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합헌 판단 등 보수적 판결 내려
야당, 판결 중립성 등 문제 삼을 수도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지 주목된다.
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윤 대통령과의 친분 및 보수적 판결 등을 두고 송곳 검증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회에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냈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열어 이 후보자의 적격성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후 국회 본회의의 표결을 거쳐 임명 동의안이 가결돼야 헌재소장으로 임명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관(헌재소장 후보자)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를 위해 자리해 있다. 2023.10.26 mironj19@newspim.com |
경북 칠곡 출신인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다. 1983년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9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30년간 법관으로 재직했다. 2018년 10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 몫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측근 중심 인사를 문제 삼고 있어 이번 청문회에서도 이 후보자와 윤 대통령의 친분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또한 윤 대통령과 친구로 알려져 야당의 철저한 검증을 피할 수 없었다.
이 후보자는 지명 이후 대통령과 친분 우려에 "유념해서 업무를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공사 구분이 되지 않는가"라며 "대통령 친구의 '절친'이라는 이유로 부적격자를 사법부 수장으로 지명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대학교 같은 과 동기 친구를 헌재 소장으로 지명했다"고 비판했다.
헌재 재판관 중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 후보자는 재판관으로 재직한 5년 내내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들에 대해 보수적 판결을 내렸다.
2019년 4월 낙태죄 위헌심판에서 낙태죄 조항은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당시 이 재판관은 "임신한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한다면 생명 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헌재는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낙태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2021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헌법소원심판에서도 재판관 9명 중 위헌 의견을 낸 3명에 포함됐다.
지난 3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권한쟁의심판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주도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국회가 검수완박 법안을 입법한 것이 검사의 권한을 침해했는지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도 인용 의견을 냈다.
지난달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의 위헌확인 심판에서도 위헌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민주당이 이 후보자의 일관된 보수적 판결을 지적하며 헌재소장으로서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이미 헌법재판관 임명 당시 청문회를 통과한 경험이 있지만 당시 문제가 됐던 위장전입 논란 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여러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장에서 고위공직자로서 위장전입은 비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잘못을 인정한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어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까지 부결시킬 경우 사법부 양대 수장의 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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