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공격으로 위기에 닥친 가자 주민을 구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내년 미국 대선에서 아랍계의 지지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아랍계 미국인들이 이스라엘의 가자 폭격으로 수많은 팔레스타인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바이든이 정전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고 미국 내 학자, 활동가, 지역단체 회원,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의 중동 정책에 대한 아랍계 미국인들의 실망감이 결국은 그의 재선 가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간 득표 경쟁이 치열한 미시간주에서 아랍계는 유권자의 5%나 되고 펜실바니아, 오하이오 같은 다른 경합주에서도 아랍계 비중은 1.7%~2%대라고 짐 조그비 미국아랍연구소장이 말했다.
미국 내 아랍계와 이슬람교도들이 트럼프를 지지하지는 않겠지만 투표를 하지 않거나 바이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일각에서는 내다봤다. 가자지구 출신으로 메릴랜드 기반 작가이자 사회활동가인 라일라 엘 하드디드는 "바이든이 미시간에서 패배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랍계 미국인들은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내 민간인 공격을 비난하면서도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이 지나치게 과도한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 폭격을 방관하고 있어 그의 인권중심 외교정책 약속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구대비 이슬람교인이 가장 많은 미시간주 디어본의 최초 아랍계 시장인 압둘라 하무드는 "가자에 갇힌 우리 형제들이 무시당하고, 정전 요구는 전쟁의 드럼 소리에 파묻혔다" 며 가자의 20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들에게 물, 전기, 식량 공급을 차단한 이스라엘을 막지 못한 바이든을 맹비난했다.
미국 최대의 이슬람 인권단체 CAIR은 이스라엘의 가자 폭격은 전체 팔레스타인을 향한 대학살의 경지에 도달했으며, 미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가자의 인종 청소 공모자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이 이스라엘에 추가로 140억 달러를 지원하려는 것에서도 반감이 높다. 펜실바니아 스워스모어 대학 교수인 팔레스타인출신 미국인 사에드 아스한은 "바이든의 말은 믿을수 없다. 팔레스타인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금이 1억 달러인데 이스라엘 군대를 위해서 수십억 달러씩 퍼부으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을 줄곧 지지해 온 버락 오마마 전 대통령마저 23일 "미국이 위기가 고조되는 가자 주민을 위한 긴급 지원과 구호품 전달을 가속화해 미국이 세계를 계속 리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 때보다 많은 아랍계 미국인과 무슬림들을 공직에 앉혔고 두 명의 무슬림을 처음으로 연방판사로 임명했다. 하지만 이것이 스스로 시온주의자라고 한 대통령의 정책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아랍계 미국인인 백악관의 한 관리는 "일부 아랍계와 무슬림 공직자들은 보복을 두려워하고 가자의 가족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측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행정부 관리, 지역단체 회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에 구호품이 전달되도록 음양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이슬람 혐오 등 모든 종류의 혐오감에 대한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고 상기시켰다.
미국 무슬림들이 21일 워싱턴에서 가자 정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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