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으로 건강 악화...1심 징역 7년 무거워"
재판부 "지은 죄에 따라 판단해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음주운전을 하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남성이 항소심에서 건강악화를 호소하며 형량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부장판사)는 26일 도로교통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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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사건 차량 블랙박스와 CCTV 등 여러 증거들이 충분함에도 도주치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또한 징역 7년이라는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A씨 측 변호인은 "집 앞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금방 뛰어나와서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려 하거나 도주하려고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검찰의 항소이유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에게는 어린 세 자녀가 있고 피고인은 현재 백혈병에 걸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풍전등화 같은 상태이다"며 "조심스럽지만 징역 7년이라는 형이 이 사람에게는 종신형이 될 수도 있다"며 형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구속되어 있는 피고인이 식단이나 주위환경으로 영양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18kg가 빠졌다"며 A씨의 건강상태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건강이 안좋아서 형량을 줄여야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은 죄에 따라 판단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하며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변호인은 "피고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사고 당시 어떻게 해서 운전대를 잡게된 것인지 등을 설명해줄 수 있는 피고인의 부인을 양형 증인으로 신청하고 싶다"고도 밝혔다. 양형 증인은 형량을 정할 때 재판부가 참고로 삼는 증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처가 양형 증인으로 나와 피고인에게 좋은 얘기를 해준다고 해서 과연 (형량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하는 탄원서가 훨씬 많다"며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 공판은 오는 9월 1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후문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 B군을 차로 치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군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 수준이었으며, 사고 당시 집 주차장에서부터 약 930m 구간을 만취 상태로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해당 지역에서 상당기간 거주했고 사고 현장이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초등학생들의 통행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했다"며 "이 사건은 전방주시의무, 안전의무에 충실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고"라며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다만 "피고인이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119 신고를 요청했던 점, 자신이 사고를 낸 운전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힌 점,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도망가지 않고 현행범으로 체포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에게 도주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도주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쌍방이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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