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10만원·주식 400만원·일시금 250만원 잠정합의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폭, 노사 이견 차 커 감정 갈등
파업 위기에 기간산업 중단 우려, 노사 결국 잠정 합의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포스코가 창사 이래 첫 파업이라는 악재를 간신히 극복하고 국가기간산업으로의 역할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 30일부터 중앙노동위원회 최종 조정과 함께 이어진 교섭을 통해 31일 새벽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2023.10.31 dedanhi@newspim.com |
합의안의 주요내용은 △기본임금 10만원 인상(자연상승분 포함 17만원 수준) △주식 400만원 지급 △일시금(비상경영 동참 격려금) 250만원 △지역상품권 50만원 △격주 4일 근무제도 도입 △경영성과금제도/직무급제 도입/복리후생 재설계 등을 위한 TF 구성 등이다.
이와 함께 중식비 월 14만원 선으로 인상, 통신비 전 직원 월 3만원 선으로 1만3000원 인상, 정년 재채용 70% 선(처우 5700~6000만원 선), 주택자금 대부 매매 1억2000만원·임차 1억원(이자율 1.5%), 여기어때 이용권 연 20만원, 중등장학금 연 100만원, 장애인 지원 연 250만원이 포함됐다.
경조금은 본인 결혼 때 당초 100만원/7일 휴가에서 200만원/7일 휴가로 인상했고,자녀상 100만원/7일 휴가, 배우자 부모상 100만원/7일로 확정지었다. 출산 장려금은 첫째 300만원, 배우자 유사산 휴가 3일 신설, 생활관 거주 저근속자 석식 무료, 근속 축하금 5년 30만원·10년 40만원·15년 50만원도 합의했다.
이같은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포스코 노사는 올해 임단협 교섭을 최종 타결하게 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사진=뉴스핌DB] |
포스코의 올해 임단협은 그동안 5월 24일 노사간 임단협 상견례 이후 총 24차례 교섭에서 노조가 두 차례나 교섭 결렬을 선언할 정도의 진통을 거듭한 끝에 마무리를 눈 앞에 두게 됐다.
그동안의 핵심 쟁점은 역시 임금 인상의 수준이었다. 노조는 2023년 임금안으로 기본급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목표달성 성과급 200% 신설, 조합원 문화행사비 20억원 지원 등 23건의 임금성 안건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이를 모두 수용할 경우 추가로 총 1조6000억원으로 연간 인건비 총액의 70%를 넘는 지출이 생기며 1인당 9500만원 수준으로 과도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순탄치 않은 교섭이 예상되면서 교섭 초반, 엎친데 덮친 격으로 노사의 갈등까지 이어졌다. 노조는 사측이 교섭에서 임금과 관련해 제대로 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했다. 노조에 따르면 교섭 상당 기간 동안 핵심이었던 임금성에 대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6주 간 교섭 중단의 원인이 됐던 8월 28일 교섭 결렬 선언에서도 노조는 "회사 제시안은 직원들의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기본급 인상에 대한 내용 없이 노조에서 제시한 임금 요구안 23건 중 5건만 포함했다"고 사측을 비판했다.
포스코 사측은 9월 21일 교섭에서 기본임금 15만원, 주식 400만원 1대1 매칭, 격주 주 4일제, 구내 식당 중식 무료 제공, 정년퇴임자 70% 고용 연장 등 임금성 안건 17건을 제시했다. 10월 5일 교섭에서는 이에 더해 기본임금 16만2000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주식 400만원, 현금 1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등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그동안 어려운 경영 환경과 태풍 힌남노 피해로 인해 직원들은 동결 수준의 임금 협상을 받아들여야 했다"면서 회사 측 제시안이 미흡하고, 경영진이 지난해 어려운 속에서도 스톡옵션과 임금 인상에 나섰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성호 포스코노조 위원장과 쟁의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앞에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2023.10.10 mironj19@newspim.com |
사측의 최종안을 거부한 노조는 쟁의 절차에 돌입하면서 사측을 압박했다. 노조는 지난 1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단체교섭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28~29일 쟁의행위에 대한 전 조합원 투표를 진행해 75.07%의 찬성을 얻었다. 30일 시한까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이뤄내지 못하면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포스코는 30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최종 조정과 함께 이어진 마라톤 교섭을 통해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를 이뤘다. 노사 모두 국가기간산업인 제철소를 중단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
철강 산업의 특성상 한번 제철소의 운행이 완전히 중단되면 이를 재개하는 것에만 수 개월의 시간이 걸리며 이 시간 동안 수 만명에 달하는 협력사 및 그룹사 직원과 가족,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후방 산업 및 국가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파업이 진행되면 엄청난 피해와 함께 국가적 비난 여론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사측도 "파업이 일단 이뤄지면 너무나 여파가 커서 쟁의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할 계획"이라며 원만한 타결을 위해 노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태기 중앙노동위원장이 직접 중재에 나섰다. 결국 노사는 12시간의 긴 교섭 끝에 합의점을 찾았다. 당초 노조의 요구안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노사가 한 발씩 물러나 창사 이래 첫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