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이달부터 가맹점별 매출 제한 시행 요구
서울사랑상품권 매출 15% 타격, 편의점 등 비율 높아
서울시 특성 반영 비흡, 실태조사 후 관계자 의견 수렴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연매출 30억원 초과 가맹점에 대한 지역상품권 사용을 제한한 정부 조치에 서울시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역 특성상 소상공인 피해가 예상되고 매출에 따른 퇴출 근거도 명확하지 않아 법적 다툼도 우려된다. 이에 서울시는 골목상권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행안부가 올해부터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서 지역상품권을 사용하도록 한 지침에 대해 현황조사 및 전문가, 소상공인 의견 수렴 등을 진행중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낮 기온이 10도를 넘는 포근한 날씨를 보인 1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관광객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3.01.12 mironj19@newspim.com |
서울시의 경우 30억원 초과 가맹점을 일괄적으로 취소할 경우 서울사랑상품권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다양한 민원발생과 가맹점 등록거부 및 취소에 따른 법적 분쟁 가능성도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 15만7000여개 중 30억원 초과 가맹점은 3.4%인 5500여개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올해 1분기 결제금액은 512억원으로 전체 금액의 15.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강남(567개)과 서초(293개), 송파(291개) 등 상권이 발달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30억원 초과 가맹점이 집중돼 있으며 업종 또한 편의점(비직영), 음식점 등으로 소상공인이 주로 개업하는 사업장들이다.
이같은 지역별 특성을 감안할 때 매출 30억원 넘는다고 무조건 영세가맹점이 아니라는 행안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생활밀접형 업종이 많아 이들을 일괄적으로 퇴출할 경우 시민 불편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상품권이 적용되지 않는 가맹점은 기본적으로 고액의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사치품을 취급하는 업종"이라며 "유동인구가 많아 연매출 30억원이 넘는 편의점을 소상공인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 가맹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달초 법률자문에서 연매출 30억원을 초과한다는 이유만으로 신규 가맹점 등록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결과를 받은 점도 고민을 깊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서울사랑상품권에 대한 서울시 조례는 업종이나 사업체의 특성에 따라 가맹점 등록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행안부 지침만으로 매출에 대한 새로운 제한 기준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게 자문 결과이다. 서울시는 행안부에 이같은 문제점을 전달하고 지침 적용을 위한 법개정을 요청한 상태다.
아울러 현황조사를 통해 행안부 지침에 대한 가맹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자치구 및 전문가들과 함께 효과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절차도 진행중이다. 필요할 경우 상품권 운영 위원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조례에 맞춰 100% 시비로 운영되는 서울사랑상품권에 대해 예산지원을 전혀 하지 않는 행안부가 실태조사 없이 지나친 개입을 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연매출 30억원 초과 가맹점 중 마트 및 슈퍼마켓의 비중이 30%을 넘는 서울시 현황만 파악해도 이같은 혼선은 차단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측은 "지역상품권이 소상공인을 위해 더욱 집중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정부 지침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불필요한 혼선과 피해가 없도록 가맹점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자치구와 전문가들과 함께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오는 7월부터 서울형 관리계획을 수립,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