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도 "새로운 세대 이미 와 있다"
알카라스·루네·시너 등 신예들 세대 교체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흙신' 라파엘 나달(36·스페인)이 2024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18일(한국시간) 스페인 마요르카의 나달 아카데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8일 개막하는 프랑스오픈에 불참한다며 "내가 결정한 게 아니다. 내 몸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복귀 목표 시점에 관해서는 "한 달 반이나 두 달, 석 달, 또는 넉 달 동안 멈추겠다. 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8일 기자회견에서 2024년 은퇴한다고 발표한 나달. [사진 = 뉴스핌 DB] |
지난 18년 동안 빠짐없이 출전해 14차례나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나달의 불참은 프랑스오픈 주최 측뿐아니라 세계 테니스계에도 충격이다. 프랑스오픈 관계자는 "가슴 아픈 결정이다. 나달이 그리울 것"이라며 "내년에 꼭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토로했다. 엄청난 지구력, 코트 커버력 그리고 강력한 톱스핀을 건 스트로크로 롤랑가로스의 붉은 코트를 누비던 나달을 볼 수 없게 된 테니스팬들도 아쉬움이 크다.
17일 BNL 이탈리아 인터내셔널 8강전에서 신예 루네에게 패한 뒤 "새로운 세대가 왔다"며 자신의 하향세를 고백한 조코비치. [사진 = 뉴스핌 DB] |
나달의 프랑스오픈 불참 발표 전날 세계 1위 조코비치는 BNL 이탈리아 인터내셔널 8강전에서 신예 홀게르 루네에 1대2로 패배했다. 경기후 "새로운 세대가 이미 이 자리에 와 있다"며 "세계 1위가 될 알카라스는 대단한 테니스를 하고 있다"며 자신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고백했다.
지난해 9월 은퇴한 페더러. [사진 = 게티 이미지] |
지난해 9월 남자 테니스의 GOAT(Greatest Of All Time)로 불리던 로저 페더러가 "이제 내 나이 41세다. 나는 나의 몸의 한계를 안다"는 말을 남기고 코트를 떠났다. 그의 은퇴로 '빅3 시대'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조코비치와 나달은 노장투혼을 발휘했다. 36세의 조코비치는 올해 1월 호주오픈 우승으로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 부문에서 37세의 나달과 함께 공동 1위(22회)가 됐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팔꿈치 부상을 떨치지 못하고 프랑스오픈 출전이 불투명하고 나달은 엉덩이 부상으로 '텃밭 대회' 출전 포기를 선언했다. 바야흐로 '빅3' 시대가 완전히 저물었다.
'빅 3'의 화려한 플레이는 20년 가까이 남자 테니스 인기를 이끈 견인차였다.
페더러는 코트위의 발레리노 같았다. 원핸드 백스트로크와 발리는 발레의 동작을 연상시켜 많은 여성팬들을 매혹시켰다. 조코비치는 코트위의 '미스터 퍼펙트'로 불리는 완벽한 기량을 과시했다. 강철 체력을 바탕으로 모든 샷에서 흠잡을 데 없었다. 나달은 '클레이코트의 황제'로 불리며 프랑스오픈을 지배했다. 전성기 시절 랠리 위주의 끈질긴 수비로 상대가 누구든 지치지 않고 5세트까지 몰고가 무릎꿇게 했다. 흥건한 땀을 훔치며 서브를 준비하는 모습,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베이스 라인끝에 떨어지는 공을 끝끝내 받아내는 장면을 많은 테니스팬들은 그리워 할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페더러가 은퇴할 때까지 20년 동안 4대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우승컵 80개 중 63개를 휩쓸었다.
저무는 '빅 3'시대를 대신할 코트의 새 주인공들은 누구일까.
다음 주 세계랭킹 1위 복귀를 예약한 약관의 카를로스 알카라스(세계 2위·스페인)가 단연 돋보인다. 알카라스는 이달 초 마드리드 마스터스 2연패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해 마드리드 마스터스에서는 자신의 우상인 나달, 조코비치,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잇달아 제압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결승에서 나달을 꺾은후 "역사상 클레이코트 최고의 선수인 나달을 꺾은 것은 나에게 많은 것을 의미한다"며 사자후를 토했다. 지난해 9월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거두며 역대 최연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알카라스는 5세트 메이저대회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승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과 기술적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다.
세계 1위 등극을 눈앞에 둔 알카라스. [사진 = 게티 이미지] |
홀게르 루네(세계 7위·덴마크)는 지난해 11월 파리 마스터스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꺾고 보리스 베커 이후 최연소 우승자가 돼 이름을 알렸다. 시속 209km를 넘나드는 강서브와 날카로운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조코비치에 역전승했다. 경기후 루네는 "두근대는 마음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는다"며 "조코비치는 내 우상이다. 그와 같은 코트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때 만 19세 6개월 8일 나이로 생애 첫 톱10에 진입했다. 현역 선수 가운데 10대에 랭킹 톱10에 이름을 올린 건 나달과 알카라스 그리고 루네뿐이다. 빠른 발과 지구력을 앞세운 끈질긴 코트 커버가 조코비치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88㎝의 큰 키에서 나오는 강한 서브와 공격적인 리턴도 좋다. 왕성한 패기는 넘치나 다혈질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게 단점이다.
19세 나이에 세계 톱10에 진입한 세계 8위 루네. [사진 = 게티 이미지] |
이밖에 2001년생 야닉 시너(세계 8위·이탈리아), 2000년생 펠릭스 오제 알리아심(세계 10위·캐나다), 잭 드레이퍼(세계 40위·영국)도 세대 교체의 주역들이다.
키 188cm 77kg의 오른손잡이로 양손 백핸드를 구사하는 시너는 대단히 강력한 그라운드 스트로크를 기반으로 한 베이스라이너이다. 스키 선수로 활약하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13세에 테니스에 입문했다. 알카라스와 달리 기본적으로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는 게 강점. 성격이 대조적인 알카라스와 시너는 남자 테니스의 신흥 라이벌로 최고 흥행카드다. 지난 4월 마이애미 오픈 준결승에서 시너가 알카라스에 2대1로 역전승했다. 상대 전적은 알카라스가 4승 3패로 근소하게 앞서있다.
이탈리아 테니스의 기대주 세계 8위 시너. [사진 = 게티 이미지] |
캐나다의 기대주 펠알리아심은 발이 빠르고 강력한 포핸드와 백핸드가 무기다. 네트 플레이도 능숙하며 가리는 코트도 딱히 없어서 모든 코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 영국의 떠오르는 별 드레이퍼는 193cm 키에 나달과 같은 왼손잡이다. 지난해 ATP투어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선수다. 랭킹 265위로 시작해 1년 새 42위로 무려 223계단을 뛰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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