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화 이해 어려워…사업 추진 발표 이후 땅값 크게 오르지도 않아"
양평군청 재추진 촉구 관련 회의 진행…군수 직접 나서 사태 진화
국토부 "사업은 중단 상태, 실무진 회의 아직"
[양평=뉴스핌] 최현민 기자 = "이미 2~3년 전부터 (서울~양평 고속도로) 나들목(IC)가 강상면 쪽으로 생긴다는 소식에 땅을 가진 사람들이 호가를 올리기도 하고 안판다고 했어요. 실제 거래가 이뤄진 경우는 많이 없어서 실감이 나진 않았습니다" 양평군 강상면의 한 공인중개사의 이야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을 받아온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하면서 경기도 양평지역은 혼란에 빠진 분위기다. 현지 주민들은 노선변경 가능성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것이 사업이 중단될 만큼 큰 변수가 될지는 몰랐다는 반응이다.
서울에서 꼬박 두시간을 달려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는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일대에 도착했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양평 현대성우아파트 3개단지를 지나자 친근한 시골풍경이 펼쳐졌다.
듬성듬성 전원주택과 체험현장 건물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길거리에서 주민들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왕복 2차로 도로에는 차들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한적한 마을에 고속도로 종점이자 분기점(JCT)가 생긴다고 해도 큰 변화가 일어나긴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첫인상이었다.
7일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종점 예정지였던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일대에서 만난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정부의 사업 중단 발표로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란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혜 특혜 하는데 땅값이 오르지도 않았어요. 왜냐, 강상면은 분기점이 들어서는 거지 나들목이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고속도로 사업으로 인해 주민들의 관심은 있지만 실제 토지거래까지 연결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토지가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인접해 있다. 2023.07.07 min72@newspim.com |
◆ "백지화 이해 어려워…사업 추진 발표 이후 땅값 크게 오르지도 않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등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했다.
기존안과 변경안이 모두 폐지된 것이다. 2개 안의 종점지역인 양서면과 강상면 주민들은 허탈함에 혀를 내둘렀다. 서울에서 양평까지 1시간~2시간 남짓 걸리던 차량 이동시간이 20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정치권 싸움에 휘말리면서 '한낱 희생양'이 돼 버린 것이다.
강상면에 거주하는 주민 이모(55)씨는 "서울에서 양평까지 6번국도를 타고 오는데 차량 통행량이 많고 금요일이나 토요일, 일요일은 더 많이 막힌다"면서 "양서면이나 강상면 중 어디가 종점이 되든 주민들은 환영할 일인데, 아예 백지화 결정을 해버린 점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강상면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소장은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근방에 있다고 하는데 나들목이 아닌 분기점만 생기면 인근 주민들에게는 좋지 않다"면서 "소음이나 공해에 시달릴 수 밖에 없고 차량 통행량이 늘어나도 도로나 인프라 등이 활성화 되기전까진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평에서 쭉 자랐고 (공인중개소)사무실도 하고있지만 이 사업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얘기가 나왔었다"면서 "사업 추진 이후 일부 땅을 소유한 사람들이 호가를 올리기도 했지만 거래는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종점지로 변경된 강상면 일대는 주민은 고속도로 조성을 기대했지만 이로 인한 실익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국토부의 변경안에 따르면 강상면에는 나들목이 생기지 않는다. 강상면과 뚝 떨어진 강하면에 강하IC가 생긴다. 이에 대해 야당은 종점 변경시 생겨날 분기점 주변의 기존 나들목인 남양평IC 부근에 있는 김건희 여사의 강상면 병산리 일대 5개 필지가 특혜를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강상면으로 종점이 바뀐다는 소식은 문재인 정권 시절에도 나오고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오히려 백지화 선언 발표 이후 문의가 더 늘었다는 반응이다. 또다른 공인중개사 김모(48)씨는 "이미 2~3년 전 정권 바뀌기 전부터 종점이 바뀐다는 얘기는 나왔었고 지난해부터 거의 확정됐었다"면서 "재작년부터 땅값이 40만~50만원 수준에서 70만~80만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 추진 소식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고 전체적으로 집값 급등기때 토지가격도 같이 따라 오른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토지. 2023.07.07 min72@newspim.com |
◆ 양서면 "원안대로 추진" 양평군 "어디든 사업 속개해야"...국토부 "사업 일단 중단 상태"
반면 기존 종점이었던 한강 이북 양서면은 분위기가 다르다. 정부의 변경안은 특혜라는 시각이 많다. 양서면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애초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두물머리로 연결되는 국도 6호선의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선데 그쪽과 상관없는 강상면에 종점이 만들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곳 주민들은 사업이 원안대로 조속히 시행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서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김모씨(62)는 "고속도로가 생긴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들었고 가게가 있는 양평IC(중부내륙고속도로) 부근 아신역(경의중앙선) 일대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을텐데 종점이 바뀐다고해서 경악했다"며 "인구는 저쪽(강상면)이 더 많다고 해도 두물머리 관광지 조성을 기대한다면 이곳(양서면)에 종점을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군도 국토교통부의 이같은 결정에 사태 파악과 동시에 재추진을 촉구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역 숙원사업이 좌초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양평군청 관계자는 "어제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관련해 브리핑 진행했고 현재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백지화가 철회하고 추진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지속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진선 양평군수는 전날 오후 5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 중단 철회를 촉구했다. 전 군수는 "양평 지역에 대한 연고와 지역 사정도 모르는 사람들이 군민들의 이익도 헤아리지 못하면서 일으키는 가짜 뉴스가 오늘과 같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2만4000 양평군민들께서는 양평군에 IC가 설치되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의 재개를 위해 함께 해주시고, 군수인 저와 군 공무원들에게도 힘을 보태달라"면서 "저는 양평군에 IC가 설치되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의 재개를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고 했다.
사업이 백지화가 될지 추후 재추진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국토부는 현재 사업 진행과 관련해 검토중이다. 다만 원 장관은 백지화 발언 이후 아직까지 실무진 회의를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은 중단을 해야될 것 같고 사업이 완전 백지화가 될수 있는지는 현재 검토중"이라며 "사업추진할때는 여건이나 상황등을 고려하는데 (장관께서) 여건이 안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 실무진 회의는) 아직 안했고 따로 계획이 잡힌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사업이 재개돼도 남한강을 사이 둔 강남-북간 분쟁이 예상된다. 원안으로 할지 변경안으로 할지에 대해 주민들의 이해도가 갈리기 때문이다. 종점은 분기점이 설치되는 만큼 사실 강상면이나 양서면이나 어디에 종점이 만들어진다해도 양평군민들의 이해관계는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오히려 나들목 설치가 예상됐던 강하IC 부근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여야간 정쟁으로 인해 관심이 없던 주민들까지 관심을 갖게 된 만큼 향후 고속도로 사업이 재개될 때 종점부를 놓고 양평군 민심이 둘로 쪼개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선산. 2023.07.07 min72@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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