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설립 베트남법인서 1100억원 자금 수혈
충북 진천에 물류센터 짓고 제조공장 증설에 투입
물류·생산역량 확보...D2C 강화 등 미래 대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오리온이 국내 시장의 생산 및 물류 역량 확대를 본격화 한다. 베트남 법인에서 벌어들인 1100억원 가량의 자금을 국내 사업에 투입하는 것이다. 기존 식품업체들이 해외 투자를 확대해왔다면 이번 오리온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반대 사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달 말 베트남법인에서 배당금 500억원을 수령했다. 내달 중에는 배당금 600억원을 추가로 들여온다. 2005년 설립된 오리온 베트남법인의 누적 이익잉여금은 4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부를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다. 오리온 해외법인에서 국내로 자금을 들여오는 '자본 리쇼어링'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리온은 총 1100억원 규모의 이번 자금을 국내 사업 확장에 투입한다. 충북 진천에 계획한 물류센터 부지 마련 및 건립자금과 공장 증설,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자체 물류역량을 확보해 제조사가 고객에 직접 배송하는 소비자직접판매(D2C)비중을 높이고 국내 생산역량 또한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관측된다.
오리온 본사. [사진= 오리온] |
앞서 오리온은 지난 2021년 충북도청, 진천군과 1만평 규모의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24년까지 진천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18만 4502㎡(약 5만 5811평) 부지에 연면적 3만 8000㎡(약 1만 1495평)의 물류센터 및 식품산업 확장에 대한 거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Kakao i LaaS 물류 시스템 공동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한 물류 플랫폼을 적용해 물류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향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대리점, 영업소 등 필요한 곳에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이고 물류창고 및 영업차량 운용 등 인프라 관리를 체계화 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물류센터 건립 및 물류시스템 구축을 기반으로 자사몰 강화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유통사를 거치는 것이 아닌 제조사가 소비자에 직접 공급하는 D2C 전략이다. 실제 오리온은 지난 7월 제주용암수, 단백질바 등 닥터유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닥터유몰'을 새롭게 열고 충성고객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 공장을 증설해 생산역량도 강화한다. 국내 수요 증가 및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추가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오리온은 제2익산공장, 제3익산공장, 제4익산공장, 제5청주공장 등 4곳에서 스낵과 파이, 비스킷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공장의 평균 가동률도 늘어나는 추세다. 제2익산공장은 지난해 상반기 59.9%에서 올 상반기 65%로 5%포인트, 제3익산공장은 67%에서 71.6%로 4.6%포인트 늘었다. 전체 평균 가동률은 65% 수준이다.
[사진= 오리온] |
오리온의 '증량 정책'에 따라 향후 생산량이 지속 늘어날 여지도 있다. 오리온은 국내 시장에서 9년간 제품가격을 동결하고 내용물을 늘리는 증량 정책을 고수하며 제과 시장 점유율을 늘려왔다. 최근에는 정부의 물가안정책에 따라 여타 제과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한 것과 달리 오리온은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는 시점에 내용물을 증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베트남법인에서 확보한 자금은 진천 물류센터 건설 및 식품사업 확장을 위한 진천 부지 매입, 기존 공장들의 생산라인 증설 등 국내 투자와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중국과 러시아법인은 현지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므로 국내 배당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