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인옥 사회부장·부국장= 지난해 사교육비 26조 원, 공교육비 교육예산 80조 원, 모두 역대 최대다. 반면 학력 격차는 매년 벌어지고 있고, 기초학력 부족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더 많은 돈을 쓰고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우리 교육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문항 지적 이후 교육당국이 '사교육' 대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공교육 연계성을 강화해 서민의 등골을 휘게 하는 사교육을 바로 잡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서울=뉴스핌] 박인옥 사회부장·부국장 |
교육당국이 대통령 한마디에 '비정상'적인 사교육을 잡겠다며 '정상화'를 외치고 있지만,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순간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수업은 학교에서, 공부는 학원에서 한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수업시간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별도의 메모 등을 통해 학원 강사에서 질의하고 이해한다는 학생도 있다. 학교는 빼 먹어도 학원 수업 뺄 수 없다는 것이 요즘 학교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중간‧기말고사에 대비한 특강·선행학습은 필수다. 수능에 출제되는 문제 중 수험생들이 틀리게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한 초고난도 문제, 이른바 킬러 문항에 대한 강의도 이뤄지고 있으니 성적 향상이나 명문대학교를 노리는 학생들에게 사교육 시스템은 필수 코스가 돼 가고 있다.
학원이 끝나는 오후 10시 무렵, 유명 학원가의 긴 도로를 학원차량과 학부모 차량이 점령하는 풍경은 익숙한 모습이 됐다. 이렇게 사교육비에 투자하는 돈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중 만 13∼18세 자녀가 있는 가구의 월평균 학원·보습 교육 소비 지출은 100만2000원이었다.
자녀가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은 가구(학원·보습 교육비 소비지출이 없는 가구)를 제외하면 월평균 학원비는 114만3000원으로 상승한다. 청소년 자녀를 둔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지출인 653만 원의 17.5% 수준인 셈이다. 성적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았다. 사교육비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 공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교육당국은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서 사교육 성장은 공교육의 약화로, 교육 불평등, 양극화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2주 넘게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불법 의혹 정황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 착수는 '부조리'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는 의미에서 고무적인 일이 될 수 있겠다.
교육당국은 실질적인 공교육 정책을 진지하게,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 가계경제 이외에도 미래 국가 경쟁력까지 좀먹게 방치할 수는 없지 않겠나.
pio12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