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지역' 89곳 면적은 국토 절반-인구는 9.6% '공동화'
자연감소 맞먹는 인구유출...유소년 비율 낮고 고령화 비율 높아
지방소멸-지역경제 쇠퇴-초저출산 악순환...무관심이 최대 걸림돌
인구감소지역 특례화-특별법 제정-지자체와 연계·협력·소통 절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78명으로 떨어졌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출산율 0%대 쇼크'는 총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를 가속화해 국가소멸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지방은 인구감소 속에서 청년들의 수도권 이동 등 인구유출에 따른 심각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역의 인구감소는 정부가 지난 15년간 380조원을 쏟아부은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도 해결되지 않은 채 인구유출이 더 심화됐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은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몰린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풀어가는 해답을 지방에서부터 찾고자 하는 대장정에 나선다. 이를 위해 전국 89곳 인구감소지역을 비롯해 소멸위기에 처한 지자체의 현실을 살펴보고 매력과 활력을 높이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본다.
[서울=뉴스핌] 신현태 기자 = "다자녀 가정 기저귀 지원, 농번기 유아놀이방 운영지원, 초등돌봄교실 과일 간식 지원..."
강원도 화천군이 생애 전체 단계별로 지원하는 사업은 2019년에 127개에 달했다. 결혼·임신·출산기 19개, 영유아기 15개, 청소년기 73개, 청년기 3개, 전생애 17개 등이다. 유아에서 청소년까지 지원하는 시책이 무려 91개였다.
화천군은 접경지역 특성상 교육중심의 다양한 지원방안으로 인구증가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2021년에 처음 발표한 '인구감소지역'에 이름이 올려졌다. 지역의 인구를 늘리거나 지키고, 유출을 막는데는 "백약이 무효인가"라는 허탈한 현실을 보여준다.
◆ '인구감소지역' 89곳 면적은 국토 절반-인구는 9.6% '공동화'
행안부가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89곳의 실태를 보면 지방의 심각한 열악한 실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인구유출로 지역공동체 기능이 무너지는 '과소지역'이나 '축소지역', '쇠퇴지역'을 넘어 '소멸지역'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감소지역 지정 현황 [사진=행정안전부] 2023.04.03 |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구감소지역 인구는 498만8175명으로 국내 전체의 9.6%를 차지한다. 자치구는 12.6%(63만명), 시지역은 29.5%(147만명), 군지역은 57.9%(289만명)가 거주한다. 전체의 55.1%(49곳)는 5만명 이하 소도시다.
반면 인구감소지역 면적은 5만9641㎢로 국내의 59.4%를 차지한다. 행정구역별로는 자치구 0.12%(73㎢), 시지역 20.9%(1만2449㎢), 군지역 79.0%(4만7120㎢)다. 국토면적 절반 이상에 9.6% 정도의 인구만 살고 있는 것으로, 인구의 극심한 쏠림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인구변화를 보면 인구감소지역에서는 매년 1.23%씩 줄어들었다. 자치구는 매년 2.33%, 시지역은 1.02%, 군지역은 1.09%씩 인구가 감소했다. 그러나 인구감소지역 이외지역인 140곳에서는 0.27% 늘었고, 전국적으로도 0.12% 증가했다.
◆자연감소 맞먹는 인구유출...유소년 비율 낮고 고령화 비율 높아
지방은 인구의 자연적 감소와 함께 수도권 등으로 빠져나가는 사회적 감소까지 겹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에서는 2020년 기준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월등히 많아 3만9714명이 자연적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인구감소지역 이외 지역은 7103명이 순증했다.
인구감소지역 인구변화(2016~2020) [사진=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23.04.03 |
특히 인구 유출입에 따른 사회적 증감은 국내 전체로는 0명이지만 인구감소지역에서는 3만8156명이 순유출됐다. 행정구역별 순유출 규모는 자치구 4880명, 시지역 1만2979명, 군지역 2만297명이다. 자연적 감소와 맞먹는 인구유출은 지방소멸위기에 결정타가 되고 있다.
청년 순이동률은 더 심각하다. 2020년의 경우 인구감소지역에서 만 19~34세 청년인구는 6.42% 순유출 됐으나 그 외 지역에서는 0.49%가 순유입 됐다. 순이동률은 자치구 1.57%, 시지역 6.70%, 군지역 7.78%로 시군단위에서 순유출이 크게 발생하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의 14세 이하 유소년비율은 2020년 기준 17.19%로 그 외 지역 25.1%, 전국 24.34%에 비해 7%포인트 이상 낮다. 반면 고령화 비율은 인구감소지역은 29.78%로 그 외지역 14.97%, 전국 16.39%보다 월등히 높다. 재정자립도는 10.71%로 전국평균 24.53%에 훨신 못미친다.
◆잇단 '지방소멸' 경고...감사원 "2047년 소멸위험단계 전국 확대"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기 전에도 지방소멸에 대한 경고는 계속 이어져 왔다. '지방소멸'을 처음 사용한 일본의 마쓰다 히로야는 2014~2040년에 일본 시구정촌의 49.8%(869곳)가 소멸한다고 주장했다. 20~39세 여성인구가 50%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래인구추계에 따른 소멸위험 시군구 전망. 고용정보원이 통계청의 인구추계를 바탕으로 합계출산율 0.98명이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예측. [사진=감사원] 2023.04.03 |
한국고용정보원은 20~39세 여성인구 수를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값으로 지수를 산출해 현재 소멸위험 지자체가 전국 시군구중 절반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감사원도 이 지수를 원용해 2047년부터는 국내 시군구 모두가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한다고 예측했다. 인구학적으로 쇠퇴위험단계에 들어가 큰 전환이 없는 한 공동체의 인구기반이 점차 소멸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관·단체의 지방소멸 위험지수 산출은 40대 여성의 출산이 늘어나는 추세 등 다양하고 복잡한 인구감소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행안부는 연평균 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 주간인구, 고령화비율, 유소년비율, 조출생률, 재정자립도 등 8개분야를 망라해 객관성과 공정성 등에서 상대적으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정안전부가 정한 전국의 '인구감소지역'은 결국 '소멸위기지역'과 맥이 맞닿아 있다. 인구감소지역에 매년 1조원씩, 10년간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인구감소지역을 곧 소멸위기지역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구감소-지방소멸-지역경제 쇠퇴-초저출산 악순환...과감한 정책 뒤따라야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은 소비위축에 따른 생산감소로 지역경제의 쇠퇴를 가져오고 이는 다시 소비와 생산을 축소시켜 지역경제를 몰락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국가적으로도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으로 일자리와 주거환경이 악화돼 초저출산을 가속화하는 재앙이 반복된다.
지방소멸위기 주요 원인 실태분석 결과 [사진=감사원] 2023.04.03 |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인구감소에 따른 부정적 연쇄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은 포기해서는 안된다. '소멸'이라는 단어가 주는 섬뜩함이 거북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불편하지만 무관심과 안일함은 결코 대책이 될 수 없다.
정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과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생활인구 도입 등은 지방소멸 위기를 늦추겠지만 완전 해소하는 근원처방으로는 부족하다. 인구감소지역을 특례지역으로 지정하고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과감한 정책수단이 뒤따라야 한다. 지자체와 연계·협력·소통도 강화해야 한다. 정치권도 수차례 발의됐던 지방소멸특별법 통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sht376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