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에 기술 개발로 주행거리 상승에 인기
삼원계 배터리와 경쟁, 6:4·7:3 비중 전망
성능 한계와 중국 주도권 견제로 주류 등극은 부정적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대안으로 저가 전기차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하반기 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속속 내놓고 있다. 전기차의 선두주자 테슬라는 모델Y 후륜구동 모델을 내놓았다. 모델Y 후륜구동 모델은 중국산 LFP 배터리를 장착해 기존 모델Y 롱레인지보다 2000만원 이상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테슬라 코리아가 후륜구동 기반의 모델 Y를 출시했다. [사진=테슬라코리아]2023.07.14 dedanhi@newspim.com |
모델Y 후륜구동 모델은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350km로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델Y 롱레인지의 1회 충전시 주행 거리 511km보다 짧다. 그런데도 사전계약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기아가 다음 달 출시하는 레이 EV에 중국 CATL LFP 배터리를 장착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형 차종인 만큼 1회 충전으로 최대 210km를 달릴 수 있다.
KG 모빌리티도 다음 달 나오는 토레스 EVX에 중국 비야디(BYD)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다. 환경부 인증 기준으로 1회 충전으로 433km 주행이 가능하며 최저가 트림 가격이 4850만원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 전기차를 속속 내놓는 이유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산과 철을 주 원료로 하는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전기차에서 치명적인 화재 위험성도 상대적으로 적다.
양웅철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담당 부회장(사진 오른쪽)과 정연국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이 22일 출시한 전기차 '레이 EV (RAY EV)'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여기에 LFP 배터리의 기술적 개선으로 주행거리가 400km에 육박하게 됐다는 점도 LF 배터리의 약진이 가능하게 하는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주행거리가 400km가 되면 삼원계 배터리든 LFP 배터리든 전혀 불편을 못 느낀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가격이 떨어지면 당연히 선택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LFP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의 주류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기술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에 한계가 있어 성능 차이가 있다는 것이 이유다.
중국이 LFP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류로 뛰어오르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혔다. 미국 등 서방세계의 중국 견제 기류 때문이다.
한국전기차협회 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향후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의 비중이 7대 3 정도로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앞으로는 같은 브랜드의 같은 차종이라도 삼원계 배터리, LFP 배터리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고, 배터리 리스제도 나올 것"이라며 "자동차 제조업체, 배터리 제조사를 가리지 않는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뉴스핌] 정일구 기자 = KG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토레스 EVX' 다. 2023.03.30 mironj19@newspim.com |
김 교수는 "자동차 완성업체들도 수익보다 점유율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한데 이같은 경쟁이 본격화됐다"며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이 먼저 시작해 글로벌 완성차업체로 번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의 비중을 6대4로 예측했다. 이 교수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장거리가 불가능하다"라며 "충전소 인프라가 많이 되면 경쟁도 다소 완화돼 실제 절반에 못 미치는 정도까지 올라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와 함께 미국의 IRA 세부 항목에서 중국·러시아 등 적대국가 기업에 대한 제재가 존재함을 지적하면서 "소재 확보가 안된 상태에서 중국의 의존도가 크다"라며 "2025년 배터리 생산공장이 증설되면서 배터리 공급량이 많아지는 시점이 되면 국내 기업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도 "중국에 대한 견제 때문에 LFP 배터리가 주류가 되기는 어렵다"라면서 "배터리 문제 뿐 아니라 디지털화를 통해 최대 40%까지 원가를 줄일 수 있어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