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앞두고 호주·캐나다식 '돌발 인상 '주의보
시장, 대체로 6월 동결 후 7월 25bp 인상 전망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이달 동결이 확실시됐던 호주와 캐나다 중앙은행이 잇따라 인상 카드를 꺼내면서 다음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결정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까지 시장에는 연준이 6월 금리를 건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대세였고, 작년부터 계속된 인상 행진이 멈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호재가 될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호주와 캐나다에서 깜짝 금리 인상 결정이 내려지자 시장에는 6월과 7월 잇따라 25bp(1bp=0.01%p)를 인상하는 경우의 수까지 등장하는 등 긴축 경계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오는 13~14일 FOMC를 앞두고 연준 관계자들이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된 가운데, 시장은 6월 동결 후 7월 25bp 인상을 계속 점치겠지만 돌발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사진=블룸버그] |
◆ 호주·캐나다 인상에 '화들짝'
호주중앙은행(RBA)은 전날 동결 전망을 뒤집고 기준금리를 4.1%로 25bp 올리기로 했다. 이로써 작년 5월 이후 호주 기준금리는 400bp가 올라 201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캐나다중앙은행(BOC)도 이날 기준금리를 4.75%로 25bp 올려, 금리는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앞서 시장은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20% 정도로만 판단했지만, BOC는 물가가 목표치인 2% 위를 웃도는 수준에 고착화할 것이란 우려에 긴축을 지속하기로 한 것이다.
호주와 캐나다의 금리 인상 결정 이후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나타난 6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64.4%로 전날 72.4%보다 낮아졌고, 25bp 인상할 가능성은 27.6%에서 35.6%로 올랐다.
미 국채시장에서도 연준의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수익률이 7일 BOC 인상 소식에 4.8bp 오른 4.573%를 기록했고, 10년물 수익률도 9.3bp 뛴 3.793%를 기록했다.
투자사 나벨리어앤드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이자 최고 투자 책임자인 루이스 나벨리어는 호주와 캐나다가 "경기 둔화를 마주한 상황에서도 고집스러운 인플레이션 추세 때문에 금리를 올렸다"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침체보다 더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준 역시 마찬가지 결론에 이를 수 있고, 물가를 목표치인 2%까지 낮추기 위해 금리를 6%까지 올려야 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 전략가 앨런 러스킨은 "연준과는 대비되게 캐나다중앙은행은 시장에 미리 신호를 주지 않고 금리 결정을 내리는 것이 편안해 보인다"면서 다음주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매파적 동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간 기준 6월 8일 오후 기준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금리 인상 가능성 [사진=CME그룹 데이터] 2023.01.27 2023.06.08 kwonjiun@newspim.com |
◆ 6월 동결, 인상 '중단' 아닌 '스킵'
현재 시장은 대체로 다음주 연준이 6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 중이다. 하지만 AP통신은 6월 동결이 작년부터 10차례 연속으로 이어진 금리 인상의 '멈춤(pause)'을 뜻하기보다는 금리 결정을 '건너뛰는(skip)'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이달이 아니어도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페드워치에 나타난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50%를 넘으며,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가 총 50bp 오를 가능성도 17.2%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2~7일까지 86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8명을 제외한 90.7%의 응답자가 이달 금리 동결을 점쳤고, 6월이든 7월이든 연내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것이라 답한 응답자는 37.2%였다. 이 중 24명이 7월 인상을 내다봤다.
AP통신은 6월 금리 결정을 스킵하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양분된 위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통신은 또 FOMC 마무리 후 기자 회견서 파월 의장이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무엇보다 최종 금리 전망치가 5.4% 정도로 지난 3월보다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시장은 13일 발표될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눈여겨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더라도 연준 관계자들이 하루 뒤 내릴 금리 결정을 뒤집지는 않을 것 같고, 오히려 높은 물가는 7월 금리 전망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찰스 슈왑 수석 전략가 제프리 클레인탑은 캐나다 금리 인상 발표 후 "연준의 점도표와 관계자들의 코멘트를 해석해야 하겠지만, 연준은 데이터를 핑계로 앞서 했던 말들을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면서 돌발 변수에 대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