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이 기각된 지난달 25일 오후 2시20분쯤. 유족들은 33도를 웃도는 뙤약볕 아래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유족 측은 "참사 이후 어느 때보다 통탄스럽고 나라에 대한 배신감이 느껴진다"며 "이상민에게 면죄부를 준 헌재를 규탄한다"고 호소했다.
당시 보수단체로 추정되는 이들이 "이태원 참사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말하자 격분한 유족 측이 뛰어들며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유족 일부가 실신했고 구급차량이 올 때까지 기자회견은 잠시 중단됐다. 한 희생자의 모친은 뜨거운 바닥에 주저앉아 "159명의 억울함은 언제 밝혀지냐"며 오열했다.
신정인 사회부 기자 |
이태원 참사 발생 후 9개월이 지났지만 유족들의 마음은 초조해지고 있다.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이 열리는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두고 국회 앞에서 매일같이 목소리 내고 있지만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이에 유족들은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 유가족협의회 2기 출범식을 통해 "지난 9개월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없이 정부와 여당이 무슨 수사를 하고 재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와의 소통을 다시 한번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체될수록 참사도, 분향소도 조금씩 국민의 관심사에서 잊히는 분위기다. 유족들의 진상 규명 활동과 관련한 기사에는 '이제 그만 적당히 끝내라', '시체팔이 지겹다' 등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 댓글도 달린다. 분향소 역시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전보다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부 비난 여론과 진척 없는 상황이 책임자들에게 참사에 대한 죄책감을 줄어들게 만들진 않을지 우려된다.
지금도 유족들은 참사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정확한 원인은 무엇인지 매일같이 뜬눈으로 기다리고 있다. 정부와 수사기관은 하루빨리 진상 규명과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을 위로하고 공감해 줄 국민들의 마음도 중요하다.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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