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어려운데 나 홀로 사치"…당국 눈치 보기
[서울=뉴스핌] 박공식 기자 = 중국 금융회사들이 급여와 보너스를 삭감하고, 직원들에게 고가 의류나 시계 등 사치품을 사지 말라고 당부하며 근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초 중국 당국은 서구 스타일 사고를 가지고 고급 취향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금융 엘리트들의 쾌락주의를 바로잡겠다고 으르장을 놓았다.
은행을 포함한 중국 금융기업들의 근검 캠페인은 중국 당국이 빈부 격차 해소와 금융기관의 부패 척결을 공언하고 재개방 후 경제 회복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데도 금융 종사자들이 유난히 높은 급여를 받고 과시 소비로 비판받는 상황에서 시작됐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근검 캠페인은 국영기업, 민간기업 등 기업의 규모 구별 없이 금융권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가 소유의 한 대형 상호펀드는 직원들에게 고급 식단, 의류, 가방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지 않도록 요청했다. 한 은행 직원은 출근할 때 고급 브랜드의 옷을 입거나 가방을 가져오지 말고 출장시 5성급 호텔을 이용하지 말라는 당부를 받았다. 국영보험회사의 중역들도 마찬가지로 비싼 옷을 입고 출근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다.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상공은행(ICBC)과 중국건설은행(CCB)는 올해부터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의 수당을 삭감했다. 한 달에 1500 위안에서 2000 위안씩 지급하던 하계 보너스는 이달부터 없어졌다.
이달 초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CITIC)는 투자은행 부문 직원의 기본급을 최고 15% 삭감했다. 경쟁 업체인 CICC는 지난 달 보너스를 전년 대비 30%~50% 삭감했다.
중국의 증권 감독기구와 중앙은행 역시 직원 급여를 삭감했다. 두 기관은 지난 3월 발표한 개혁 조치로 직원 급여를 공무원 수준에 맞추기로 했다.
중국 당국은 중국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당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새로운 금융감독기구를 최근 설치했다. 이 조치는 시진핑 주석 제3기 통치가 시작되면서 단행한 정부조직 재편 작업의 하나다.
신 순(Xin Sun) 킹즈컬러지런던 교수는 "중국 내 불평등은 오랫 동안에 걸쳐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며 금융 엘리트들의 혜택을 줄이는 것은 정치적 안정을 위해 체제 내 불평등을 해소해 정치적 안정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중국 인민은행 [사진=바이두] |
kongsik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