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 59.1조 '펑크'…사상 최대 규모
재작년·작년 대규모 초과세수 후 또 실책
지방교부금·교부세 타격…정확성 높여야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연초부터 불거졌던 '세수 부족' 우려가 현실이 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9일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59조1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다.
성소의 경제부 기자 |
올해 세수 오차율은 14.8%로 결손 기준으로 가장 높다. 기재부는 재작년과 작년에도 대규모의 초과 세수를 내면서 감사원의 감사까지 받았는데, 올해도 같은 실책을 피해가지 못했다. 정부가 주도해 오던 세수 추계에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등 기재부가 내놓은 각종 쇄신안도 소용이 없었다.
이쯤되면 세수 오차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세수 오차가 왜 발생하는지부터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국회예산청책처가 발간한 '세수오차의 원인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세수 오차는 경기가 급격히 변화하는 시점에 주로 발생한다.
예상치 못한 경기 변동이 세수 오차를 유발하고, 이렇게 발생한 세수 오차는 그 이후 2~3년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3년 간의 세수 오차율을 보면 2021년 17.8%, 2022년 13.3%, 2023년 14.8%로 모두 10%를 웃돌았다.
올해의 세수 오차 원인도 결국 경기 예측 실패로 귀결된다. 세수 결손이 가장 크게 난 세목은 법인세(-25조4000억원)였다. 정부 예상보다 기업들 영업이익이 크게 악화했고 법인세도 반토막 났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소득세가 17조원 넘게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자산관련 세수도 급감했다.
이렇다 보니 세수 전망의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아무리 정교한 예측 모델을 써도 작은 변수들까지 고려해서 경기를 전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한국만 유독 '세수 오차'에 집착한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기재부가 발표한 세수 재추계 및 대응방향 자료에서도 이런 시각이 묻어난다. 기재부는 자료 말미에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 모두가 팬데믹 시기 대규모 세수오차를 겪었고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문제는 세수 예측 실패가 일으키는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이다. 재작년처럼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경우 실질적으로 나라살림에 끼치는 영향은 없다. 하지만 세수가 부족해지면 얘기가 다르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사업들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재정 건전성도 악화된다. 올해 59조원이 넘는 결손으로 실질적인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당초 58조2000억원에서 94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특히 지방에서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대폭 줄어들면서 사업 집행에 비상이 걸렸다. 세수 펑크로 인한 지방교부세와 교부금 결손 규모는 23조원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지자체 자체 기금으로 이를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지방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행정안전부는 긴급 회의를 소집해 추진 중인 사업들 재검토를 요청했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각장 보조금 삭감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나라살림 운용에 있어서 정확한 세입 전망은 필수적이다. 정부는 세수 전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세수추계위원회 운영 방식을 개선시키고, 추계 모형도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정부가 '또 틀렸냐'는 비아냥을 더 이상 듣지 않길 바란다.
soy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