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6명 중 두 번째 처분 앞둬
특검법 12월 표결…檢 수사 발목 잡을 수 있다는 우려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검찰의 '50억 클럽' 관련 두 번째 처분이 다가오면서, 권순일 전 대법관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나머지 관련자 수사의 향배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지난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로 박 전 특검과 그의 측근 양재식 변호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9일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검찰은 7월 중 이들의 처분을 내리게 되며, 기각된다면 검찰은 보강수사 등을 이유로 처분 시기를 다소 늦출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박영수 전 특별검사. [사진=뉴스핌DB] |
검찰이 박 전 특검에 대한 처분을 내린다 하더라도 50억 클럽 수사는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애초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정치·법조계 인사가 총 6명인데, 이제서야 두 번째 처분이 내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 전 특검은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우리은행의 성남의뜰 컨소시엄 참여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신의향서 발급 대가로, 2014년 11~12월 대장동 토지보상 자문수수료, 대장동 상가 시행이익 등 200억원 상당과 및 단독주택 2채를 제공받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자금 명목 등으로 총 8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검찰은 그가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하며 받은 2억5000만원과 그의 딸이 받은 11억원의 대여금과 대장동 아파트 분양 등의 대가성에 대해서도 여전히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곽 전 의원 사건도 사실상 재수사에 준하는 보강수사를 펼치고 있다. 이처럼 처분이 내려졌거나 곧 내려질 사건에 대한 수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일각에선 검찰이 나머지 50억 클럽 관련자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50억 클럽 특검법이 오는 12월 표결 처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장동 관련 잔여 수사가 많이 남아 있어 어디까지 수사가 진행될지 의문"이라며 "연말이 다가올수록 특검으로 인해 수사 동력이 떨어지는 등 특검법이 오히려 검찰 수사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법조계 안팎에선 박 전 특검 수사 이후 검찰이 50억 클럽 수사를 확대한다면, 김씨와 거래 의혹이 있는 김 전 총장과 권 전 대법관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총장은 2021년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 카페에서 김씨와 만나 대책을 논의하고 대형 로펌의 검사 출신 A변호사를 소개해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검찰은 A변호사가 김씨의 범죄수익은닉을 도왔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김 전 총장은 김씨의 청탁을 받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 4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씨가 '수원지검에서 청소용역 업체 관련 이 대표를 수사하고 있다'고 얘기해 줬고, '김수남(당시 수원지검장)을 통해 사건 자체에서 뺐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대표와 김 전 총장이 통화했다고도 부연했다.
청소용역 업체 특혜 의혹은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후보 단일화 조건으로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이 운영하는 기업을 성남시 청소용역 업체로 선정했다는 내용으로, 이 대표는 2015년 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았으나 불기소 처분됐다.
다만 김 전 총장은 당시 이 대표에 대해 청탁받거나 그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를 받는 데 힘을 썼다는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김씨가 당시 전원합의체 판결 기간 권 전 대법관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권 전 대법관은 퇴직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돼 매달 135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가중된 상황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그동안 50억 클럽 관련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했고, 특히 김 전 총장이나 권 전 대법관 사건 수사는 더욱 진척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연말까지 둘 중 한 명 정도만 더 수사하고 나머지는 특검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입장에선 특검 도입을 고려한다고 해서 달라질 일이 없다"며 "지난 1년간 해 온 대장동 기본 수사 결과를 토대로 천화동인 1~7호와 50억 클럽 등 제기되는 의혹을 순차적으로 규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