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고교 다양화 300에 뿌리둔 정책…사교육 부채질"
"특구 지정 지역과 비특구 지역 차별과 경쟁 발생할 것"
교육부 "명문학교 육성, 교육부 기조 아냐…공교육 강화"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비수도권 지역에 주민이 원하는 명문학교를 만들 수 있는 '교육발전특구' 도입을 두고 교육계 내에서 '학교 서열화'를 부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구로 지정되면 지자체장과 교육감이 특정 목적을 가진 고등학교를 설립할 수 있고 우수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위 명문고라 불리는 학교가 설립되고 수도권 지역 학생을 끌어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3일 교육부의 '교육발전특구'가 특권학교를 확대하고 부추기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0월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 발표를 마치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전교조는 "교육과정 자율화 및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학교 운영에 대한 규제 완화가 입시 몰입교육으로 이어져 오히려 획일화를 부추겼고 이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정책을 통해 경험했다"라며 "지역 맞춤형을 빌미로 지역 (고등학교) 서열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명박 정부 시기 이주호 장관이 추진한 고교다양화 300정책에 따라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 특성화고 등 고교 서열을 고착했다"라며 "교육발전특구는 고교다양화 300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발전특구는 학교 선택의 자유가 부로 결정되는 고교계급화 정책으로 사교육을 부채질할 것"이라며 "교육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교육발전특구 시범운영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라고 했다.
고교다양화 300은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된 정책으로 현재 고등학교 체계에 기반이 되는 정책이다. 학교 교육만으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게 하려고 다양한 학교 300개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정부는 '자사고 100개' '기숙형 공립고교 150개' '마이스터고교 50개'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과학고와 전국 단위 자사고, 외고·국제고와 광역 단위 자사고, 일반고, 특성화고 순으로 고교 체계가 서열화되고 고입 경쟁에 따른 사교육 시장이 커졌다.
이 같은 부작용은 이 부총리의 2022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지적됐다.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이 부총리는 청문회에서 "자사고 등 고교다양화 정책이 서열화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라고 인정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도 전일 성명을 통해 교육발전특구 정책을 비판했다. 교사노조는 "특구의 지정은 차별과 경쟁을 강화하고 다수 비특구 지역의 소멸을 가속할 우려가 크다"라며 "밀집된 수도권 인구의 분산이 아니라,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중소도시의 학령인구마저 뺏어와 결국은 '학교 없는 지역'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교육부는 이번 정책이 명문학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선을 그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제학교나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자사고 등 소위 명문학교는 현재 교육부 정책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교육감과 지자체 관계자에게도 이 점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특구가 도입되는 것"이라고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전일 대전에서 열린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공청회에서 "자사고, 특목고를 만들려는 제도가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학교를 공교육 틀 안에서 만들 것"이라며 "그래서 공교육 특례라는 것이고 교육감이 신청하게 되는 것도 그 이유"라고 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