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로 반짝했지만...충당금 쌓느라 허리휘어
하반기 실적 전망 '엇갈려'...부동산 리스크 '변수'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발표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전반적으로 주식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수수료 수익이 급증했지만 차액결제거래(CFD)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영향으로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기업금융(IB), 초고액자산가 유치 부분에서 호실적을 기록하며 실적 하락분을 상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에 대해서는 국내외 부동산 침체로 인한 리스크 확대로 상반기보다 더욱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리테일 강자' 키움증권, CFD 충당금 타격도 컸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메리츠증권을 마지막으로 10대 증권사의 올해 2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된다. 각 증권사별로 리테일과 PF·CFD 관련 충당금 규모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분기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21조1603억원으로 1분기(17조6245억원) 대비 20% 늘었다. 지난해(15조9000억원)와 비교하면 30% 이상 증가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리테일 강자'인 키움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이 18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14% 증가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53.5% 줄었다. 키움증권 측에 따르면 2분기 거래대금 증가로 수수료 수익이 전분기보다 17% 늘었다. 키움증권의 리테일 부문 점유율은 30%대다.
하지만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700억원과 CFD 관련 미수채권 충당금 800억원 등을 설정하면서 이익 규모가 감소했다.
충당금은 다른 증권사들에게도 적지않은 충격을 줬다.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이 15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44.4% 감소했다. PF·CFD 관련 충당금과 펀드 보상 충당금 등으로 1000억원을 설정한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반토막 나거나 적자 전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이 1567억원으로 전년 동기(3213억원) 대비 반토막났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CJ CGV 전환사채 평가손실 등 투자자산 관련 충당금이 잡힌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은 CFD 관련 충당금과 펀드 관련 충당금을 1000억원대 규모로 설정하면서 2분기 3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자전환했다.
◆ 삼성 '슈퍼리치' 고객 증가...NH 'IB명가' 자존심 회복
이런 가운데 'IB명가' NH투자증권과 '슈퍼리치' 대상 자산관리 서비스에 공을 들여온 삼성증권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NH투자증권은 영업이익 4719억원으로 전년 대비 49.4% 성장했는데 브로커리지 수익과 함께 2분기 IB 수수료 호조 효과를 톡톡히 봤다. 2분기에만 3조3000억원의 국내 회사채 발행 대표 주관 및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 등을 성공시켰다. 여기에 더해 2분기 CFD 등 관련 충당금 규모는 3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삼성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9.66% 증가한 200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증권 측은 고객자산 순유입 등을 그 배경으로 꼽는다. 삼성증권에 1억원 이상을 맡긴 초고액자산가 수는 2분기 말 기준 23만5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로는 약 3만명, 1분 분기보다는 약 1만4000명 증가했다.
◆ 한국신용평가 "부동산PF·해외 대체투자 등 모니터링할 것"
증권업계의 하반기 전망에 대해서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거래대금 증가와 CFD 관련 우려 해소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반해 국내외 부동산 침체에 따른 투자 관련 리스크 확대로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증권업계는 거래대금 증가를 기반으로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밸류에이션 하락 요인이었던 부동산·CFD 관련 충당금 적립이 2분기 중으로 마무리돼 향후 추가적인 적립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부동산PF, 해외 부동산투자 등의 시장침체로 인한 자산건전성 저하 위험, CFD 사태 영향 등에 따라 수익성의 대폭 회복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부동산PF, 해외 대체투자 등 부동산금융 건전성 저하에 대한 업체별 대응력을 모니터링하겠다"고 의견을 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