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런, 교육 양극화 해소 역할…지원 늘릴 것"
"'하후상박' 안심소득…더 일하고 벌기 원할 것"
"희망의 인문학, 노숙자 자존감·삶의 의지 키워"
[뉴욕=뉴스핌] 이경화 기자 =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미국 예일대의 맥밀런 국제학연구소를 찾아 정책 비전을 공유했다.
오 시장은 21일 오후 5시(현지시간) 미국 동부의 세계적 명문대인 예일대학교에서 열린 특강에 강연자로 참여해 '약자와 동행하는 글로벌 도시 서울'이라는 주제 아래 200여명의 청춘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오 시장이 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 정책으로 제시한 키워드는 ▲서울런 ▲안심소득 ▲희망의 인문학 등이다. 오 시장의 강연을 들으러 강당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예일대 루스 홀 강당에서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영어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2023.09.24 kh99@newspim.com |
무엇보다 오 시장은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방안으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서울형 교육플랫폼 '서울런(Seoul Learn)' 예산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유명 강사의 온라인 강의와 교재를 무료로 지원해주고 대학생 멘토들의 코칭도 맡게 해준다.
오 시장은 "한국에선 더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학원(사교육)을 다니는데 빈부차로 못 가는 학생들이 있다. 이를 어떻게 도울까 생각하다 저소득층 학생도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난해 시작한 '서울런'을 통해 대학에 461명, 명문대는 77명이 갔다"며 "향후 참여자·지원을 늘릴 생각이다. 학생회장, 영재고 지원 등 성적이 오르니 애들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민선 8기 들어 추진된 '안심소득'의 필요성도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안심소득은 소득이 적은 취약계층에 더 많은 혜택이 집중되도록 한 '하후상박'형 소득보장모델이다. 기본 설계가 급여를 받아도 수급금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형태를 지녔다.
오 시장은 "저소득층에 지원금을 주는 기존 복지체계는 빈곤층이 더 노력하지 못하게 만드는 반면 새 복지시스템은 저소득자의 소득이 늘어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점에서 빈곤층이 더 많이 일하고 많이 벌기를 원하게 될 것"이라며 "노벨상 수상자들도 주목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인문학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앞서 오 시장이 재임당시인 2008년 시작한 '희망의 인문학'은 노숙인 등 사회약자에 자기성찰 등을 통해 자존감 회복·자립 의지를 키우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10년 만에 재개됐다. 노숙인 공공 일자리 참여사업 우선 채용 등 기회를 갖는다.
오 시장은 "노숙자들에게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삶의 의지를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다시 꿈꿀 수 있게 길을 제시해주는 교육(희망의 인문학)으로 현재 70%의 노숙인이 인문학 교육과정을 마쳤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오 시장은 서울에서 내년 한 달 6만5000원만 내면 버스, 지하철, 자전거, 향후 한강 리버버스까지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정책이 시행되는 점도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예일대 루스 홀 강당에서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영어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2023.09.24 kh99@newspim.com |
강의 뒤 질의응답에서 학생들은 대중교통 정책에 대한 철학, 양성평등 정책과 페미니즘 등에 대해 오 시장의 견해를 물었다.
무엇보다 한 학생이 "10년 전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가운데 선택적 복지 편에 섰던 당신(오 시장)이 추진하는 대중교통 정책은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내자 오 시장은 "맞다. 그때 시장 그만둔 건 주민투표에서 졌기 때문인데 저하고 반대당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구분 없이 공짜 점심을 주자는 거였고 저는 가난한 사람만 주고 부자 줄 돈으로 가난한 사람 학비도 돕자는 입장이었다. 지금도 그 철학에는 변함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중교통 요금을 50달러 정도만 내면 무제할 쓸 수 있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일수록, 수입 적은 사람일수록, 대중교통 많이 이용하는 학생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 어차피 승용차 타는 사람들은 혜택을 받지 못 한다"며 "이 역시 어려운 사람을 위한 정책으로 제 철학이 바뀌었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생이 "다음 대통령 후보로서 고소득을 보장하는 의사만 되려는 사회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오 시장은 "대통령할 생각 없다. 시장만 하고 싶다"며 "매우 중요한 질문인 것 아는데 솔직히 해답을 말하기가 지금은 어려운 이슈다. 그 문제를 오늘 이후로 공부 하겠다"고 답했다. 성소수자나 젠더 문제 등에 대해선 "한국사회가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kh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