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내 음주 사고 등 잇달아 발생
'민식이법'제정됐으나 스쿨존 내 사고 줄지 않아
기존 법 실효성 높이는 방안 고민해야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잇달아 교통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분노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스쿨존 내 안전조치 강화와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안전시설물 설치를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스쿨존 안전 관련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미 안전시설물 설치나 처벌 강화등의 관련법 조항이 갖춰져 있음에도 현장에서 이행되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만큼 법 조항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민식이법 제정됐지만..." 줄어들지 않는 스쿨존 내 교통사고
2일 경찰과 국회 등에 따르면 스쿨존 내에서 교통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스쿨존에 해당되는 구역이 학생들이 등하교길에 다니는 길이다보니 아동과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달 8일 대전 둔산동 스쿨존에서 초등학생 배승아 양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이어 지난달 28일 부산 청학동 내 스쿨존에서 지게차로 하역 작업 중이던 원통형 화물이 경사길에 떨어지는 사고로 10세 아동이 숨졌다.
지난 1일에는 부산 반송동에 있는 스쿨존에서 2.5톤 화물차량이 내리막길을 내려오면서 인도와 화단을 덮치면서 길을 걷고 있던 70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2020년 '민식이법'이 제정됐음에도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크게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부주의로 인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스쿨존 내 교통사고 현황 [자료=경찰청] |
경찰청에 따르면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2018년 435건에서 지난해 514건으로 늘어났다. 법이 제정된 2020년 483건으로 전년(567건)보다 줄어들었으나 이후 2021년 523건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규모로 사고가 발생했다.
스쿨존 내에서 사고가 이어지면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불안도 커지는 모습이다. 민식이법 제정 이후 스쿨존에 신호등과 과속방지시설, 안전표지 등의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는게 학부모들의 생각이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며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진모(41) 씨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이들 학교 보낼때 걱정을 많이 한다"면서 "안전 시설이 있긴 하지만 학교 주변에만 일부 설치돼 있고 실제 사고로부터 아이들을 잘 보호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 법 개정 통한 다양한 해법 나와...전문가 "법 조항 효력 발휘할 수 있어야"
스쿨존 내 교통사고가 줄어들지 않는데다 최근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국회에서는 스쿨존 내 교통사고를 근절하기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일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 차량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4일 발의한 개정안에는 스쿨존에 차량 진입억제용 말뚝과 방호울타리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스쿨존 전담 조직인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위원회를 설치해 교통안전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등 기관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방안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스쿨존 내 안전시설물 설치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들은 갖춰져 있지만 이를 이행할 수 있는 강제력이나 실제 처벌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봤다. 법 조항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변호사(교통사고 전문)는 "민식이법 제정으로 안전 시설물 설치가 의무화됐고 처벌도 강화됐지만 지자체나 경찰에서 실제 시설물 설치를 하지 않았을 때 이를 제재하는 규정은 없고 가해자의 실제 처벌도 법 조항에 나온만큼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를 막으려면 사전에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고 사고 이후에는 강한 처벌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면서 "스쿨존 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 뿐 아니라 지자체 등에서 시설물 설치 의무를 다했는지도 철저히 수사하고 실제 처벌도 엄격하게 내려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