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막혀 재산권 침해" 주민들 반발
거래부진에 급매물 쌓이면 집값에도 부정적
삼성·청담·대치·잠실도 재지정 유력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시가 목동, 여의도 등 4곳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연장하기로 하면서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거래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역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정비사업 대상지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실거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갭투자'(전세끼고 주택매수) 비중이 높은 이들 지역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거래량이 동반되지 않으면 개발호재 기대감에도 시세 반등이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많다.
◆ "집값 하락하고 있는데..." 토지거래허가 연장에 거래부진 우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여의도, 목동 신시가지 등 4개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1년 연장키로 하면서 해당 지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여의도역 주변 A공인중개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으나 연장 조치되면서 실망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며 "타 지역의 집값 변동률과 비교해 특이점이 없고 현재 주택시장 분위기에선 투자수요 유입도 제한적이라는 측면에서 과도한 규제라고 인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여의도 일대 아파트 모습.[사진=이동훈기자] |
양천구 목동역 일대 B공인중개소 실장은 "이 일대 단지 대부분이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개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에 거래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주차난 심하고 강남 출퇴근이 다소 불편한 입지로 투자수요 비중이 높은 편인데 실거주해야 하는 규제가 거래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분위기에 서울 주요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으나 서울시는 투자수요 증가를 우려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하거나 성행할 우려가 있는 지역 및 지가가 급격히 상승하거나 상승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직접 거주 또는 운영 목적이 아니면 매수할 수 없다. 주거지역은 6㎡ 초과, 상업·공업지역 15㎡ 초과, 녹지지역 20㎡ 초과 면적이 대상이다. 기준 면적을 고려할 때 모든 거래에 대해 허가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하려는 조치인 만큼 주택 거래량과 연관성이 매우 높은 셈이다.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급매물 소진이 안 되는 상황에서 거래량이 동반되지 않으면 집값 반등이 제한적이다. 정비사업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 접근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집값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고가 아파트에 대한 투자를 선 듯 실행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서울시는 전날 제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압구정아파트지구 ▲여의도아파트지구 ▲목동택지개발지구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이로써 이달 26일 만료 예정이던 규제 기간이 내년 4월 26일까지로 1년 연장됐다.
◆ 삼성·청담·대치·잠실도 재지정 가능성...거래량·집값 회복 제한적
목동과 여의도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면서 서울의 다른 지역 규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거래량뿐 아니라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집값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득수준, 경기상황 등을 감안할 때 더 하락해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지역적 형평성 차원에서도 목동, 여의도 등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한 채 삼성, 잠실 일대는 해제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인근 지역(삼성·청담·대치·잠실)은 오는 6월 22일, 공공재개발후보지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건축·재개발 예정지는 8월 30일, 강남·서초 자연녹지지역(개포·세곡·수서·율현·자곡·일원·대치·내곡·신원·염곡·원지·우면·방배·서초·양재)은 내년 5월 30일 순차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한이 끝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유지되면 사실상 실거주자만 거래가 가능해 거래량 증가 및 집값 반등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금리인상 가능성, 미분양 확대 등으로 주택시장에 불확실성이 여전해 개발호재에도 매수세가 빠르게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