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채용 등 놓고 충돌, 1월 중순부터 대화 단절
직원감찰에 노조탄압 의혹까지 겹치며 갈등 확산
양측 첨예한 대립, 합의 의사 없어 대립 장기화 우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정문헌 종로구청장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종로구지부(노조)간의 갈등이 봉합은커녕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이후 대화마저 단절한 양측은 부정부패와 부당채용 등 당시 충돌했던 사안을 넘어 지금은 직원감찰과 노조탄압 등을 놓고 극단적인 대립 중이다. 1년 가까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심각한 구정 혼란 장기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조측은 정 구청장이 감사과를 통해 직원들을 암행 감찰하고 노조활동 제약을 넘어 해체시키려는 각종 행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외부에서 채용된 전직 경찰 출신의 감사과장이 구청장 측근으로 불특정 직원들을 미행하는 등 위법한 감찰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 "직원 불법 미행 등 자행, 노조활동 방해도 여전"
구청 감사과는 최근 '1분기 암행 주요적출 사례 전파 및 공직기강 확립 강조'라는 제목의 메일을 전 직원에게 전달했다.
서울시청 인근에서 정문헌 종로구청장 규탄 시위를 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종로구지부.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3.04.14 peterbreak22@newspim.com |
이 자료에는 익명 처리된 (OO과 OO주무관)의 행적이 '13시20분경 구청을 나와 OO장소에서 23분을 머물고 다시 7분후 OO를 거쳐 OO카페에 들어가 23분 후 다시 나와 OO거리를 지났다'라는 식으로 '분' 단위로 기재됐다.
이에 노조측은 구청장측이 직원을 감찰이라는 이유로 몰래 미행했으며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모든 직원들에게 공유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구청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무언의 압박이 목적이라는 주장이다. 공유된 사례는 10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은숙 종로구지부장은 "이 사건 이후 누군가 따라다니는 것 같다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노조원이 상당수"라며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고 공문을 보냈던 구청장이 이제는 감찰을 앞세워 직원들의 공포심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활동을 막는 탄압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적절한 측근 채용과 연관 업체 계약 등을 지적한 이후 노조 지도부에 대한 '복무 위반 관련 조사'를 지속적으로 지시하고 노조 활동에 전념하고 싶으면 휴직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전 지부장은 "정 구청장이 마음대로 채용한 측근이 지금은 10명이 넘는다. 측근이 관련된 업체가 연관된 '국제서당' 사업은 재검토가 아닌 오히려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꾸준히 구청장에게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거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장 "적법한 절차에 따른 조치, 노조 사과가 우선"
이같은 비판에 구청 관계자는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우선 직원 감찰은 불법적인 미행이 아닌 적법한 '비노출 감찰'이라고 설명했다. 근무 중 개인적인 외출(사사외출)을 하는 직원들에 대한 제보가 많아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행적을 확인한 것으로 대상자는 모두 근무 규정 위반이 확인돼 구두경고 조치 등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을 전 직원에게 전달한 점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줘 기강을 확립하기 위함"이라며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내용은 모두 비공개 처리했기 때문에 언급된 사람이 누군지 알기 어렵다. 불법 감찰이 아니다. 다른 자치구도 하고 있다.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04.03 mironj19@newspim.com |
노조탑압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 밝힌것처럼 공무원노조법에는 노조 활동만 하려면 휴직을 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업무를 함께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법을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국제서당 사업은 의혹을 받는 업체가 무료로 참여하고 있다. 측근이 아니라 관련 사업 경험이 있는 업체고 이 사업을 통해 얻는 수익이 없는데 왜 자꾸 '특혜'라고 주장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같은 논란이 계속 반복되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대화 단절 후 갈등 확산, 대립 장기화 불가피
이처럼 양측의 갈등은 모든 사안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1월 중순 이후 대화가 단절돼 갈등을 좁히거나 합의점을 찾은 가능성마저 차단된 상태다.
또다른 구청 관계자는 "대화가 단절된 것도 문제지만 현재로서는 양측이 대화를 한다고 해도 갈등이 좁혀질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돕고 상생해야 할 구청장과 노조가 서로를 외면하고 비난하는 최악의 상황이 장기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구청장은 노조가 근거 없이 제기한 모든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공무원노조법에 맞춰 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측근 채용에는 합리적 기준을 모두 충족한 사람들을 뽑았으며 자신과 전혀 무관한 사람도 다수라고 반박했다.
이에 노조측은 정 구청장이 명백한 불법행위와 탄압에도 문제없다는 무책임한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1인 시위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임을 강조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역시 종로구지부와 함께 투쟁에 나서고 있으며 다른 자치구 지부장이 종로구청을 릴레이로 항의 방문중이다.
전 지부장은 "구청장이 저런식으로 나오면 사실 노조 입장에서는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별로 없다. 노조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국제서당 TF를 만들어 사업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 대화를 계속 요구하고 1위 시위 등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한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