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고·말리고·바르고·굽고'...흙과 함께 한 세월
8단계 거치는 고된 작업...'숨쉬는 항아리' 인기
[옥천=뉴스핌] 백운학 기자 = "이곳은 서울 강남땅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땅입니다. 150년 동안 옹기 만들기를 이어온 터전이기 때문이죠. 아버지와 큰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충북 옥천군 안내면 현리에서 옹기를 제작해 전국에 유통하고 있는 최민호·조은미 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최민호·조은미씨 부부.[사진 = 옥천군] 2023.07.14 baek3413@newspim.com |
이 부부는 남편 최씨의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한 전통 가업을 잇고 있다. 옹기를 빚고 말리고 굽는 일이다.
전통 옹기는 혼으로 빚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좋은 흙을 찾아 전국을 다녀야 하고 반죽 흙을 일일이 손으로 빚어야 한다. 형태가 만들어지면 충분한 시간 동안 말려야 한다.
이어지는 작업은 더 힘들다. 잿물을 입히고 문양을 그려주고 또 말린 후에 1200도가 넘는 가마에 14시간 동안 구워줘야 제품이 완성된다.
하나의 옹기를 만들기 위해 최소한 8단계를 거쳐야 하는 고된 일이다.
이렇게 만든 옹기는 쌀독, 김칫독, 장항아리, 반찬그룻, 수저통 등의 이름으로 전국 각지에 팔려나간다. 크기도 다양하다. 어른 한 명이 들어가도 남을 정도의 간장독부터 밥공기 크기까지 각양각색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같은 밥공기라고 해도 실제 같은 제품은 하나도 없다. 공정 과정마다 사람의 손길이 닿기 때문이다.
부부는 150년 전 그대로 참나무재와 황토를 반죽한 천연 유약'잿물'을 옹기에 입힌다. 문양 그리는 일도 수작업이다.
바뀐 공정은 전기가마로 굽는 것뿐이다. 전통 가마에 장작으로 굽다가 기름 가마로 교체됐고 지금은 전기가마가 그 일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도 그 흔적은 그대로다. 7개의 둔덕이 나란한 장작가마와 기름 냄새 가득한 가마도 작업장 안쪽에 그대로 보존돼 있다.
부부가 운영하는 옹기장 상호는 '안내토기'다. 안내면 지역 명칭을 그대로 땄다. 옥천군 안내면은 몰라도 '안내토기'하면 아는 사람이 더 많다.
상호명 앞에는'무공해 전통 항아리 살아 숨 쉬는 토기'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화공약품을 사용하지 않아 옹기 표면이 거칠고 투박하지만 공기가 잘 통하고 습도조절이 뛰어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내토기의 최대 거래처는 경기도 이천과 여주 일대다.
도자기가 유명한 지역이다보니 옹기도 덩달아 수요가 많다고 한다. 충북 옥천에서 구워진 옹기가 이천과 여주를 통해 수도권 일대에 유통되는 구조다.
같은 마을에서 자라 초·중학교를 함께 다닌 부부는 금실도 좋다. 경기도로 납품을 갈 때면 오붓한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부부는 올해부터 시행 중인 고향사랑기부제 옥천군 답례품몰에 장항아리와 찬기세트를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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