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부산에 연 20만대 전기차 생산 시설 투자 방침
전기차 국내 생산 계획 없는 지엠에도 영향 예상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르노그룹이 부산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기차 국내 생산을 둘러싼 르노코리아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의 셈법이 갈리고 있다. 지엠은 현재 전기차의 국내 생산 계획이 없는 만큼 르노그룹의 결정이 지엠의 전기차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귀도 학(Guido Haak) 르노그룹 부회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각) 프랑스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미래차 산업 생태계 구축 및 향후 투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프랑스 현지지각 20일 오후 르노그룹 본사에서 귀도 학 르노그룹 부회장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부산시] |
이 자리에서 귀도 학 부회장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 연 20만 대 생산 규모의 전기차 생산설비를 위한 대규모 투자로 미래차 생산기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한국 정부와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란다"고 요청했다. 사실상 국내에서 전기차 생산 설비 마련을 공식화한 것이다.
르노코리아는 이미 내년 출시를 목적으로 중국의 길리그룹과 합작해 하이브리드 차량을 만들고 있다. 이에 부산 공장에서의 전기차 생산 설비 마련은 2025년, 생산은 2026년은 돼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엠은 현재까지 전기차의 국내 생산 계획이 없다. 지엠 노동조합은 지속적으로 본사에 전기차 신차를 국내에 배정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실판 아민 지엠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산업통상부와의 간담회에서 "지금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와 같은 제품들"이라며 "전기차 생산 투자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힌 바 있다.
소형 SUV인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물량을 전량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에 지엠은 당분간 이들 차종의 생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쉐보레 실버라도 EV [사진=GM] |
전문가들은 르노코리아의 전기차 국내 생산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번 결정이 지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르노코리아의 전기차 국내 생산 결정은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국내 자동차 시장은 노사 문제로 신공장을 설립하는 일이 쉽지 않은 곳이 됐는데 이번 결정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내연기관 위주인 르노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전기차 국내 생산은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엠도 르노의 동태를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르노코리아는 내수 시장에서 사실상 꼴찌가 됐기 때문에 여러 모로 반전의 기회가 필요했다"며 "국내 시장은 배터리, 모터 분야에서 모두 글로벌 리더에 속한다. 전기차로의 발빠른 전환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르노와 길리의 합작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내년에 출시될 하이브리드 차량에 이어서 전기차에서도 르노와 길리의 합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기차 부문에서도 길리의 플랫폼을 가져와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르노그룹 본사의 전기차 전환이 그렇게 빠르지 않기 때문"이라며 "합작이 이뤄지면 르노에도 다시 한 번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르노가 국내 생산 발표를 하면서 지엠도 발등에 불이 떨어질 것"이라며 "노조도 지속적으로 전기차 국내 생산을 지엠 본사에 요구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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