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 요구사항 거절" vs "결국 김만배가 공모 선정"
"2014년 이후 이재명에게 최재명 전 민정수석 소개시켜줘"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이 뇌물의 대가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이 "피고인이 증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면 그만큼 혜택을 줘야 하는데 증인은 무슨 혜택을 받았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동생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그 자체가 혜택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또한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정 전 실장이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의 요구사항을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만약 정 전 실장이 뇌물을 받은 것이 맞다면 어떻게 요구사항을 하나도 들어주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이 민간업자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의 8차 공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실장 측은 "뇌물은 대가성이 있는 돈인데 뇌물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정 전 실장은 민간업자들의 요구사항을 왜 하나도 안들어준 것이냐"면서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뇌물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04.03 mironj19@newspim.com |
정 전 실장 측은 민간업자들이 요구한 5대 요구사항으로 ▲민간 개발을 허가해줄 것 ▲1공단 공원화 사업과 대장동 사업을 결합 개발하지 말고 분리해줄 것 ▲토지보상 방식을 환지 방식으로 해줄 것 ▲민간업자들이 원하는 구역으로 구획을 지정해 줄 것 ▲공개경쟁 입찰방식을 진행하지 말고 자신들을 사업자로 지정해줄 것 등이 있다고 밝혔다.
오후 재판에서 검찰은 "단순히 5개의 요구사항으로만 볼 수는 없다. 민간업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해달라면서 대장동 개발을 통한 이익 극대화 방안 등을 요구했다"며 "그 과정에서 당연히 공무원들의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수밖에 없다"며 반박했다.
유 전 본부장 역시 자신의 진술 신빙성을 지적하는 정 전 실장 측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내비쳤다. 유 전 본부장은 "저도 정진상을 신문할 수 있는 거냐"면서 "반대신문을 해서 (정진상이) 어떤 놈인지 다 밝힐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해줬다는 증언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 수내동의 복집 제일 끝방에서 (두 사람을) 만나게 해줬다"며 "최재경이 이재명에게 다른 분도 소개하고 그러면서 종종 뵀다"고 증언했다. 검사 출신의 최 전 수석은 이른바 '50억 클럽'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신문을 마무리하는 대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실장은 지난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 경기도 정책실장을 지내면서 유 전 본부장에게 각종 사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억4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하고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한 뒤 개발수익 210억원을 취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김 전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대가로 천화동인1호 배당이익 428억원을 받아 나누기로 약속한 혐의와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직전인 2021년 9월 29일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버리라고 지시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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