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 합병 가능성 이후
기관투자자 CJ 매수 시작
'모태' 제당보다 높은 현금창출력
주력 계열사 부진 속 CJ 지탱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CJ올리브영이 CJ그룹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CJ올리브영이 상장 대신 CJ에 합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과징금은 일회성 요인인 만큼 '캐시카우'인 CJ올리브영 합병에 더 의미를 두는 모양새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올리브영 명동 플래그십 전경.[사진=CJ올리브영] |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은 지난달 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최근 한 달간 CJ 주식 1266억원 어치를 매수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 3위를 기록했다.
기관투자자들이 CJ 주식을 매수한 시점은 CJ올리브영 합병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부터다. DS투자증권은 지난달 1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CJ올리브영과 CJ의 합병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CJ올리브영의 8월 외국인 판매액을 지난 1월 대비 350% 이상 증가한 390억원으로 추정하며 중국 관광객 효과까지 겹치면 기업공개(IPO)시 기업가치가 최대 5조원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IPO를 하면 CJ 지분 매입, 상속세 마련 등 오너 4세 승계 과정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합병'이라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합병 시 CJ는 사업 지주회사로서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CJ는 현재 자회사 주식 보유를 통해 기업을 지배하는 '순수지주회사'다.
CJ올리브영은 CJ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 CJ제일제당을 능가하는 현금흐름창출력을 보인다. CJ올리브영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20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늘었다. 매출(2조7775억원) 대비 순이익률이 7.5%에 이른다.
같은 기간 CJ제일제당의 당기순이익은 2658억원으로 12.6% 줄었다. 매출(7조8427억원) 대비 순이익률은 3.4%로 CJ올리브영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증권가에선 CJ제일제당, CJ ENM 등 핵심 계열사의 부진 속에서 비상장사인 CJ올리브영이 CJ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높은 현금흐름창출력과 매출 성장, 합병 가능성 앞에서 CJ올리브영의 '과징금 리스크'는 희석된 모습이다. CJ올리브영은 협력사의 납품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을 방해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행위 기간 내 발생한 매출액의 최대 6%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이 경우 과징금이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
올리브영은 시장 범위를 헬스앤뷰티(H&B)로 한정해서 보지 말고, 쿠팡과 같은 온라인몰까지 합해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이 정도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전례가 없고, 올리브영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과징금 규모가 대폭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가 큰 타격 없이 마무리 될 수도 있다. 공정위는 이달 전원회의를 열고 과징금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CJ는 지난달 1일 컨퍼런스콜에서 "최악의 경우로 CJ올리브영의 과징금을 부과받는다고 해도 CJ올리브영의 이익과 비교하면 크게 위협적인 사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