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환경분야 킬러규제 혁신 방안 발표
화학물질 규제, 위험비례형 규제로 연내 손질
환경영향 미미한 개발사업, 간이평가로 대체
폐수 재이용 허용…현대오일뱅크 소급적용 안해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신규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 기준이 연간 0.1톤 이상에서 1톤 이상으로 완화되는 방안이 추진된다.
화학물질 규제도 위험도에 비례해 차등 규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화학물질 취급량이 적은 중소기업들은 규제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소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앞으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고, 긴급한 재난대응 사업은 환경영향평가가 면제된다.
환경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환경분야 킬러규제 혁신 방안을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발표했다.
◆ 화학물질 규제, 위험비례형 규제로 전환…연내 개정
우선 환경부는 신규 화학물질 등록기준을 연간 0.1톤 이상에서 연간 1톤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는 유럽연합(EU)에서 차용하는 기준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전자 등 첨단업종을 중심으로 700여개 기업이 등록비용을 절감하고 제품 조기 출시 등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환경부는 내다보고 있다.
[자료=환경부] 2023.08.24 soy22@newspim.com |
사고위험이 낮은 사업장에도 적용됐던 화학물질 규제는 위험도에 따라 규제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위험비례형 규제'로 전환된다. 취급량이 적은 중소기업은 취급 시설기준, 정기검사 등 규제를 면제받거나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기업의 화학물질 등록비용을 낮추기 위해 시험자료 제출 생략 요건을 간소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화평법에 따라 2030년까지 약 1만6000개 기업이 기존 화학물질 등록을 마쳐야 하는데, 시험자료 제출을 생략받을 경우 이들 기업이 해외의 공개된 평가자료의 출처만 제출하고 정부가 자료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환경부는 이번 화평법·화관법 개정을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 환경영향 미미한 개발사업은 간이평가로 대체
환경영향평가는 기업 부담을 줄이고 재난 대응을 신속하게 돕는 방향으로 바뀐다.
환경부는 환경영향이 크지 않은 개발사업의 경우 경우 평가 협의를 면제하는 간이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환경영향이 크지 않다'는 기준은 우선 비개발지에서 시행되는 사업들, 오염원 배출로 인해 주변 지역 영향이 경미한 사업 등으로 환경부는 고려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들 사업에 한해 주민 대표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환경영향평가 협의회와 환경부 사전 협의를 거쳐 간이평가 도입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또 소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지자체 조례를 통한 평가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동안 소규모 개발사업들은 조례 평가 대상이 아니라 평가 실적이 저조했는데 이를 내실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소규모 개발사업의 실질적 주체가 지자체라 이 같은 방안을 도입하면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형해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소규모 조례 평가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평가를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주민 의견 수렴을 거치는 등 엄격한 절차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환경부] 2023.08.24 soy22@newspim.com |
긴급한 재난대응 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고 전략평가를 받아 하천기본계획에 포함된 하천정비사업도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한다. 아울러 과도한 보완요구나 협의 내용에 대한 이의신청 및 조정절차도 신설한다.
정부 재정사업에만 적용되던 전략평가 면제 등 특례규정을 민간투자 사업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의 하수도사업의 경우 다른 계획에 포함돼 전략환경평가 협의를 거친 경우 전략환경평가를 면제받을 수 있는데, 이를 민간 사업에도 적용한다는 것이다.
◆ 산업폐수 재이용 허용…현대오일뱅크 소급적용은 NO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업종 환경규제도 개선한다. 환경부는 디스플레이 특화 시설기준을 마련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한 불소 배출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반도체 등 통합 환경 관리 대상 업종에 대한 오염물질 한계 배출 기준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 연구용역을 계획 중인데, 반도체 불소 기준도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적정 한계 배출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산업 폐수의 재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 간 재이용도 허용하기로 했다.
앞서 환경부는 현대오일뱅크가 공장 원폐수를 재활용해서 인근 계열사 공장으로 흘려보낸 것을 오염수 무단 배출로 간주하고 15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번 방안이 도입되면 현대오일뱅크 같은 사례는 앞으로 과징금 등 행정처분이나 법적 처분을 받지 않게 된다. 다만 환경부는 이를 현대오일뱅크 사안에 소급해서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환경부] 2023.08.24 soy22@newspim.com |
환경부는 조직 내에 전담지원반을 운영해 첨단 산업단지 조성을 선제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등 첨단 산업단지에 필요한 용수 공급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환경영향평가 패스트트랙을 운영해 첨단 산업단지 투자도 돕는다.
배출권 거래제 관련한 규제 개선 방안도 내놨다. 환경부는 우선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제한' 규정을 완화하기로 했다.
배출권 이월이란 참여기업들이 사용하지 않고 남은 배출권을 다음 연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인데, 현행 제도는 배출권 이월을 제한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 규정을 완화해 배출권 시장을 지금보다 활성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또 배출권 시장 참여 범위를 확대하고, 온실가스 감축설비 지원대상·범위도 확대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폐배터리 보관기준을 개선하고, 희귀하거나 유용한 금속 등 핵심자원의 국내 공급망 확보를 위해 폐기물 규제를 완화하는 순환자원 지정고시제도 시행한다. 폐의류에 대해서도 순환자원으로 지정해 재판매 기반의 친환경 사업도 육성한다.
환경부는 이번 규제 완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8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환경정책의 목표는 확고히 따르면서 현장 적용성을 높이는 환경규제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soy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