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폭 제한될 수도
연준풋 다시 보기 어려워
JP모간 "주가 밸류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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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중립금리가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주장에는 세 가지 근거가 자리잡고 있다.
먼저, 기준금리가 5.25~5.00%까지 인상됐지만 잠재 성장률을 웃도는 경기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리치몬트 연방준비은행은 2023년 1분기 중립금리 수준을 2.0%로 판단했다.
눈덩이로 불어난 재정 적자가 두 번째 근거다. 뱅가드는 공공 부채의 급증을 이유로 중립금리가 1.5%로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래리 서머스 미국 전 재무장관이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앞으로 10년간 평균 4.75%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 것도 같은 논리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 기술이 가져온 생산성 향상이 중립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질금리와 주가 밸류에이션 추이 [자료=블룸버그] |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6월 캐나다 중앙은행의 폴 보드리 부총재는 구조적으로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새로운 여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 입장에서 왜 중립금리 논란이 뜨거운 변수가 되는 것일까. 왜 월가는 연준의 정책 결정만큼이나 중립금리를 둘러싼 갑론을박에 신경을 곤두세울까.
월스트리트 [사진=블룸버그] |
중립금리가 높아졌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면 이른바 피벗(pivot)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8월 잭슨홀 미팅 이전까지만 해도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2024년 100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고, 보다 장기적으로 기준금리가 2% 선으로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점쳤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과격한 금리 인상에도 2023년 초 이후 뉴욕증시가 강세 흐름을 탄 데는 인공지능(AI) 테마주 매수 열기 이외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2024년 월가가 기다리는 피벗이 현실화되더라도 중립금리 수준이 높아진 데 따라 인하 속도와 폭이 제한적이라면 주가 상승 탄력이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7월 세인트 루이스 연은 총재로 활약한 뒤 은퇴하고 퍼듀 대학교 경영대학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제임스 불러드는 잭슨홀 미팅에 앞서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여름철 경제 활동이 개선되면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반기 경제 성장이 호조를 이루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6.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롬 파월 의장 역시 잭슨홀 미팅에서 미국 경제가 장기 추세를 웃도는 성장을 이룰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준을 떠난 불러드 전 총재의 발언에 월가가 긴장하는 이유는 팬데믹 사태 이후 그가 연이어 쏟아낸 매파 발언이 결국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이 물가 상승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을 때 불러드 전 총재는 당장 큰 폭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GDP(국내총생산)가 2분기 연속 후퇴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됐을 때 그는 GDI(국내총소득)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러드 전 총재는 최근까지도 침체 우려가 부풀려졌고 지적하는 한편 둔화되던 실물경기가 살아나면서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재점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험 차원에서 강력한 긴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높은 금리가 장기간 유지되는 새로운 체제가 펼쳐지고 있다"며 "팬데믹 이전 이른바 '디스인플레이션'을 상당 기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연준의 또 다른 매파로 분류되는 수잔 콜린스 보스톤 연은 총재는 최근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금리를 추가로 올릴 필요가 있다"며 "금리 정점을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인상을 종료한 뒤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골드만 삭스가 2024년 5월 첫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등 월가는 여전히 '연준 풋'의 단맛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JP모간은 9월4일자 보고서를 내고 실질금리를 감안할 때 뉴욕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금리 정점과 미국 경제의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고, 해외 증시에 대한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저하됐다는 지적이다.
기준금리 동결이 확실시되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중립금리를 둘러싼 논쟁을 뜨겁게 가열시키는 한편 금융시장 전반에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