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물량 전년비 2배 넘게 증가
경기도, 인천, 서울 순...고금리·주택경기 둔화 우려
연말 주담대 금리 8%대 유력...경매행 확산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고금리에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고 거래시장이 빠르게 위축되자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새로운 주인을 찾으려는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는 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담보 매물을 경매로 매각할 수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자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담보 매물이 기존 주택시장에서 소화되지 않는 것도 경매 매물이 늘어난 이유다. 주택 거래량 둔화가 본격화한 데다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해 경매에 오르는 매물이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10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매물 1118건...전년比 137%↑
6일 대한민국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도권에서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는 총 1118건으로 전년 동기대비(471건) 137.4% 늘었다. 연중 최대치이자 전달(936건)과 비교해 19.4% 늘어난 수치다.
수도권에서 가장 매물이 증가한 지역은 경기도로, 아파트가 전년동기(282건) 대비 132.4% 증가한 655건이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전달(489건) 대비로는 34.0% 증가했다.
경기도는 올해 1월에는 200건대였으나 2월 300건대로 늘더니 3월에는 400건대를 돌파했다. 4~7월에도 이 수준을 유지하다 8월 500건대로 뛰었다. 이후 소폭 감소했지만 10월 다시 600건대로 진입했다.
지난달 인천은 아파트 경매 매물이 183건으로 전년동기(69건) 대비 165.2% 증가했다. 전달(180건)과는 비슷한 규모다. 이 지역도 작년 말 월간 경매건수가 100건을 밑돌았다가 4월 254건으로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100건 중반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달에는 4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까지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수요가 많은 서울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 경매 매물은 280건으로 전년동기(120건) 대비 133.3% 증가했다. 전달(267건)과 비교하면 4.9% 늘었다.
◆ 고금리·주택경기 둔화 우려...경매행 확산 불가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주택시장의 거래가 침체한 것이 경매건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4.55~7.177%이다. 올해 1월 금리상단이 8%를 돌파한 이후 하락 전환해 5월에는 5%대 후반까지 내려앉았다. 재차 상승 전환하더니 지난달에는 7% 돌파, 연말 8%대 진입이 유력하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2금융권은 이미 대출 이자의 상단이 8%가 넘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자의 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이 높아진다. 특히 집을 매입할 경우 수억원대 대출을 받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5억원 주담대 대출자가 30년 만기, 연이자율 5.0%, 원리금균등상환으로 돈을 빌렸을 경우 매월 상환액이 268만원이다. 같은 조건으로 대출금리가 6.5%로 높아지면 상환액은 316만원으로 기존보다 48만원 늘어난다.
가계부채도 문제지만 경기둔화로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유동성 문제가 심상치 않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0.43%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0.04%p(포인트), 1년 전(0.42%)보단 2배 정도 상승한 수치다. 올해 1~8월 국내은행 대출채권에서 발생한 신규 연체금액은 1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12조6000억원)를 이미 뛰어넘었다. 대출 상환이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가 늘어 담보물권이 경매시장에 흘러들 여지가 더 높아진 셈이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고금리와 주택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경매시장에 흘러드는 매물이 늘어나는 형국"이라며 "투자심리가 위축돼 재건축, 교통망 호재 등의 지역을 제외하고 유찰 비중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