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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⑳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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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이 시기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현 상태에서 머뭇거리다 쇠락할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세계적 선도역할을 해 온 국가들은 이 변곡점에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국가들이다.

이제, 항쟁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때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4.19 학생운동(1960), 광주민주화운동(1980), 6월 항쟁(1987), 촛불시위(2016)에 이르기까지 항쟁은 우리나라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 이런 고난의 길을 걸어 왔지만, 우리사회가 왜 아직도 갈등과 분열로 신음하고 있을까? 태풍의 눈 한 가운데는 정적이 흐를 만큼 고요하다고 한다. 한국의 현 상황이 바로 그 상태인 듯하다.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반문해 본다. 몇 개의 항쟁을 더 거쳐 가야 민주주의가 완성될까? 그 긴 여정을 마치면 과연 우리는 더 좋은 민주주의를 세워 행복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이 어둡고 긴 터널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프랑스 혁명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배울 때 압제와 불의에 항거하여 탄압받는 시민이 주도적으로 이끈 체제변혁운동으로 소개된다. 프랑스는 1789년 혁명 이후 1800년대에 3번의 혁명이나 폭력적 저항과 한 번의 쿠데타를 경험했다. 7월 혁명(1830), 2월 혁명(1848), 공화정 쿠데타(1850), 파리코뮌(1871) 폭력시위, 그리고 지금도 프랑스는 국민들이 여전히 정부에 대항해 도로점거와 대규모 시위를 벌인다. 최근 임마뉴엘 마그롱(E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2027년까지 63세, 2030년까지 64세로 상향한다는 연금개혁을 발표하자 노동계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크롱은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로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강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그만큼 프랑스 혁명이 남긴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개혁과 변화의 시도를 서민의 탄압이라고 규정짓고 대통령의 권력에 대항하는 것이 정의로 받아들인다. 번번이 역대 대통령들이 개혁을 시도할 때마다 궐기해 대통령들을 무릎 꿇렸다. 연금고갈로 미래 세대는 마이너스 연금시대가 된다고 설득해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 같은 폭력적 시위와 대화의 단절이 민주주의 지수 측정에서 프랑스를 세계 22위 수준으로 끌어 내렸다. 프랑스 혁명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단지 혁명의 역사는 또 다른 혁명을 낳고 그 혁명은 반혁명을 낳는다는 역사적 제도변화의 흐름을 지적할 따름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와 비슷한 양상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2.11.19 mironj19@newspim.com

민주주의 역사 발전의 두 갈래

영국은 명예혁명을 마지막으로 입헌군주제 모델의 전형이 되었다. 영국은 이후 한 번도 혁명을 경험하지 않았다. 미국은 독립혁명 이후 흑인해방을 위한 남북전쟁을 벌였지만 4년마다 한 번씩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한 번도 중단한 적이 없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1809년 입헌군주제 개헌을 이룬 후 한 번도 스톡홀름에 시민 혁명군이나 외국 군대에 의해 게양된 국기가 내려지는 아픔을 경험한 적이 없다. 정권교체는 헌법에 명시된 제도적 방식으로 평화적으로 이루어졌고, 헌법 개정과 민주주의 개혁이 시민이 요구하기 전에 미국은 대통령이, 영국과 스웨덴은 의회가 먼저 주도권을 가지고 진행했다. 위 세 나라 개혁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위로부터의 개혁을 통한 평화적 민주발전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정치가 먼저 변하기 시작했다. 영국과 스웨덴은 국왕이 권력을 내려놓자, 귀족과 성직자 등 기득권자들이 차례로 권력을 내려놓았다. 영국 통치의 중심에 있었던 상원은 이제 법안 재심 요구권 등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권력을 하원으로 양도하고 상징적 존재로만 머물러 있다. 스웨덴의 귀족원을 폐지해 선거를 통한 상원으로 개혁했다가 지금은 아예 폐지되었다. 중앙 관료부터 지방 관료까지 부패할 수 없는 국가의 법제도 개혁도 위로부터 개혁이 이루어지니 큰 저항 없이 이루어졌다. 미국은 삼권분립의 틀 속에서 대통령의 행정부와 입법부가 일방적으로 독주할 수 없도록 통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했지만 미국 역사의 분기점에 큰 개혁은 대통령이 이끌어 나갔다. 앤드류 잭슨의 동부 기득권 약화를 위한 엽관제도 도입, 아브라함 링컨의 흑인해방, 체스터 아터의 엽관제도 개혁, 씨어도어 루스벨트의 관료개혁,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총제적 개혁, 린든 존슨이 보편적 선거 개혁 등 역사적 변화의 변곡점에 최고 통치권자가 앞장섰다.

프랑스 혁명의 역사와 독일 바이마르 민주주의 실험의 실패에서 우리는 권력을 몰아준 역사의 실패를 본다. 아래로부터의 혁명은 반드시 기득권 세력의 반격이 뒤따른다. 권력집중현상의 실패모델에서는 반드시 히틀러와 무솔리니와 같은 독재자가 나타난다. 일본의 근대화를 보면 결국 침략주의와 군국주의로 갈수 밖에 없었다. 일왕을 정점으로 정한파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국의 도움으로 재무장된 일본은 군사적 일방주의와 제국주의적 침략주의로 치달았다. 결국 일본의 실패는 집중된 권력의 통제장치 미비가 만들어낸 제도의 실패다. 이토 히로부미가 도입한 일본의 최초 헌법은 독일을 모델로 한 것이었지만 두 모델 모두 전쟁에서 패하면서 실패했다. 일본은 항복문서를 써야 했고, 독일은 입헌 군주제에서 빌헬름 2세는 망명에 오르고 바이마르 공화정으로 권력을 이양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의 흥망 속에 숨어 있는 제도의 생명력을 보면 위로부터 개혁을 통해 권력의 분산과 다원화로 나아갈 때 성공하고 권력이 집중될 때 실패의 모습을 보여 준다.

1904년, 신흥국 일본이 강대국 러시아를 이길 수 있었던 비결

가끔 중고서점에 들리는 것이 취미 중 하나다. 간혹 "심봤다"를 외칠 때가 있다. 얼마 전 발견한 책 중 1905년에 출판된 러일전쟁사 책이 있다. 종군기자들이 찍은 생생한 화보와 일본군 장교, 러시아 장교들과 나눈 인터뷰, 전투 장면이 생생하게 나온다. 당시 조선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일본이 점령한 제물포, 평양성, 한양성 등의 사진에서 몰락해 가는 조선의 모습을 보며 비애감을 맛본다.

이 책은 두 가지가 승패를 갈랐다고 결론지었다. 하나는 동맹이다. 영국으로부터 적국의 정보를 일본이 받을 수 있었다. 1902년 맺은 영일 동맹 덕이다. 발틱 함대의 이동경로와 형태, 장비, 도착날짜까지 영국의 텔레그라프를 타고 일본에 전달되었다. 발틱 함대는 마다가스카를 지날 때 이미 뤼순이 함락되었다는 전보를 받고,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반드시 쓰시마 해협을 지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인도양을 건너 쓰시마 해협으로 들어섰을 때 39척의 러시아 태평양 제2함대는 3척만 간신히 빠져 나가고 모두 침몰당했다. 정보 뿐 아니라 막강한 해군을 만들어 준 것도 영국이다. 일본의 군함은 영국에서 건조했거나, 일본에서 영국 기술자들이 와 일본기술자들을 가르치면서 함께 직접 만든 것이다. 일본은 영국에서 배운 군함 제조 기술을 습득해 빠르게 해양강국으로 성장했다. 1870년대부터 당대 세계 최강의 군사기술, 정보, 무기제조 기술, 전술 등 영국으로부터 전수받아 30년 만에 강대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육상전에서는 장교들의 살신성인과 군사들의 사기가 승패를 갈랐다고 보았다. 일본군 장교들은 승리에 목말라 죽음을 각오하고 가장 앞에서 돌격을 외쳤고, 러시아 장교들은 자신을 세계 최강 군대로 믿고 일본군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기강이 해이해 있었다고 종군기자들은 적고 있다. 정신력으로 무장되어 있는 군대와 기강이 흐트러지고 상대를 얏 잡아 보는 군대간의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전쟁역사는 또렷이 보여 준다. 랴오뚱 반도의 뤼순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하고, 발틱함대를 수장시키고 일산천리로 사할린과 블라디보스톡으로 진격하자 러시아는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를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일본의 탄탄한 재정 상태였다. 전쟁을 위해서는 지속적 신무기 공급도 중요하지만 전투지원이 군 사기에 결정적이다. 중앙은행에 충분한 자금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일본은 국채를 발행해 전쟁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려 했으나 당시 일본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일본 군사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승리 가능성을 믿은 로스차일드 은행의 재정 담당인 제이콥 시프(Jacob Henry Schiff)의 설득을 받아내 결국 러일전쟁에 필요한 전비의 40퍼센트를 확보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그의 도움을 받아 리먼브라더스 등 세계 자금을 끌어 오는 데 성공해 전쟁수행을 위한 재정을 차질 없이 확보할 수 있었다. 제이콥 시프는 독일계 유대인으로 반유대인 정책을 펼치는 소련에 강한 반감을 가진 인물이었다. 든든한 재정의 확보를 위한 국제적 큰 손과의 관계를 잘 이끌어낸 일본 국립은행의 능력이 없었다면 일본이 러일전쟁을 벌일 수도 없었고,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제이콥 쉬프는 일왕으로부터 최고훈장인 훈1등욱일대수장을 받았다. 러일전쟁의 승리로 더 많은 재정지원을 확보해 한반도를 점령한 후 만주와 동남아시아로 진출하고 미국과도 전쟁을 확대할 수 있었던 분수령이었던 셈이다.

스웨덴 국회의사당 [사진=최연혁 교수 제공] kimsh@newspim.com

조선의 몰락과 한반도 분단의 길까지

일본은 7월 러일전쟁 승리 후 1905년 8월 조선 보호권을 영국으로부터 확약 받았고, 1905년 11월 외교권을 박탈하는 을사조약을 강요했다. 1907년 미국으로부터는 가쓰라-테프트 조약을 통해 조선침략과 보호령을 인정한다는 서약을 받아냈다. 당대 두 강대국을 자기편으로 확실히 만들어 놓은 것이다. 외교권 침탈을 호소한 1907년 헤이그 특사 파견이 실패한 이유다. 국제정치는 약육강식 세계다. 러시아의 편이었던 프랑스와 독일 등도 조선의 일본 침탈에 큰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다. 이미 일본은 외교적으로 강대국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본 지지를 선택한 것이다. 일본은 세계 최강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를 넘어뜨린 아시아 최강대국의 독보적 반열에 올랐기에 일본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조선은 이미 일본의 것이라는 국제적 승인을 받았기에 1910년 합병 또한 외교적으로 합당한 것으로 받아 들여졌다. 불의도 강대국이 저지르면 눈감아 주는 것이 정글세계와 같은 세계정치다.

지금까지 우리는 얄타회담(1945. 2)에서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된 결정이 이루어졌다고 알고 있다. 포츠담 회담(1945. 7-8)에서 이를 재확인하고 분할통치를 결정했다고 역사는 적고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조금 더 국제조약 내용들을 꼼꼼히 읽어 보면 우리 분단의 운명은 이미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테헤란 회담(1943)에서 결정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소련의 대 일본전쟁 선포와 태평양 진출을 천명하고, 독일의 분할 통치, 국제연합을 통한 평화구축을 이룬다는 선언이다. 행간을 잘 읽어보면 독일의 분할통치와 같이 일본이 통치하던 지역으로 소련이 진주해 분할 통치한다는 의도가 보인다. 전쟁을 이겨야 한다는 것 때문에 소련을 너무 믿은 루스벨트의 패착도 있지만, 공산주의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던 처칠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시 병약했던 루스벨트는 애써 소련의 의심스런 저의를 무시 했을지도 모른다. 2차대전 후 폴란드 침략의 운명도 그렇게 결정된 것이다. 국제정치는 철저하게 강대국의 논리와 이익에 따라 결정된다는 시사점을 던져 준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 보고 가야 할 것이 있다. 소련의 한반도 점령에 대한 의욕을 읽을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때는 1903년 7월과 10월 사이, 한반도의 운명을 두 나라가 논의하고 있었다. 러일전쟁 직전의 상황에서 양국 간 협상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일본은 만주에서 세력을 확보하고 있던 러시아에게 만주철도부설권과 뤼순의 조차를 인정하는 대신 일본의 조선 선점을 인정하라는 흥정을 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이 때 39도 이북을 중립지대로 설정할 것을 요구한 8개항 중 하나로 제시했다. 조선의 완전 합병을 꿈꾸고 있던 당시 총리 이토 히로부미는 1904년 2월까지 협상을 지속하다가 결국 전쟁을 선포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러시아의 한반도 점령에 대한 야욕을 읽을 수 있다. 외교세계에선 잊히는 과거가 없다. 잠시 유보하고 모르는 척하고 조용히 명분을 쌓고 있을 뿐이다. 강대국의 역사 메모리에 차곡차곡 기록되고 있다. 그리고 필요할 때 툭 꺼내 쓴다. 테헤란 선언에서 나온 소련의 대일본전 참전의 속내는 이미 한반도를 점령하거나 분할통치 하겠다는 야심을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처칠의 영국과 루스벨트의 미국은 이 부분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거나, 의심을 했어도 무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의 미래는 누구 손에 달려 있나?

역사를 복기하다 보면 강대국의 관계에서 몇 가지 공통점이 반복됨을 확인할 수 있다. 강대국들은 끊임없이 이합집산 했다는 점이다. 오스만 투르크가 러시아의 남하를 막아줄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였기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는 크림전쟁 때 오스만 투르크와 함께 했다. 이전까지는 서진이 두려워 오스만 투르크와는 적대관계에 있었다. 나폴레옹이 남유럽 점령, 대륙봉쇄와 러시아 침공으로 이어지자 워털루 전쟁 전에는 영국과 독일(프러시아) 그리고 러시아가 하나가 되어 전투에 임해 승리로 이끌었다. 영국사를 읽어보면 프러시아의 지원이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웰링턴의 부대가 홀로 다시 뭉친 나폴레옹 군대를 이길 수 없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나폴레옹을 패퇴시킨 러시아가 함께 한 3국동맹이 없었다면 프랑스를 이길 수 없는 상황으로 웰링턴은 분석하고 있었다. 자국 영토를 침략해 국토를 유린했던 프랑스에 복수를 꿈꾸고 있었던 독일과 러시아를 영국은 동맹으로 이끌어 내 승리의 발판을 잡았다.

1차대전은 독일과의 전쟁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다시 힘을 합쳐 싸웠고, 2차대전은 소련이 가세해 독일을 상대했다. 일본을 상대하기 위해 미국은 동아시아에 소련을 끌어 드렸다. 소련은 1905년 일본을 상대로 패한 뼈아픈 역사를 앙갚음 하려고 벼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반도가 폴란드처럼 소련이 진주했던 것처럼 한반도를 점령하려고 했으나, 얄타에서 영미의 도움으로 분할통치로 확정된 것이다. 생선가게에서 반 토막 나듯 한반도의 운명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강대국들에게 적은 누구고 우리 편은 누구인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공유하고 이익을 나눌 수 있는 나라들이 아군이다. 자기 나라에 불이익을 가져다 줄 나라라고 판단되면 함께 오랫동안 동맹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해도 언제든 우리를 등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힘이 없으면 우리의 운명은 강대국의 논리로 결정된다. 우리가 강대국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 문화강국, 경제강국을 넘어 정치와 외교, 군사강국이 되어야 한다. 국내에서 사분오열 되어 있으면 외교적으로 강해 질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갈지자로 외교 관계를 설정하면 결국 우리를 믿어줄 나라는 없다. 외교와 국방, 안보는 여야 간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일관적인 모습과 결의를 보여 주어야 하는 이유다. 정치적으로는 미래 예측이 가능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5년 후, 10년 후 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고, 지금 어떤 신세대 지도자들이 성장하고 있는지, 정치적 타협과 협상 능력은 있는지, 이런 것을 가지고 강대국들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상호 비방하며, 나라를 갈기갈기 찢고 분열시키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은 언제나 저 나라를 점령하려면 어떤 계파와 손잡아야 할 것인가를 계속 그들의 메모리에 저장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미래를 걱정하는 여와 야의 정치인들은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소환한다

쿤은 그의 저서 과학적 혁명의 구조(1962)에서 더 이상 통상적 과학(Normal science)의 방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완전한 새로운 틀이 나와야 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양자론이 처음 제기되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이제는 대세가 되었듯 기존의 학설을 믿는 사람들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고 새로운 세대가 자연스럽게 새 패러다임에 익숙해지는 시기가 도래한다고 보았다.

지금 우리는 1987년 체제가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통령 단임제와 권력 집중, 정치의 끊임없는 충돌, 국회의원들의 갈등해결 능력의 부재, 여전히 강한 중앙 통제적 행정, 국회의원의 지방의회 공천 장악, 남성위주의 권력구조, 대결구도와 동원의 정치, 끊임없는 노사의 갈등. 이런 구도로는 더 이상 우리나라를 통치할 수 없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는 사람들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구체제에서 안주하려는 사람들, 팬덤정치로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와 국가의 미래는 아랑곳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 즉 대한민국의 생각의 구조와 틀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는 명제에 이제 절대 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사회구성주의 이론(Social constructivism)은 우리가 어떻게 새롭게 변화해야 하는 지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안 해킹(Ian Hackning)은 그의 저서 '무엇의 사회구성인가?'(The Social Construction of What?, 1999)에서 3가지의 원리로 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첫째, 사회화(Socialization)의 틀 속에서 우리의 생각과 행위, 삶의 원리와 이해의 틀이 재생산 된다고 보았다. 두 번째로 설득의 논리다. 그에 의하면 사회화의 논리에서 터득한 규범과 근거로 설득(Persuasion)을 시도하고, 자신이 설득을 하지 못하면 설득을 당하는 것(Being persuaded)이 인간 사회로 정의한다. 세 번째로 브리콜리지(Bricolage) 단계다.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공동의 목표와 함의를 찾아가는 단계로 사회적 이상과 정신이 현시화 되는 단계다. 쿤과 해킹의 시각으로 보면 총체적 개혁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사회화의 틀을 새롭게 만들어내고, 설득하든지 설득 당하는 소통방식을 인정하고, 수많은 협상과 합의를 이끌어내 우리의 새로운 국가 이념과 목표를 이루어 나갈 수 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이 2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앞 화물 노동자 농성 천막을 찾아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8.25 photo@newspim.com

제2의 건국 정신이 필요한 시대, 제자리 찾기 운동

1948년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39년만인 1987년 체제를 거쳐 현재 우리는 새로운 분기점에 와 있다. 건국 80년을 맞는 2028년 전까지 우리는 세계 5위를 목표로 선도적 국가를 만들어 보자.

좌와 우 관계없이 국가의 분열을 초래하는 행위는 모두 분명히 "노"라고 이야기 하자. 거리에서 시위는 이제 개인의 자유 침해를 가장 중시하는 논리로 거부하자.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옳다. 시위대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국회 앞 천막을 거두고 모든 것을 정치로 수렴하자. 정당은 이제 모든 갈등을 수렴하는 역할을 떠안아야 한다. 가칭 불평불만 접수위원회를 만들어 국회, 도의회, 시의회로 수렴시켜 정치적 토론으로 이끌도록 하자. 이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면 이제 정당들이 더 분발하고 반성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감시해 정보들을 공유하자.

시민사회가 건전하려면 국민이 절제하고 헌신하며 솔선수범해야 한다. 영국에서 1859년 출판된 후 일약 베스트셀러가 된 새무얼 스마일(Samuel Smile)의 책 '셀프 헬프'(Self help)는 영국의 신사정신과 국민정신의 교과서로 사용되었다. 우리도 새로운 정신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애민의 정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 보자. 내가 내 자신을 세우고, 서로를 보살피며, 큰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자.

언론기관의 종사자들도 이제는 스스로 정의라고 규정하고 있는 잣대와 논리를 내려놓고 제자리를 찾아 가자. 언론의 본분으로 돌아가 국민의 알 권리와 객관적 사실을 위주로 전하는 사회의 목소리가 되어 주면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스스로 정해 놓은 취재지침보다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위한 양심적 언론인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뉴스핌] BTS(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20일 오전(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 세션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페이스북] 2021.09.21 photo@newspim.com

K-Style을 지향하자

The American Dream의 개념은 세계에서 인재를 끌어 모아 경제부국을 이룬 미국의 표상이며, The British Gentleman의 개념은 세계를 통치하며 민주주의의 뿌리와 방향성을 보여준 영국 엘리트의 상징이며, The Swedish Model 이라는 개념으로 세계 최고의 형평적 복지자본주의와 투명한 민주주의를 이룬 스웨덴의 아이콘으로, 이 세 나라를 정의하는 플래그십 개념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The K-Style을 제안하다. 이 개념은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인식하는 개념으로 사용되는 K-Drama, K-Pop, K-Beauty의 K-Culture, 우리나라 대기업이 이룬 K-Economy, 그리고 정치개혁과 부패청산으로 이어질 K-Politics와 세계 선도적 시민정신을 바탕으로 한K-Democracy를 모두 포함하는 상징성을 담는다.

The K-Style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세대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현 10대와 20대가 30세와 40세가 될 때 이들이 주축이 되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면서 완성될 수 있도록, 교육의 시스템 전환부터 시작하자. 영국과 미국, 스웨덴이 도약할 수 있었던 계기는 인재등용 방식과 교육에서 찾았다. 영국의 1860년대와 1880년대 교육개혁을 통해 점진적으로 새로운 피를 공급 했던 것처럼, 그리고 스웨덴이 1840년대부터 1870년대까지 30년 동안 부패와의 전쟁을 완성시킨 사례도 교육제도의 개혁을 통해 새로운 인재를 길러내 투입해 가능했던 것처럼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점이다. 경쟁하면서 커가는 지도자보다 선택 받을 수 있는 지도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도자 선정 방식을 바꿔보자.

[출처=게티이미지]

미래를 조망하는 세 가지 방법

미래를 조망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과거의 일정한 정향성을 파고드는 것이다. 과거의 트렌드를 보고 내일을 조망하는 것을 우리는 외사법적 투영(Extrapolative projection)이라고 한다. 그리고 개념을 중심으로 현상을 재구성하는 가설은 경험적 자료와 분석적 틀을 바탕으로 이론을 검증(Theoretical verification)하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과거 발전의 트렌드를 모르고, 이론을 몰라도 현장경험을 통해 단련된 촉과 감은 뭐든지 설명할 수 있는 사색적 추측(Contemplative conjecture)을 가져다준다. 많은 사람들은 사실 마지막 세 번째 즉 개인의 경험, 가치관, 그리고 세계관을 가지고 서로가 맞다 틀리다 논쟁한다. 자신은 옳고 상대방을 틀린 정도가 아니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도 모자라 척결과 투쟁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다. 현명하게 역사가 주는 교훈이 뭔지 숙고해 보자. 학계 전문가들은 좋은 사례와 이론으로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 보자.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 여론,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 보고 사색의 폭을 넓혀 보자. 나의 생각을 주장하기 전에 상대방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 보자.

이 책을 통해 스웨덴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학 이론으로, 그리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국의 대전환의 고리를 찾아보고자 했다. 영국, 미국의 정치사와 민주주의 발전사, 32개국의 1차 민주파도타기에 동참했던 모든 국가들의 부침이 왜 있었는지, 그 과정들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아직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국가를 번영으로 이끈 세계 지도자와 한국 대통령에 대한 연구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의 흥망성쇠에 가장 핵심적 요소는 바로 지도들의 선택과 국민들의 동기부여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지도자의 선택은 필연 실패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각 나라들의 국민 수준, 경제발전 수준, 교육 정도, 국제적 환경 속에서 어떤 정치적 통치력과 제도적 선택이 시간이라는 변수 속에서 성공하고 실패했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떤 정책으로 국가들이 선도적 역할을 떠안았는지, 어떤 정책의 선택으로 국민은 분열되고 국가가 좌초했는지 더 연구해 보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치적과 과오를 국가 흥망성쇠의 관점에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비교해 학문적으로 평가할 수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지도자 연구의 메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어야 한다. 국가 뿐 아니라 우리 인류가 함께 평화를 구가하면서 고른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스웨덴 패러독스는 스웨덴 모델의 양면적 핵심 개념을 담고 있다.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세계 최고 차별국가에서 최고 평등 국가 중 하나로, 차별적 장애인 정책에서 장애인 친화적 나라로, 사회주의적 요소가 듬뿍 있는 소득 재분배정책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나라보다 친기업적인 시장중심 경제체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RTP와 ODA를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최고의 인권국가다. 스웨덴 패러독스의 핵심은 하나로 귀결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주체적 삶을 중시한다.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한 창의적 모델이다. 인권에 앞선 국가다. 이제 우리나라만의 패러독스를 만들어 낼 때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는 대전환을 함께 시작해 보자.

앞으로 이 땅에 "나의 지도자가 되어 주세요"라 할 수 있는 지도자가 더 많이 배출되었으면 좋겠다. 2023년은 새 지도자를 꿈꾸며 새롭게 시작하는 더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배출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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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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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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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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