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생활교육부장·학폭담당교사 대상 설문 결과 발표
교사 75% "가·피해학생 쌍방 신고 증가" 우려
[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학교폭력(학폭) 담당교사 10명 중 8명은 교육부의 학폭 근절 종합대책이 학폭 근절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여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사들은 피해신고 시 즉시 분리 강화는 가해와 피해가 명확하지 않기에 쌍방신고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생활교육부장·학폭담당교사 의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비 첫 모의고사인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신고 고3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2023.03.23 photo@newspim.com |
이번 조사는 지난 14~17일 전국 초·중·고교 생활교육부장과 학폭담당교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방식으로 진행됐으며 431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85.4%는 학폭 근절 종합대책이 학폭 근절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엄벌주의 대책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 '학폭 조치사항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에 대해서는 57.1%가 찬성했고 '대입 전형에 학폭 조치사항 반영 의무화'에 대해서 찬성 의견이 65.2%였다.
이에 대해 전교조 관계자는 "학폭 엄벌주의에 대한 지지가 높은 이유는 교사들에게 생활지도권이 없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반증한다"며 "학교 자체 해결이나 교육적 조치 등 교사의 지도권을 통한 해결이 사실상 불가한 상황에서 학폭 담당자들이 학폭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학생부 기록 강화라는 차악의 선택지를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피해학생 보호를 위해 제시한 '가·피해 학생 즉시 분리 기간 3일에서 7일로 연장'에 대해서는 81.2%가 반대했다. '피해 학생에게 요청권 부여'에 대해서는 75.8%가 반대했다.
반대 이유로는 피해학생이 즉시 분리를 요구하는 경우 상대 학생 역시 피해를 주장하며 학폭 신고를 한 뒤 분리 조치를 요구하는 '쌍방 학폭 신고'가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전교조 관계자는 "실제 사안 조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가·피해 학생을 구분할 수 없는 사안이 대다수인데 즉시 분리 조치가 강화될 경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해 피해 학생의 실질적 보호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교사들은 학폭 대책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가·피해학생 쌍방 신고 증가(74.8%)'를 선택했다. 이어 교사 대상 민원(고소) 증가(69.5%), 학폭담당업무 기피(51.7%), 학폭 조치 입시반영 확대로 인한 학폭 조치 지연·보류 증가(37.3%) 순으로 나타났다.
학폭 사안을 교육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로는 '학폭 사안처리 간소화와 학폭 담당 교사 업무 경감(78.8%)'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학폭의 범위를 학교에서 학생 간 일어난 폭력으로 재규정하자'(73.0%)는 의견도 나왔다. 학교가 아니라 방학 중 PC방에서 싸우거나 학원에서 싸운 일도 학폭으로 여기고 학폭담당교사가 책임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지적으로 해석된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부의 학교 현장의 의견에 기반하지 않은 여론 무마용 대책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학폭 담당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피해 학생 치유, 학교의 교육적 해결이 가능하도록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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