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복지발굴 외치지만 근본대책 부터 찾아야"
[수원=뉴스핌] 순정우 기자 = 경기 수원 장안구에 거주하던 한 여성이 3명의 자녀를 둔 상태에서 넷째와 다섯째 아기를 출산한 직후 살해해 시신을 냉장고에 수년간 보관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수원시 지역 일부 모습.[사진=뉴스핌DB] |
해당 여성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양육하기 힘들 것 같았고, 낙태 비용도 없어 낳은 후 곧바로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행위가 범죄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비극이다. 이같은 생활고에 의한 비극은 1년여 전에도 일어나면서 전국을 뜨겁게 달구며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생활고로 인한 비극은 되풀이 됐다.
지난해 8월 병환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안타깝게 세상 떠난 수원 세 모녀 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세 모녀 사고 현장에거 발견된 유서에는 "지병과 빚 탓에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다"고 적혀 있었다.
세모녀의 사연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되면서 각 지자체는 물론 대통령까지 세모녀를 언급하며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성찰이 이어졌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세모녀 사고와 관련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세모녀 사건이 발생한 수원시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1년에 2차례 수원시 모든 거주민 거주 환경·생활 실태 파악하는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었다. 또 동 단위로 온라인 위기가구 발굴 창구인 '카카오톡 채널'도 운영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다른 지자체도 이른바 '복지사각지대 제로화'을 목표로 수원시와 비슷한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복지관련 특단 조치의 속도가 너무 느렸다. 이번 영아 살해 사건도 그랬다. 감사원이 지난 3월부터 진행 중인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체계를 점검하면서 미신고 사례 중 약 1%인 20여명을 추려 지방자치단체에 실제로 어린이들이 무사한지 조사를 맡겼다.
두 달여가 지난 5월 25일에 이번 영아살해 사건의 단초가 발견된 점만 보아도 복지관련 행정처리가 얼마나 지지부진한 것인지 드러났다.
세모녀 사건으로 계기가 된 복지사각지대 발굴은 아직도 한없이 더디기만 하다.
대한민국에서 빈곤층 누구나 충분한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면 이상적이다. 그러나 한정된 국가 재원으로는 비수급 빈곤층이 없도록 수급자 범위를 넓히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양극화 심화현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국내외 경기도 좋지 않아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국민이 적지 않다.
특히 위기 가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비급여 취약계층으로 남아있게 해서는 안 된다. 이들에게 의식주를 해결할 충분한 돈을 주지 못하더라도 당장은 버틸수있게 하는 것이 우리시대가 생각하는 복지의 마지노선이 아닐까. 이런 비극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jungw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