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퇴직금 소송 패소 취지 파기환송
"현금 수령 후 미고지…회사가 파악 어려워"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택시기사가 승객들에게 받은 수입에서 회사에 낸 사납금을 제외하고 가져가는 초과운송수입금은 퇴직금 산정을 위한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B택시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B사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다 2015년 12월 정년퇴직했다. 그는 이듬해 1월 회사에서 중간정산 받은 퇴직금을 제외하고 2011년 10월~2015년 12월 근무에 대한 퇴직금으로 223만여원을 지급받았다.
이에 A씨는 초과운송수입금도 퇴직금 산정에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산입해야 하고 퇴직금에 중간정산 이전 근무기간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지급 퇴직금으로 880만여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 등 B사 소속 기사들은 2004년 경부터 운송수입금에서 일정액의 사납금을 회사에 내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초과운송수입금)과 고정급(기본급·제수당)을 가져가는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았다.
1심은 A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1일 평균임금을 다시 계산했고 이에 따라 B사가 퇴직금 249만여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했다.
다만 "원고가 주장하는 초과운송수입금은 피고가 관리 가능하거나 지배 가능한 부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퇴직금 산정의 기초인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초과운송수입금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과 판단을 달리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퇴직금 산정을 위한 평균임금 계산 기간인 2015년 10~12월 사이에는 택시 승차요금의 신용카드 결제가 보편화된 단계로, 실제 카드결제 대금이 사업자인 피고에게 우선 전부 입금되는 형태로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가 주장하는 초과운송수입금에 대해 피고는 충분히 관리가능성 또는 지배가능성이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평균임금 산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은 A씨의 퇴사일 직전 3개월간 초과운송수입금(월 평균 144만원)을 평균임금에 산정한 뒤 A씨에게 지급할 미지급 퇴직금은 총 695만여원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중 초과운송수입금 관련 퇴직금 차액 청구 부분을 파기한다"며 항소심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B사와 B사 노동조합이 체결한 임금협정에 따르면 전 직원은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입금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납금만 입금하고 초과운송수입금을 본인의 수입금으로 귀속시키면서 퇴직금 산정에는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은 "원고는 임금협정에 따라 피고에게 사납금만을 입금하고 초과운송수입금은 피고에게 알리지 않은 채 개인 수입금으로 귀속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는 원고 개인의 수입인 초과운송수입금 내역에 관여할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관한 관리가능성이나 지배가능성도 없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원고의 운행기록에 나타난 카드 결제금액에 비춰보면 월 카드 결제대금은 월 사납금에 미치지 못하고 원고는 피고에게 부족한 사납금을 현금으로 납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초과운송수입금은 모두 현금 결제된 부분으로 보일 뿐이므로 피고가 파악하기 어렵거나 관여할 수 없는 부분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에는 평균임금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대법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