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대중에게 친숙한 코미디언 겸 영화감독 박성광이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 '웅남이'로 온 가족이 웃으며 볼 수 있는 휴먼 코미디를 선보였다.
박성광 감독은 3일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과거 영화를 전공하고, 세 편의 독립영화를 거쳐 상업영화 데뷔작 '웅남이'를 선보인 소감을 말했다. 박성웅, 염혜란, 오달수, 이이경, 최민수, 정우성에 이르는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의 비하인드부터 단군신화를 기반으로 한 쌍둥이의 극과 극 인생 스토리 등 영화 안팎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2011년에 한 기자분이 영화과 나오셨는데 영화 한 편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말씀에 제가 마음을 먹게 됐어요. '웅남이'는 시나리오 원작자가 있었고, 각색을 거쳤죠. 읽어봤는데 재밌어서 내 색깔로 바꾸면 더 좋지 않을까 했고 연출 제의를 받았을 때 그렇게 말씀드리고 진행했어요. '곰이 마늘먹고 사람됐다'는 초기 아이디어 외엔 하나씩 바꾸다보니 다 바꾸게 됐네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웅남이'의 박성광 감독 [사진=CJ CGV] 2023.04.03 jyyang@newspim.com |
박성광 감독은 각색을 하면서 지인이 키우던 투견의 사연을 접하고 이야기의 줄기를 잡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두 마리의 강아지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며 한 마리는 완벽한 애견으로, 한 마리는 투견으로 길러진 일화를 얘기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현재의 '웅남이' 얼개가 완성됐다. 곰이 마늘 먹고 사람이 돼 벌어지는 에피소드 속, 박성웅을 비롯한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이 시시각각 빛난다.
"박성웅 형은 인맥이 닿아 출연하게 됐는데, 시나리오 각색 단계부터 떠올리며 쓴 배우이기도 해요. 이이경 씨도 친분이 있어 출연하게 됐고 나머지 분들은 대본을 보고, 또 저를 보고 설득과 회유의 과정이 있었죠. 정우성 선배님은 박성웅 형과 인연이 있었는데 사나이 픽처스 한재덕 대표님이 제게 마음의 빚이 있으셨거든요. 예전에 '범죄와의 전쟁'에 출연했을 때 출연료를 안받았는데 그걸 기억하고 계시다가 도움을 주셨죠."
화려한 캐스팅 뒤엔 또 다른 부담감이 있었다. 이름만 대도 연기로는 깔 게 없는(?) 배우들을 데리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히 커졌다. 박성웅 감독은 "핑계댈 곳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면서 웃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웅남이'의 박성광 감독 [사진=CJ CGV] 2023.04.03 jyyang@newspim.com |
"좋은 분들과 함께하니 더 잘만들어야겠다는 압박감이 당연히 있었죠. 다들 너무 잘하시고 색깔이 정말 뚜렷한 분들이시잖아요. 워낙 프로라 디렉션도 거부감이 전혀 없으시고 회의와 소통을 하면서 코미디를 만들어나갔어요. 힘드셨을텐데도 즐겁게 촬영해주셨죠. 코미디를 직접 하는 거랑은 또 달랐어요. 대본을 쓰고 제가 연기하면 머릿속에 있으니까 대충 적지만 대본은 디테일해야 했거든요. 어떻게 웃길거고, 어떻게 해주셔야 하고, 행동과 신을 지문으로 다 설명하고 표현하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또 각자 연기 스타일이 있으니 여기선 이게 더 재밌다, 이런 호흡이 조금 다르기도 했어요. 얘길 나누고 또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과정이 이어졌죠."
영화를 보면서 각 배우들의 개성이 고스란히 코미디 연기와 대사에 묻어나는 씬도 종종 있었다. 박 감독은 촬영 과정을 떠올리며 각자의 특징을 설명했다. 영화에는 밑도끝도 없이 조직폭력배처럼 남을 위협하는 사람들이나, 국제범죄조직의 일원들을 약간은 풍자하는 장면도 종종 나와 웃음을 자극한다.
"술자리 게임하는 장면에서 박성웅 씨, 이이경 씨, 백지혜 씨 셋이 막 놀면서 진짜 호흡이 나왔어요. 그런 걸 살려서 가져갔고 염혜란 씨는 코미디 연기를 정말 하고 싶으셨대요. 늘 여러 상황을 짜오셔서 상의를 많이 했고 이런 저런 연구와 고민도 많으셨죠. 또 굉장히 본인 연기에 가혹한 스타일이세요. 윤제문 씨는 대본이랑 토씨 하나 안틀리고 딱 하시는 스타일이셨고요. 각자 개성이 묻어났죠. 코미디에서도 너무 대놓고 하긴 좀 그렇지만 약간의 풍자가 들어가면 더 재밌어요. 관객들의 공감대가 있으니까요. 혼자 몰래 가서 관객들 사이에서 영화를 봤는데 웃음포인트가 다 다르더라고요."
'웅남이'에서는 단군신화를 차용한 '곰이 사람되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국제범죄조직에서 살인병기로 자란 이정학과 웅남이가 박성웅 1인 2역으로 진행되면서 두 갈래 스토리를 가져간다. 코미디와 누아르, 범죄액션이 적절히 버무려진 가운데, 마치 8090년대 코미디 장르를 오마주한 듯 일부러 촌스럽게 한 연출도 눈에 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웅남이'의 박성광 감독 [사진=CJ CGV] 2023.04.03 jyyang@newspim.com |
"일부러 레트로풍의 연출을 넣어서 약간 과장되게 표현했죠. 수위를 늘 고민했어요. 처음이다보니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레트로 코미디의 느낌을 살리면서 액션이나 누아르도 하려니 제작자들이나 투자자분들이 의구심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결과적으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된 것 같아 뿌듯해요. 3대가 같이 영화보고 딸이랑 오고 아빠가 아들이랑 와서 앉아있는 거 보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고등학교 동창들끼리도 와서 보시고, 가족끼리 영화보는 건 30년 만에 처음이라는 얘길 들으니까. 딱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보고 웃고 즐거워하고 가시니까 코미디영화는 그거면 된 것 같아요. 대단한 작품성과 의미를 코미디로 표현하시는 분이 정말 대단한 거죠. 박성웅 형 딸이 14살인데, 아빠 영화 본 것 중에 가장 재밌다고 했대요. 하하."
영화를 준비하고 감독으로 데뷔한 지금, 과거의 코미디언이었던 박성광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를 낯설게 느낄 법하다. 잘 안풀릴 때 아내 이소이 씨가 써준 단 한 줄의 대사에 도움을 받기도 했고, 우여곡절 끝에 만든 영화인 만큼 박성광 감독은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바라는 마음을 밝혔다. 아직까지 스스로도 감독이란 칭호가 어색하지만, 향후 방송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중과 접점을 늘려갈 생각이다.
"고민을 한참 하다 아내가 써준 부분을 보고 나쁘지 않은데? 싶었어요. 윤제문 선배님 대사였는데 그걸 따다 캐릭터에 입혀봤죠. 저는 개그맨이 익숙하지만, 요즘은 뭐가 진짜 저인지 헷갈리기도 해요. 예전엔 이렇게 제 얘길 진지하게 묻는 분들이 없었거든요. 저도 웃기려고 안하고 진지하게 임하게 되고 '이런 생각하고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끼기도 해요. 달라보인다는 말도 많이 듣지만 또 다른 자아를 발굴한 기분이죠. 영화 프로그램이나 다양한 방송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도 생길 수 있고요. '웅남이'는 제게 큰 선물이고 자식같은 영화예요. 다치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친해졌음 좋겠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