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 20일 '정치 개입 배격' 입장문
"정치적 상황·의도 무관…조기 적법 처리"
박 단장측 "견책 징계, '해병대 살아 있다'"
유족·해병대전우회 등 '정치적 확산' 우려
'초급 간부들 처벌, 탄원서 쓰고 싶은 심정'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채수근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은 20일 "어떠한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다"면서 "오로지 군인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명예를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전 단장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채 상병 사건이 조기에 적법하게 처리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사건의 조기 적법 처리'를 촉구했다.
박 전 단장 측의 변호인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박 대령이 쓴 A4 1장짜리 입장문을 언론에 냈다.
채수근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관련해 '항명' 혐의로 입건 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8월 11일 오전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수사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박 전 단장 "정치와 여야, 정무적 판단 모른다"
특히 박 전 단장은 "정치와 여야, 정무적 판단은 잘 모른다"면서 "앞으로 알고 싶지도 않다"고 단호히 정치적 개입을 배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전 단장은 "채 상병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과 추측이 난무하다"면서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정치적 상황·의도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박 전 단장은 "앞으로도 오로지 군인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제 명예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단장은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면 군인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남은 군 생활을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박 전 단장은 "시작도 그러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군인일 뿐"이라면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충성, 정의, 의리밖에 모르는 바로 군인'"이라고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박 전 단장은 "채 상병의 사건이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경찰에 의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유가족들에게 죄송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고 사건의 조기 처리를 촉구했다.
박 전 단장은 "젊은 해병이 꽃도 피어보지 못하고 생을 달리했다"면서 "우리 모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직간접적으로 죽음에 대해 과실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정상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그 누군가는 책임이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박 전 단장은 "저 역시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사건이 조기에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박 전 단장은 "모쪼록 현 사태와 관련해 저의 본심이 왜곡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다시 한 번 정치적 개입이 없기를 호소했다.
지난 7월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 체육관에서 엄수된 고(故)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종섭 국방부 장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이 비통한 모습으로 채 상병을 떠나보내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해병대사령부, 박 전 단장 '가장 낮은 징계'
박 전 단장 측은 사전 승인 없이 언론과 인터뷰한 것과 관련해 해병대사령부가 지난 8월 18일 견책 징계를 내린 것에 대해 "징계위원장과 징계위원들이 이 사건의 본질에 관한 깊은 고뇌와 함께 독립적으로 공정한 판단을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박 전 단장 측은 "징계 수위가 견책이 나왔다고 통보 받았다"면서 "징계 중에는 가장 낮은 수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단장 측은 "아무튼 징계를 통해 파면 해임 등을 걱정했던 것은 사실이었다"면서 "그런데 이런 결정을 받고 다시 한번 '해병대는 살아 있다'는 희망을 가져 보며 감사하다"는 입장을 냈다.
유가족 측을 비롯해 해병대 역대 사령관들과 해병대 전우회까지 채 상병의 사건이 정치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극히 우려하고 있다. 유족 측은 채 상병의 부모가 그동안 언론에 냈던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근이가 사랑했던 해병대'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흔들리거나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사고 원인 규명에 따른 강고한 재발방지 대책을 간곡히 원하고 있다.
다만 사건 진상규명 과정에서 박 전 단장이나 해병대의 초급 간부들이 처벌되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해병대 초급 간부들이 처벌되는 것에 대해 '탄원서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순직 채수근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상병. [사진=해병대사령부] |
◆유족측 "해병대 전우들 처벌 원치 않는다"
특히 채 상병의 부모는 이번 사건 초기부터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누구를 특정해서 처벌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면서 "수근이도 함께한 전우들이 처벌되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거듭 냈다.
채 상병의 부모는 처음부터 "단지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제대로 된 대책이 세워져 확실히 실행이 돼 세월이 지나 지휘관이 바뀌어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면서 "자식 잃은 부모의 고통은 인간이 겪어서는 안 되는 고통이기 때문"이라며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줄곧 요구해왔다.
채 상병의 부모는 "수근이의 희생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될는지 그렇다면 사고원인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희들이 원했던 강고한 재발방지 대책이 수립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심정"이라고 이번 사건이 본질이 벗어나는 것에 대한 깊은 우려를 거듭 표하기도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월 10일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유가족들이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국방부 조사본부의 조사를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유족 측 서신에 직접 답신을 보냈다.
임성근(소장) 해병대 1사단장은 국방부 직할 조사본부 재검토에서도 '과실이 있는 것'으로 중간 결과가 나온 것으로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당초 임 사단장과 함께 여단장인 박 모 대령(진), 대대장인 최 모·이 모 중령, 중대장과 정보과장인 장 모·노 모 중위, 부 소대장과 반장인 김 모 상사와 박 모 중사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수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다만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된 8명 중 초급 간부들에 대한 처벌에 대해 국방부와 해병대, 유족 측은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