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프3 공시는 2026년부터로 잠정 조정
한국 ESG 공시 로드맵 발표는 연말 발표 예정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주요 투자정보가 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2025년부터 시작되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ESG 의무 공시를 앞두고 수출 기업들의 공시 대응이 분주하다.
[서울=뉴스핌] 김보나 인턴기자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2023.04.06 anob24@newspim.com |
지난 6월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전세계 ESG 정보 공시 표준을 선도하는 첫 공시 기준을 발표했다. ISSB 기준 도입 여부는 개별 국가의 권한이지만 한국은 ISSB를 기준으로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공시 기준을 마련하고 있어 사실상 ISSB 기준을 채택한 나라로 볼 수 있다.
ISSB 기준은 크게 '일반적 지속가능성 관련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 정보 공시에 필요한 일반 요구사항 규정'을 뜻하는 S1과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공시 사항'을 의미하는 S2로 나뉜다.
◆스코프3는 2026년 공시...3월 내 사업보고서와 동시 공시는 유지
두 기준 모두 2024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며 2025년부터 이 기준에 따른 첫 공시가 시작된다. S1과 S2의 일부 요구 사항은 공시를 1년 연기할 수 있다. 기업들이 공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반발했던 스코프3(가치사슬 상 모든 배출)의 의무공시는 예정보다 1년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기후 공시를 사업보고서를 통한 재무제표와 동시 공시해야 한다는 원칙은 유지한다. 공시 첫 해에는 유예할 수 있지만 결국은 매년 3월 사업보고서와 ESG 정보를 함께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국내 기업의 경우 사업보고서는 3월 말, 기업 지배구조보고서는 5월 말로 기한이 정해져있고 대부분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그 이후인 6~7월에 공개된다. 현재 수준보다 약 3~4개월 정도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두 기준은 모두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권고안을 따르고 있다. TCFD 권고에 맞춰 기업은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등 네 가지 핵심 요소에 중점을 두고 공시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S1 공시는 재무제표와 연관된 보고 사항으로 이용자의 투자 결정에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미칠 수 있는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위험 및 기회는 완전하고 중립적이며 정확하게 서술돼야 한다.
이를테면 한 기업이 탄소 다배출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을 때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긍부정적 효과를 재무제표와 연관지어 공시하라는 의미다. 공시는 재무제표상 연결 기준을 기본으로 한다.
S2는 기업의 기후 관련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 기후변화로 인해 기업에 발생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모두 공시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출뿐 아니라 기후 관련 시나리오 분석, 스코프3 분석까지 포함하기에 기업들은 데이터 취합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스코프3 의무 공시는 많은 기업의 반발로 공시 시점이 1년 유예된 상황이지만 대응 기간이 넉넉하진 않다. 스코프3는 업스트림 부문에선 구매제품·서비스, 자본재, 연료·에너지 활동, 업스트림 운송·물류, 운영 시 발생 폐기물, 출장, 직원 통근, 업스트림 임차자산을, 다운스트림 부문에선 다운스트림 운송·물류, 판매 제품 가공·사용·폐기, 임대자산, 프랜차이즈, 투자 등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배출량 산정 시 데이터는 1·2차 모두 사용 가능하다.
과학기술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기준으로 스코프3 목표 수립 시 단기적(5~10년)으로는 67% 이상, 장기적(10년 이상)으로는 90% 이상 배출량을 산정보고해야 한다.
임대웅 BNZ 파트너스 대표는 "스코프 3 관리체계는 관리 목적과 배출량 산정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주요 포인트다. 카테고리별 배출량 데이터를 취합하고 이후 산정까지 하는 것이 수립 절차"라고 설명했다.
◆"한국 ESG 공시 대응 속도 늦어"...수출 타격도 우려
한국은 특히 제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성장을 이룬 국가이기 때문에 무역 상황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나라다.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 주도로 ESG 공시 단계적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공시 기준이나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ESG 공시 속도를 내야 하는 시점에서 정부 차원의 시그널이 명확하지 않아 불안하다는 업계 반응도 관찰된다.
기존 ESG 로드맵 발표도 연말까지 미뤄지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추세다. ESG 단계적 의무화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의무공시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당장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은 로드맵에 따라 공시 계획을 짜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 청사진이 나오지 못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대응만 기다리다가 이후에 로드맵이 나오면 기업들의 대응 속도는 한층 더 느려진다. 언제까지나 글로벌 동향만 바라볼 순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정광화 강원대 교수는 "ESG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기업은 글로벌 공급망 배제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ISSB 기준을 무작정 전면 채택한다면 국내 경제상황, 산업 특성에 따라 오히려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기에 국내 상황을 고려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ESG 보고 체계 확보를 위해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사용되는 ESG 데이터를 관리하는 전담조직, 데이터 관리 체계, 신뢰성과 완전성 확보, 조직 내 사전합의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SG 공시 과정에서 발생하는 ESG 워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인증보다는 자문과 검증의 분리, 엄격한 사후관리 등 '어떻게 인증을 받았느냐'에 초점을 둔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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