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트한 수급 지속에 유가 상승 기대 고조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국제유가가 올해 최고치로 올라선 가운데,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 흐름이 지속되면서 에너지업종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4일(현지시각)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0월 선물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40센트 상승한 배럴당 85.95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11월 선물도 45센트 올라 배럴당 89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의 경우 지난 한 주 동안 4.8%가 올라 7월 말 이후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고, WTI는 7.2% 올라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주간 랠리를 기록했다.
WTI 선물 가격 1년 추이 [사진=CNBC차트] 2023.09.05 kwonjiun@newspim.com |
유가를 밀어 올린 가장 큰 요인은 타이트한 수급 여건이다.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자발적 공급 감축 조치를 추가로 연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의 경우 하루 100만배럴씩 추가 감산하는 조치를 7~8월에 이어 이달까지 유지했는데, 시장은 10월에도 추가 감산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 중이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도 오는 10월에도 자국 감축 조치를 지속하기 위한 기준에 대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파트너국들과 합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오안다 애널리스트 크레이그 얼람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언제든 감산 조치를 거둬들일 수 있으나, 유가가 다시 떨어질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서두를 이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국영 아람코가 최대 500억달러 규모의 지분 추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연말까지는 매각 흥행을 위해 유가를 최대한 높게 유지하려 할 것으로 봤다.
OPEC+ 역시 지난달 회의에서 내년말까지 감산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해 공급 부족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미국 경기가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는 점도 원유 수요 측면에서 유가를 떠받치는 요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OPEC+의 감산 의지와 일부 산유국의 정정불안 등이 국제유가 강세를 지지할 것으로 보이나 미국 등의 증산 가능성과 중국 수요 둔화 등으로 당분간은 방향성을 탐색하는 국면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걸프만 허리케인에 따른 일시적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다만 중국 위기론이 현실화하지 않는 한 중장기적으로는 항공 등 연료 수요 개선 등에 힘입어 유가가 강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원유 배럴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정유주 전망 '맑음'
유가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져 에너지 업종 강세장을 견인할 것이란 월가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다국적 에너지기업 셰브론과 엑손모빌 등이 속한 S&P500 에너지업종 지수는 연초 이후 2.8% 올라 업종 기준으로는 6번째 성적을 기록한 상태다. 물론 같은 기간 11.8% 떨어진 유틸리티보다는 낫지만 정보기술 업종이 기록한 44%에 비하면 여전히 부진한 성적표다.
마켓워치는 8월 유가 상승에 이어 앞으로도 강세 분위기가 이어지면 에너지 업종이 주가 랠리 분위기를 다시금 견인할 것으로 봤다.
BTIG는 보고서에서 달러 강세에도 유가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며 유가가 이제 배럴당 90~93달러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매체 FX엠파이어는 타이트한 수급 여건 지속으로 유가가 계속 올라 에너지 업종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그중에서도 코노코필립스나 헤스 코퍼레이션, EOG리소스 등 석유·가스 시추 관련 기업들이나 슐럼버거, 할리버튼, 베이커 휴즈 등 유전 서비스 업체, 타르가 리소스와 같은 공급 인프라 관련 기업 등이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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