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국내 아파트 건설 '종가(宗家)'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광주광역시 화정동 사고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대형건설사' 기준인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주택전문건설사임에도 대규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호반그룹의 호반건설은 '벌떼 분양'의 주범으로 정부에 인식됨에도 10위권 안으로 재진입하며 기염을 토했다.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순위에 따르면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를 공급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이 11위를 기록하며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0년 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권은 '대형건설사'의 기준으로 10위권내 건설사들은 대표 건설사로 사업제안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견 주택전문건설사들은 10위권 진입을 꺼려하는 경향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년 대비 25% 줄어든 평가액 3조7013억원으로 평가 순위 11위에 머물렀다. 지난해보다 한 계단 낮은 순위다. 이 회사의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은 4조9160억원으로 1년새 24.7% 감소했다. 2014년 13위로 떨어진 10년 만에 '톱10'에서 벗어난 것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신화의 주역인 HDC현대산업개발은 국내 아파트 건설업체의 종가로 꼽힌다. 오랜 기간 동안 주택 중심 사업포트폴리오를 이어나갔지만 큰 부침없이 10위권 건설사로 군림해왔다.
2000년대 초만해도 업계 4~5위권이었던 HDC현산은 2010~2012년 8위로 떨어진 후 2014년 13위로 역대 최저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보였다. 다만 이 때는 재무관리의 부실을 털어낸다는 목적으로 대규모 경영 개선을 감행해 1400억원 상당의 적자를 낸 결과였다. 이후 8~10위 사이를 맴돌고 있었다.
올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계기도 결국은 부실 선 반영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광주시 서구 화정동 붕괴사고에 따라 재 시공을 결정하면서 수천억원 가량 부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HDC현산의 경우 광주 학동과 화정동에서 두 번의 붕괴 사건이 발생한 것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총액인 시공능력평가액은 물론 경영평가액, 기술능력평가액, 신인도평가액에서 모두 10위권 내에 들지 못했다. 공사실적평가액은 10위였다. 이에 따라 최근 검단자이 부실시공에 따른 재시공을 결정한 GS건설이 내년도 시공능력평가에서 몇 계단 하락하는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부실을 털어낸 만큼 HDC현산이 내년엔 다시 10위권 진입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전반적인 주택사업 퇴조에 따른 회사의 영업이익 감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인 만큼 과거의 영예를 조기에 되찾긴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이야기다.
반면 호반건설은 10위권으로 되돌아왔다. 호반건설의 지난해와 올해 시공능력평가액은 HDC현산과 정반대 모습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시평액은 3조5626억원이었다. 1년새 23.4% 증가하며 4조4965억원의 실적을 보이며 10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호반건설이 10위권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4년 전인 2019년에도 호반건설은 주택시장 활황세를 타고 10위권에 랭크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다시 10위권 밖을 맴돌다 다시 진입한 것이다. 그동안 공공택지사업을 중심으로 사세를 불려온 호반건설은 지역민방 및 중앙 언론사까지 인수하며 대형 그룹사로까지 성장한 상태다.
다만 호반건설은 주택전문건설사로 불릴 만큼 주택사업 비중이 큰 업체라는 점에서 향후 10위권 유지가 가능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과거 공공택지 벌떼입찰을 이유로 규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 예전처럼 공격적인 주택사업도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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