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추행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아"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 파견근무 중 계약직 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전직 국정원 공무원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강희석 부장판사)는 7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 A씨에 대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 자체는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보여질 여지가 많다"면서도 "회식을 주재한 상급자로서 술에 취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하급자를 부축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볼 여지도 많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과연 피고인의 행위가 도덕적 판단을 넘어서 형사법적으로 범죄의 증명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있는지, 추행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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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A씨는 LA총영사관에 파견돼 부총영사급 직책을 맡아 근무하던 중 지난 2020년 6월 23일 직원 회식을 마치고 영사관 앞에서 계약직 직원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사건 직후 현지 경찰에 A씨를 고소했고 외교부는 같은 해 7월 A씨를 한국으로 송환했다. 경찰은 A씨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 검찰은 지난 2021년 5월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술에 취한 피해자를 추행한 점은 인정했으나 강제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보고 준강제추행죄를 적용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는 심신상실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면서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 직급의 현저한 차이가 있던 점, 업무 외에는 다른 관계가 없었던 점, 접촉한 신체 부위와 시간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추행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입을 맞추는 등 총영사관 내부에서 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대체로 진실한 것이라고 보이긴 하나 당시 토사물을 닦으면서 일어난 접촉일 수 있는 점에 비춰보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추가 범행이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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