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뒤 한빛원전 포화…한울·고리·월성원전 순
고준위방폐물특별법 처리 시급한데 국회 늑장
세계 원전해체시장 2051년 222조 규모 급성장
고리1호기·월성1호기 해체 통해 기술력 쌓아야
[세종=뉴스핌] 이태성 기자 = 지속 가능한 원자력 발전을 위해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르면 7년 뒤부터 원전 내 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명이 다한 원전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전 세계 영구정지된 212기 원전 중 현재 21기가 해체를 마쳤는데 전 세계 원전 해체시장은 천문학적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자료=한국수력원자력] 2023.10.11 dream@newspim.com |
◆ 2030년부터 한빛·한울·고리원전 순차 포화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향후 7년 뒤면 한빛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될 전망이다.
현재 경수로형 고리(88.4%)·한빛(78.7%)·한울(77.8%) 원전과 중수로형 월성(76.8%) 원전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한빛원전의 경우 7년 뒤인 2030년부터, 한울원전은 8년 뒤인 2031년부터 더 이상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남지 않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준위 특별법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법은 고준위 방폐물의 관리에서부터 최종 처분까지의 과정에 대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원전 내 저장시설이 영구 방폐장화 되는 것을 막고 처분시설 건설 과정에서 지역 주민에 대한 의견 수렴, 지원 방안 등을 법으로 정해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국회, 특별법 처리 수년째 나몰라…올해 서둘러 처리해야
지난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5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나라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부지선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에서도 이러한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법안 필요성에 공감해 관련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이다. 여당인 김영식, 이인선 의원과 야당인 김성환 의원 등이 발의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에 대한 입장 차이로 법안 심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야 간 친원전·탈원전 정책 공방으로 합의안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2023.10.11 dream@newspim.com |
21대 국회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법이 이번에도 통과되지 못한다면 원전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3건의 법안이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이재학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실장은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가 계속 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원전해체시장 2051년까지 222조원 규모로 성장"
한편에서는 국내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원전해체산업이 원전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수원이 집계한 '세계 원전 운전, 영구정지, 해체 현황'에 따르면 전 세계 212기 원전이 영구정지된 상태인 반면 해체를 완료한 원전은 21기에 불과하다(아래 그림 참고).
미국 컨설팅업체 베이츠화이트는 전 세계 원전해체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123조원, 2051년 이후에는 2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현재 영구정지 상태인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해체를 발판 삼아 세계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이미 지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원전해체를 위한 상용화기술 58개를 도출해 기술개발을 마쳤다. 고리1호기는 '국내 최초 원전해체'라는 점에서, 월성1호기는 '세계 최초 중수로형 상업원전 해체'라는 점 의미가 크다.
박광련 한국전력기술 사후관리사업처장은 "전 세계적으로 영구정지된 원전에 대한 해체 작업이 확산하고 있는 단계"라며 "특히 월성1호기를 성공적으로 해체한다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중수로형 상업원전에 대한 경쟁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우리는 이제 막 원전해체를 시작하는 만큼 다른 나라에서 사용되지 않은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가 잘 갖추고 있는 무선통신, 무인조종, 로봇 등 4차산업 기술을 적용한다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victor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