창밖에 버렸느냐"고 물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누가 초인종을 눌렀고 제가 '압수수색 온 것 같은데요'라고 하자 '(정 전 실장이) 폰 버려라'라고 해서 버리고 문을 열어줬다"라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은 "다음날 김용이 '지금 정진상이 중앙지검장과 술 마시고 있고 입원하거나 하면 안 건드리기로 약속했으니 빨리 병원 가라'고 말했다"며 자신이 검찰에 체포되는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전 부원장이 수시로 전화해 '무조건 도망가라, 백두대간이라도 타라, 열흘만 있다 오면 경선이 끝난다'고 했고 산에 가는 걸 거절하자 썩은 음식을 먹고 입원이라도 하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건 관련 검찰 출석 조사를 앞둔 2021년 10월 1일 새벽 급성 복통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검찰에 체포됐다.
이날 유 전 본부장과 이 대표는 지난 6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진행된 증인신문 이후 다시 법정에서 대면했다. 유 전 본부장은 오는 14일에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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