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더 문'의 김용화 감독이 '신과 함께'로 두 편의 천만 영화 배출 이후 다시 한 번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도전적인 행보에 나섰다.
오는 8월 2일 개봉하는 '더 문'을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현존하는 최신 VFX 기술을 동원해 달 착륙에 나선 대한민국의 가까운 미래를 그려냈다. 그간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그래픽과 시각효과는 물론,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가 그려낸 짙은 휴머니즘까지 작품에 담겼다.
"'더 문'시나리오가 처음부터 제게 온 건 아니었어요. 회사에 학교 동기가 있는데 본인이 하기엔 예산 문제도 있고 풀어나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제게 왔죠. 나름대로 10년 전부터 생각했던 우주영화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제가 생각, 방향대로 수정하고 각색하면 되지 않을까. 결국 저도 보고싶은 영화를 만드는 거니까요. 물론 이런 시기는 상상 못했어요. '신과 함께' 때 뭐든 말이 되게 만드는 것에 조금 지쳐있었고 더 현실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와 밀접한 이야기를 하되 소재는 제가 보고 싶었던 우주를 무대로 해보려 했죠. 외국의 선례들이 많고 한국에선 아직 불모지지만 이제는 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한국영화도 이런 부분에 도전장을 내볼 시기가 됐지 않을까 하고 도전하게 됐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더 문'의 김용화 감독 [사진=CJ ENM] 2023.07.28 jyyang@newspim.com |
그렇다면 왜 달일까. 또 지구의 사람들은 왜 이렇게도 달을 동경하는 걸까. 김용화 감독에게도 깊이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었다. 그는 "지구인들에겐 떼려야 뗄 수 없는 별"이라며 달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지구인들이 바라볼 때 달은 평생, 아니 지구의 수명이 다 할 때까지 끌고 다녀야 하는 별이에요. 또 하나는 항상 달의 앞면만 볼 수 있죠. 굉장히 로맨틱한 정서도 있지만 그 이면의 섬뜩한 면도 있어요. 따뜻함과 차가움, 안정된 느낌과 동시에 정 반대되는 공포같은 아이러니를 갖고 있는 공간이죠. 영화적으로 그 두가지 측면이 있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우주 기착지로서 달의 효용, 또 말도 안되는 자원들이 매장돼있다는 게 속속 밝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달에 관심이 갈 이유는 충분하죠."
'더 문'의 제작 소식이 들려올 때만 해도 달을 소재로 한 거의 최초의 국내 영화의 시도였다. 만드는 과정에서 공교롭게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와 '승리호'가 나오게 됐다. 김 감독은 이날도 아내에게 "여보, 도전은 그만"이라는 얘길 들었다면서도,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달을 소재로 삼았지만 결국은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음을 강조했다.
"관객들마다 취향과 호불호가 있을 수 있죠. 모두의 취향에 다 맞출 수는 없고 영화라는 게 보편성을 갖고는 있지만 그게 전부에게 적용되진 않아요. 제가 살아온 경험이 모두를 대변할 자격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의 열정을 다해 살아왔고요. 우주 얘기를 하더라도 대부분의 관객들이 소재를 가져왔지 사람 얘기를 했네, 아실 수 있을 거예요. 나쁜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변할 수도 있고, 조금 나쁜 사람으로 변화할 수도 있어요. 저는 전자를 잘 보여주는 사람은 아니고 소통도 잘 안돼요. 거악의 경계를 넘나들지는 않아도 관객들에겐 나름대로 큰 폭의 변화를 겪는 인물로 받아들여지게끔, 그렇게 가려고 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더 문'의 김용화 감독 [사진=CJ ENM] 2023.07.28 jyyang@newspim.com |
'오! 브라더스'와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미스터 고', 두 편의 '신과 함께'를 거치며 김용화 감독은 모두 다른 색의 작품 속에서도 인간성, 휴머니즘 같은 본질을 지켜왔다. '더 문'에서도 화려한 기술을 입은 비주얼라이징이 먼저 눈에 띄지만, 결국은 인간을 향하는 이야기란 점에서 동일한 맥락에 있는 주제를 알아챌 수 있다.
"'국가대표' 이후에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상도 많이 받았던 어느날, 술을 많이 마시고 들어와서 연출부 동료랑 트로피를 다 꺼내두고 현찰까지 뿌려놓고 들여다봤어요. 사실은 너무 허무하고 이것 때문에 힘든 척하고 도움을 청해도 듣지 못하고. 일의 경중을 떠나 조금 잘못 살아왔단 생각이 들었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나고 스스로가 하찮기도 했어요. 어떻게 살아야겠다 하는 생각을 좀 하게 됐죠. 어떻게 더 가치있는 영화를 더 할까를 늘 고민해요. 어쨌든 삶은 이래저래 부조리함이 가득하고 내가 강조하지 않아도 희망과 기쁨보다는 좌절과 비극과 그런 것들이 더 많기 때문에 저도 영화로 위로받고 싶었어요. 위로해주는 영화가 좋았고요. 재밌기도 해야겠지만 앞으로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아요."
'더 문'에서는 보기 불편할 정도로 악독하고 비열한 인물은 나오지 않는다. 각자의 입장과 사정은 있지만, 결국 우주로 떠난 대원의 무사귀환만을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한다. 달과 지구의 거리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끝없는 무기력감 속에서도 모두가 치열하게 바라고, 갈망하고, 또 행동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더 문'의 김용화 감독 [사진=CJ ENM] 2023.07.28 jyyang@newspim.com |
"기본적으로 모두가 자기 인생에 치열한 사람이에요. 문영도 어떤 인류애에 호소하기도 하지만, NASA에서 잘 대우받지 못했죠. 나름대로 이기적인 선택인데 큰 목표와 부합되는 거예요. 또 재국만큼 이기적인 인간이 없다고도 봐요. 서로를 구하려는 그 마음이 다 각자를 위해서인 거죠. 모두가 생환만을 기다리는데 포기하려는 선우는 또 얼마나 잔인하다고 느낄 수 있을지. 늘 해석의 차이는 있어요. 도식적으로 말초를 건드리는 악독함으로 악인이 탄생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 연출의 목표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지만, 남아있는 1%의 휴머니즘과 인간성이 작게 발현된다면. 그게 더 큰 결과물로 영화적으로 마무리되면 좋지 않을까 항상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쓰죠."
가장 최신의 기술들을 동원해 우주SF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겪었지만, 김 감독은 향후 이런 도전을 계속 할지에 대해선 망설였다. 현재 한국 영화가 처한 복합적인 어려움은 어느 순간 갑자기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란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여느 문화가 발전하고 또 소멸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다른 형태로 나아가게 될 한국 영화 시장의 미래를 기대했다.
"더 이상의 기술적인 도전을 관객들이 보고 싶어할지, 제가 만들고 싶을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한국 시장 자체가 어렵죠. 예산도 그렇고 K콘텐츠 열풍 속에서도 영화가 넓어진 건 아니에요. 아시아로 확장되지 않는 이상 무모하게 하기보단 시나리오를 더 구상하는 게 중요해요. 그 이후에 기술 얘길 할 수 있겠죠. 지난 역사를 보면 문화는 자랑스럽게 발전하다가 익숙해지면 소멸하고, 생성-발전-소멸의 사이클이 반복됐어요. 과거로 회귀되는 문화를 보면서, K팝과 한국어 랩이 사랑받는 흐름이 낯설기도 해요. 그 중심에서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또 어느 누군가는 자구책과 돌파구를 마련할 거고 새로운 흐름과 트렌드를 만들어낼 거라는 확신은 있어요. 그냥 이렇게 소멸되고 끝난다는 건 없었으니까요. 계속 과정을 계속 겪어나가는 중이 아닐까 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