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0억 유상증자·4500억 현물출자로 1조 마련
4DX 등 단가 높은 특별과 높이고 신사업 추진
최대주주 CJ 현금 동원은 최소화...지분율은 그대로
CJ 관련주 급락...일반주주에 책임전가 논란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CJ그룹이 CJ CGV를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자금 마련 방안을 내놨지만 주가가 급락하며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기존 발행주식 수보다 많은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최대주주인 CJ㈜의 참여가 저조할 데 반해 CGV의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면서다.
CJ는 CGV에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해 차입금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신사업 추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울 시내 한 CGV 극장 내부 모습 [사진=뉴스핌DB] |
◆1조 자금 수혈해 4D·스크린X 확장 등 '미래공간사업자'로
26일 CJ그룹에 따르면 CJ CGV는 지난 20일 'NEXT CGV' 사업전략발표와 함께 1조원 규모의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유상증자로 5700억원을 마련하고 CJ㈜가 100%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약 4500억원을 현물출자로 받는 방식이다.
CGV는 확보한 자금으로 채무상환과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5700억원의 유상증자 자금 중 3800억원의 채무상환에 1000억원은 시설자금에 900억원은 운영자금에 나선다. 자체 사업 효율화에도 나선다. CJ CGV가 발표한 'NEXT CGV' 전략에 따르면 기존사업은 티켓가격과 매점 매출 인상 및 비용 효율화로 마진 개선에 나선다.
또 신사업 중 핵심으로 OTT에서 향유할 수 없는 차별적 경험 제공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4DX·스크린X 등 기술관 확장을 비롯해 미래공간사업자로 발돋움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CJ에 따르면 4D, 스크린X 등 단가가 높은 특별관 매출 비중은 지난 2019년 16%에서 지난달 31%로 눈에 띄게 상승 중이다. 향후 신규 특별관을 늘리고, 기술 수출 및 헐리우드 작품 제작 증가로 글로벌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극장뿐 아니라 서울 주요 거점에 확보한 옥외미디어(OOH) 광고도 개선 중이다.
◆지주사 고통분담 부족해...주주들 반발
문제는 유상증자 방식이다. CGV는 7630원에 신주 7470만주를 새로 발행한다. 이는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인 4772만8537주의 1.5배가 넘는 데다, 신주의 예정발행가가 전날 종가(1만4500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종목토론방에 주주들은 "12억 아파트를 반값에 팔기 시작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CGV 주가는 21일 전 거래일 대비 21% 하락하며 1만1440원까지 내린 데 이어 26일에는 1만원선도 붕괴됐다. CGV는 26일 9790원에 마감하며 지난 2008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대주주인 CJ㈜의 현금 투입이 부족하다는 점도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CJ㈜는 CGV 지분 48.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발행되는 신주 5700억원치 중 CJ㈜는 지분율 만큼의 2700억원 가량을 사들일 수 있지만 이중 600억원만 신주를 인수하기로 했다. 나머지 실권주는 공모 청약으로 넘어가게 된다.
대주주가 지분율 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지분율이 낮아진다. 하지만 CJ㈜는 비상장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를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CGV는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별도로 연내 CJ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CJ㈜는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출자한다.
CJ에 따르면 현재 회계법인의 올리브네트웍스 지분 평가액은 약 4500억원이다. 이 현물출자하는 금액을 더해 5700억원의 유상증자까지 모두 1조원을 CGV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CJ㈜의 CGV 지분은 45.3%로 기존과 큰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주주들은 CJ㈜가 최소한의 금액만 동원해 CGV의 지분을 유지하면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상증자 계획 발표 후 CGV를 비롯한 CJ㈜를 비롯해 제일제당, 씨푸드 등 CJ 계열사 주가가 모두 급락했다. 시장에선 단기간 가격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CGV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극장업에 대한 시장 의구심과 유상증자의 규모가 매우 큰 만큼 단기 주가 불확실성은 피해가기 어렵다"며 "그러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혀 왔던 재무구조 안정화는 긍정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J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참여는 단순히 악화에 따른 자금수혈이 아니다"라며 "CGV가 1998년 외환위기라는 어려운 여건에 출발해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견인한 것처럼, 앞으로는 극장의 미래를 제시하는 미래공간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